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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읽지 못한 책 많은데" 숨진 대학생들…통장엔 '정부 지원금' 있었다

수정 2022.09.27 07:45입력 2022.09.26 02:01

광주서 극단적 선택한 보육원 출신 대학생들
'디딤씨앗 통장'에 정부 지원금 그대로 남아
"복잡한 절차에 출금 어려워…제도 개선 및 실태조사 필요"

사진은 기사 내용 중 특정한 표현과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최근 광주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자립 준비 청년들의 디딤씨앗통장에 정부 지원금이 그대로 남아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지원금의 존재를 몰랐거나 출금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통장의 사용 방식 개선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디딤씨앗통장에 가입한 전국 대상자 4만5217명이 만기가 지났음에도 찾아가지 않는 적립금은 181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딤씨앗통장은 정부가 지원하는 자산형성 지원사업의 일종으로, 빈곤의 대물림을 방지하고 건전한 사회인을 육성한다는 목적으로 마련됐다. 구체적으로 매달 저소득 아동이 이 통장에 일정 금액을 입금하면, 정부가 입금액의 2배(월 최대 10만원)를 지원하는 식이다. 만 18세부터 학자금이나 주거비 등 특정 용도에서 만기 해지가 가능하다. 만 24세 이후로는 제한 없이 전액을 출금할 수 있다.


최근 광주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자립 준비 청년들도 이 통장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보육원을 나와 올해 초 대학에 입학해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A군(18)은 지난달 21일 광주의 한 대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보육원을 나올 때 받았던 지원금 약 700만원 가운데 대부분을 대학 등록금과 기숙사비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건 발생 전 보육원 관계자에게 "성인이 됐고,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데 두렵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기숙사에 남긴 쪽지에는 '아직 다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 등 짧은 글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이어 같은 달 24일엔 광주의 한 대학교에 다니던 B양(19)이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장애가 있는 부모를 둔 B양은 보육원에서 지내다 지난해 아버지가 거주하는 아파트로 거처를 옮겨 생활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으며 생활고를 겪었다고 한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두 사람의 통장엔 적립금과 정부 지원금 등 1165만원과 560만원이 모두 출금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들이 만기 된 통장을 해지하지 않은 이유는 출금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출금하기 위해선 증빙서를 지참해 지자체를 방문한 뒤 승인을 얻어 다시 은행에 지급 요청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복잡한 절차와 더불어 통장 명의가 지자체로 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한 의원은 "디딤씨앗통장의 명의가 실소유주인 보호 대상 아동이 아니라 지자체인 것은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본인 돈임에도 잘못된 행정절차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자립 청년들이 적립금을 제때 찾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업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와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삼성, ARM 인수하면…글로벌 반도체 지형도 급변 예고[반도체 M&A]
수정 2023.02.23 09:58입력 2022.09.26 08:30

③뛰어난 제조 역량에 설계 더해지면 시너지
삼성·SK 연대 시 韓 반도체 업계에도 '호재'

2주간의 해외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지난달 18일 연말 가동을 목표로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설계지원센터는 시스템 반도체 설계자산(IP) 플랫폼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부품 업체의 IP 접근성을 높이고 우수 IP 기업을 육성하는 차원에서다. '소프트웨어(두뇌)'보다는 '하드웨어(부품)'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쏠려 있다고 평가받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입장에서도 참고할 만한 내용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IP 업체 M&A에 적극적이라고 알려진 이유는 소프트웨어 구축 역량을 갖추지 않으면 회사의 성장 동력(모멘텀)이 경쟁 업체보다 낮아질 것이란 위기의식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ARM의 반도체 설계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범용성'이다. 자동차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데이터 센터 데이터처리장치(DPU) 등에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태블릿AP, 클라우드 서버, 인공지능(AI) 프로세서 등으로 쓰임새가 넓어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AP의 경우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 주요 모바일 AP인 엑시노스를 'ARM 계열' 기술 제휴를 통해 제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메모리 강자' 한국 업체들의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역량이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세계 1·2위 메모리 반도체 강자지만 설계 능력 등을 포함한 전체적인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역량은 경쟁 업체보다는 처진다는 평을 듣는다. 각종 투자와 세트(완제품) 업체 확보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요인이 됐다. 삼성의 경우 영국 ARM을 비롯해 독일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 네덜란드 NXP 등 업체 인수설이 꾸준히 나왔던 이유다.


삼성의 경우 과거부터 IP 역량 확보를 위해 국내 디자인하우스 인수 전략을 펼 수 있다는 시장 전망이 나왔다. 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에서 설계도면을 받아 파운드리 생산공정에 맞게 다시 디자인하는 역할을 하는 업체다. 삼성도 세미파이브 등 여러 디자인하우스를 에코시스템 파트너(DSP·Design Solution Partner)로 선정해 협력해왔다. 2015년께는 AMD 등과 거래관계가 있는 글로벌파운드리 매각설이 나오기도 했었다. ARM 인수 시 '숙원'을 이루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IP 역량 확보와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 간 궁합도 좋은 편이다. 최근 고품질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부품을 세트 업체에 납품하는 방식에만 의존하는 경영 방식보다는 '메모리 센트릭 컴퓨팅' 위주로 업계 트렌드가 바뀌는 점도 부품 업체인 삼성전자가 IP 업체 ARM 인수를 노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메모리 센트릭 컴퓨팅은 메모리 반도체 부품이 시스템 처리 속도를 높여주는 기능만 하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 등 기기의 연산·저장 등을 담당하는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높은 제조 능력에 설계 능력까지 갖추면 이 분야에서 유리해진다.



삼성에 국한된 면이 있지만, 한국 반도체 업계에도 'ARM 딜' 성사는 호재다. 시스템 반도체 사업 재편 속도가 빨라질 수 있어서다. 딜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연대(컨소시엄 구성)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긍정적인 뉴스다. 메모리 반도체 양산 능력이 뛰어난 두 회사 모두 설계 능력 확보를 통한 시너지를 노릴 여지가 생긴다.


늦기 전에 시스템 반도체 업계에 자리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선 세계 1위지만 파운드리에서 1위 TSMC에 주요 세트업체 애플을 뺏겼다. '제3 시장'인 시스템 반도체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늘리는 게 필수다.


시스템 반도체 IP 분야에서 보수적인 '인텔 계열'보다는 개방적인 'ARM 계열' 공급망을 빨리 확보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미국 세트 업체의 압박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은 PC 서버용 CPU까지는 어려워도 모바일과 차량용(자율주행차) 시스템 반도체에선 어느 정도 수준의 존재감은 보여야 한다. ARM 인수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가 ARM 지분을 확보하면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고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할 길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이 삼성-ARM 딜에 대해 '지분 확보'란 보수적인 수단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하는 이유는, 각국 정부가 반도체를 국가 안보의 열쇠로 받아들여 승인 거부를 할 리스크가 작지 않다는 사실 때문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 현실적으로 삼성전자가 ARM의 기술만 이전받고 라이선스 가치를 키운 뒤 손정의 회장 뜻대로 ARM을 미국 증권시장에 기업공개(IPO)하는 방식으로 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설계'(시스템LSI사업부) 사업을 파운드리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사실 때문에 ARM 인수 수직 계열화까진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게 사실이다. 설계 역량을 강화할수록 삼성 파운드리에 반도체 생산 위탁을 맡긴 세트 고객사 기술 유출 우려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 하드웨어+ARM 소프트웨어' 수직 계열화 시나리오는 실현되기 어려울 수 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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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강의동 없는 한전공대…임대료만 ‘125억’ 쓴다
수정 2023.03.15 13:22입력 2022.09.26 10:00

한전공대, 年임대료 31.2억…부영 골프텔 등
文 국정과제로 올 3월 문 열어…'졸속 개교' 논란
부지는 축구장 48개 면적…건물은 본관동 1개
강의실 등 2025년 완공…임대료 125억 소요 전망

폭죽 터지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나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지난 3월 2일 오전 전남 나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에서 열린 입학식 및 비전 선포식에서 폭죽이 터지고 있다. 이날 첫 신입생을 맞이한 한국에너지공과대학은 세계 최초의 에너지 특화 연구·창업 중심 대학으로 학부 400명(학년당 100명), 대학원생 600명 규모의 소수 정예대학으로 운영된다. [공동취재] 2022.3.2 iso6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단독[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한국전력이 자금을 출연해 세운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전공대)가 매년 임대료로 31억원이 넘는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개교하기 위해 강의실, 기숙사 등 교육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문을 연 결과다.


26일 한전이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공대의 연간 임대료는 31억1700만원으로 집계됐다. 한전공대는 서울과 학교 부지가 위치한 전남 나주 등 2개 지역에서 총 6개 건물을 임차해 쓰고 있었다. 임대료 절반 이상은 부영주택이 소유한 나주 골프텔과 클럽하우스에 들어갔다. 한전공대는 이곳을 리모델링해 학생 기숙사로 활용하고 있다. 토지와 건물 면적은 각각 2만9752㎡, 8556㎡로 연간 임대료는 19억7500만원이다.


(나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지난 3월 2일 오전 전남 나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에서 열린 입학식 및 비전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영상으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첫 신입생을 맞이한 한국에너지공과대학은 세계 최초의 에너지 특화 연구·창업 중심 대학으로 학부 400명(학년당 100명), 대학원생 600명 규모의 소수 정예대학으로 운영된다. 2022.3.2 iso64@yna.co.kr
40만㎡ 부지에 건물 한 동

한전공대가 매년 30억원이 넘는 돈을 임대료로 쓰는 이유는 제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서다. 앞서 한전공대는 지난 3월 축구장 48개 면적에 달하는 40만㎡ 규모 부지에 4층짜리 건물 한 동만 갖춘 채 개교했다. 이에 한전공대 학생들은 2025년 정식 기숙사 완공 전까지 리모델링한 골프텔에서 지내야 한다. 유일하게 완공된 본관동에 임시 조성된 대학 도서관 면적은 226㎡(약 68평)에 불과하다.


한전공대 개교와 함께 ‘졸속 개교’ 논란이 불거졌던 이유다. 문재인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였던 한전공대를 임기 내 개교하기 위해 건설 현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학교 문을 열었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전공대 강의실, 기숙사 등 핵심 교육시설은 개교 3년 후인 2025년부터 순차적으로 완공된다. 한전공대가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연간 임대료로 31억1700만원을 쓴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으로 올해부터 2025년까지 한전공대 예산 약 125억원이 임대료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문제는 한전공대 임대료 등 운영자금을 ‘적자 늪’에 빠진 한전이 조달한다는 점이다. 한전, 발전자회사 등 전력그룹사가 2019년 체결한 ‘한전공대 설립에 관한 기본협약서’에 따르면 한전공대 설립·운영비 64%는 한전이 부담한다. 당장 한전이 내년 한전공대에 출연해야 하는 비용만 1320억원이다. 한전은 한전공대 설립·운영비로 2019년부터 2031년까지 총 1조6112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종부세 폭탄' 맞기도

한전공대는 서둘러 개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100억원 규모의 ‘종합부동산세 폭탄’을 맞기도 했다. 현행법상 학교 용지는 종부세 감면 대상이지만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인 탓에 부지 대부분이 종부세 과세 대상인 ‘건설 중인 부동산’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한전공대는 결국 지난해 전체 예산(920억원)의 10%를 웃도는 비용을 종부세로 지출했다.


지난 정부가 무리하게 한전공대 설립을 추진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 의원은 “문재인 정권이 대선을 앞두고 (한전공대를) 졸속 개교한 탓에 국민의 돈이 낭비되고 있다”면서 “탈원전 등 잘못된 에너지 정책으로 적자를 보며 전기요금을 인상시키고 있는 한전이 한전공대까지 책임져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 수 급감으로 대학 구조조정이 필요한 만큼 무의미한 혈세 낭비를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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