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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볼레오] 날렵하다, 넉넉하다, 오래간다…현대 아이오닉6 타보니

수정 2022.09.26 11:09입력 2022.09.26 11:09

세단 전기차 '아이오닉6' 타보니
후발주자 현대차, 전기차 선도 의지
사전계약물량 5만대 시장예측 적중
공들인 서스펜션 부드러운 주행감
최고출력 325마력…중형 동급 최강

현대차 아이오닉6<사진제공:현대차그룹>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어떤 차를 살 거냐’라는 물음에는 이런 저런 고민거리가 많겠으나 ‘어떤 전기차를 살 거냐’라고 묻는다면 잣대는 몇 가지로 간추릴 수 있을 겁니다. 충전이 빨리 되고 한 번 충전으로 많이 가는 건 현 시점 전기차 구매에서 큰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보다 많이 늘었다고는 하나 충전인프라가 부족하다거나 관리가 부실하다는 건 전기차 사용자에게는 항상 불만으로 따라붙습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으로 배터리를 꼽는 것도 사용자가 가장 직접적으로 겪을 차량의 성능은 물론 편의성과도 직결되기 때문이겠죠. 지역에 따라 혹은 시기에 따라 들쑥날쑥한 전기차 구매보조금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겁니다.


현대차가 내놓은 첫 번째 세단형 전용전기차 아이오닉6를 사겠다는 잠재소비자가 줄을 선 것도 앞서 말한 충전기술이나 항속거리, 보조금 같은 시장이 원하는 바를 꿰뚫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오닉은 내연기관에서는 독일이나 미국, 일본 메이커보다 뒤늦게 시작한 추격자였지만 새로 판이 깔린 전기차시장에서는 앞서 달리는 선도자가 되겠다는 회사 경영진과 연구개발진의 의지가 짙게 밴 라인업입니다.


먼저 내놓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5가 국내외 전문가나 시장에서 고르게 호평을 받은 터라 뒤를 이은 아이오닉6에 대한 관심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5만대에 달하는 사전계약 물량이 이를 방증합니다. 아이오닉6 롱레인지 모델 가운데 가장 비싼 프레스티지에 모든 사양을 넣은 채 타봤습니다.



① 주행성능은 어떤가요.

△2시간30분가량 운전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과속방지턱이나 불규칙한 요철을 지날 때였습니다. 기본적으로 부드러운 주행감각을 보이면서도 고르지 못한 노면에서 오는 충격을 잘 잡아주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출렁임이 크지 않은 데다 금세 제자세를 잡아주기에 거친 길을 지날 때도 스트레스가 거의 없습니다. 편안하면서도 단단한, 다소 이질적 느낌이 조화를 이루는 인상입니다. 배터리가 차체 아래에 깔리면서 2000㎏이 넘는 차량 무게 영향도 있겠지만 현가장치(서스펜션) 설정에 꽤 공을 들였구나라는 느낌을 줍니다.


전기차답게 서있다가 출발했을 때 치고 나가는 맛은 상당히 호쾌합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5.1초 걸린다고하는데 체감은 더 빠른 듯한 느낌을 줍니다. 주행모드는 에코·노멀·스포트 세 가지로 나뉩니다. 각 모드에 따라 앞뒤 모터 동시 사용 여부를 비롯해 스티어링휠 조작감도, 인위적으로 조절 가능한 사운드 정도가 차이가 납니다. 어느 정도 속도를 높인 이후에도 치고 나가는 힘이 부족한 느낌은 거의 없습니다. 제원상 최고출력은 239㎾, 325마력으로 일반적인 중형세단급 차에서는 흔치 않은 수준입니다. 참고로 한 등급 위로 쳐주는 그랜저가 290마력(3.3모델) 정도입니다.


②외관은 익숙하면서도 낯섭니다. 실제로 보면 괜찮을까요.

△전반적인 차체 비율은 흔히 자주 보던 세단과는 사뭇 다릅니다. 앞뒤로 길쭉하고 높이는 낮고 폭은 넓습니다. 휠베이스, 즉 앞뒤 바퀴 간 거리가 상당히 깁니다. 쏘나타보다 전체 길이는 5㎝가량 짧은 데 반해 휠베이스는 10㎝ 이상 더 나옵니다. 그만큼 실내공간에 여유가 있습니다.


현대차 아이오닉6<사진제공:현대차그룹>

겉모습은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입니다. 현대차는 이번에 새 차를 내놓으면서 디자인에 관해 ‘일렉트리파이드 스트림라이너’라고 표현했습니다.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유선형 디자인이라는 뜻입니다. 전반적으로 동글동글한 인상을 풍기는 건 주행 시 마주하는 공기를 그만큼 잘 흘려보낸다는 얘기입니다. 고성능 N라인에 들어갈 법한 리어 스포일러가 달렸고 전면 그릴 아래쪽 에어 플랩은 전원이 들어오면 자동으로 열립니다.


앞쪽 범퍼 양 옆으로 달린 휠 에어커튼이나 앞 바퀴쪽 휠 갭 리듀서 등 공력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한 요소들이 외부 곳곳에 있는데 디자인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 차의 공기저항계수는 0.21로 현대차 전체 차량 가운데 가장 낮습니다. 이 정도 계수를 지닌 차는 메르세데스·포르셰 등 고가 브랜드의 전기차까지 모두 포함해도 최상위권에 꼽힙니다.


앞뒤 바퀴간 거리 길어 실내공간↑
유선형 디자인 공기역학계수 최상위
롱레인지 18인치 항속거리 524㎞
유럽기준 WLTP 적용땐 610㎞ 예상

현대차 아이오닉6<사진제공:현대차그룹>

③실내가 좁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뒷좌석에 앉을 경우 무릎쪽 공간은 동급 다른 모델에 비해 여유가 있습니다. 시트 두께가 30% 정도 얇은 전기차 전용시트라고 합니다. 다만 머리공간은 다소 빡빡한 편입니다. 외관을 유선형으로 디자인하면서 뒤쪽을 깎아내렸기 때문인데 등받이까지 뒤로 젖혀지지 않아 잠재 소비자 사이에서도 호감, 반감이 나뉠 것으로 보입니다. 키가 크지 않은 성인이나 어린이가 주로 탄다면 큰 문제는 없는 정도입니다.


④앞좌석 창문스위치 위치나 칼럼식 기어, 금방 적응할까요.

△창문스위치는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가운데 있습니다. 앞좌석 도어 안쪽은 아무런 버튼이 없습니다. 최근 대다수 차가 창문은 물론 시트나 사이드미러 조절 등 다양한 옵션을 촘촘히 끼워넣는 걸 감안하면 허전할 정도입니다. 금방 적응합니다. 기어 역시 아이오닉5와 마찬가지로 스티어링휠 오른편 뒤쪽에 있어 흔히 보는 차와는 다소 다릅니다. 칼럼식 기어는 메르세데스 등 그간 다수 브랜드에서도 종종 쓰는 방식인데, 자동변속기차량의 경우 칼럼식을 더 선호하는 운전자도 있습니다. 익숙해지면 그만큼 더 편하다는 얘기입니다.


현대차 아이오닉6 실내<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 아이오닉6 뒷좌석

⑤500㎞ 넘는 항속거리, 사실일까요.

△운전습관이나 주변 교통상황 등에 따라 다르겠으나 공인된 주행거리보다 잘 나오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외국에 비해 우리 당국의 조건은 깐깐한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롱레인지 18인치 후륜모델의 항속거리는 524㎞(도심 563㎞·고속 477㎞)인데 유럽에서 주로 쓰는 WLTP 기준을 적용한다면 610㎞ 정도가 나올 것으로 회사는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번에 시승한 롱레인지 20인치 모델의 항속거리는 420㎞(복합기준, 도심 448㎞·고속 385㎞)입니다. 공인 연비는 ㎾h당 4.8㎞입니다. 짧은 시간이었으나 상당히 가혹한 조건에서 100㎞가량 주행한 결과 계기판에 찍힌 연비는 ㎾h당 5.6㎞ 정도로 더 잘 나왔습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아직 읽지 못한 책 많은데" 숨진 대학생들…통장엔 '정부 지원금' 있었다
수정 2022.09.27 07:45입력 2022.09.26 02:01

광주서 극단적 선택한 보육원 출신 대학생들
'디딤씨앗 통장'에 정부 지원금 그대로 남아
"복잡한 절차에 출금 어려워…제도 개선 및 실태조사 필요"

사진은 기사 내용 중 특정한 표현과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최근 광주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자립 준비 청년들의 디딤씨앗통장에 정부 지원금이 그대로 남아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지원금의 존재를 몰랐거나 출금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통장의 사용 방식 개선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디딤씨앗통장에 가입한 전국 대상자 4만5217명이 만기가 지났음에도 찾아가지 않는 적립금은 181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딤씨앗통장은 정부가 지원하는 자산형성 지원사업의 일종으로, 빈곤의 대물림을 방지하고 건전한 사회인을 육성한다는 목적으로 마련됐다. 구체적으로 매달 저소득 아동이 이 통장에 일정 금액을 입금하면, 정부가 입금액의 2배(월 최대 10만원)를 지원하는 식이다. 만 18세부터 학자금이나 주거비 등 특정 용도에서 만기 해지가 가능하다. 만 24세 이후로는 제한 없이 전액을 출금할 수 있다.


최근 광주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자립 준비 청년들도 이 통장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보육원을 나와 올해 초 대학에 입학해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A군(18)은 지난달 21일 광주의 한 대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보육원을 나올 때 받았던 지원금 약 700만원 가운데 대부분을 대학 등록금과 기숙사비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건 발생 전 보육원 관계자에게 "성인이 됐고,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데 두렵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기숙사에 남긴 쪽지에는 '아직 다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 등 짧은 글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이어 같은 달 24일엔 광주의 한 대학교에 다니던 B양(19)이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장애가 있는 부모를 둔 B양은 보육원에서 지내다 지난해 아버지가 거주하는 아파트로 거처를 옮겨 생활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으며 생활고를 겪었다고 한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두 사람의 통장엔 적립금과 정부 지원금 등 1165만원과 560만원이 모두 출금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들이 만기 된 통장을 해지하지 않은 이유는 출금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출금하기 위해선 증빙서를 지참해 지자체를 방문한 뒤 승인을 얻어 다시 은행에 지급 요청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복잡한 절차와 더불어 통장 명의가 지자체로 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한 의원은 "디딤씨앗통장의 명의가 실소유주인 보호 대상 아동이 아니라 지자체인 것은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본인 돈임에도 잘못된 행정절차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자립 청년들이 적립금을 제때 찾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업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와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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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ARM 인수하면…글로벌 반도체 지형도 급변 예고[반도체 M&A]
수정 2023.02.23 09:58입력 2022.09.26 08:30

③뛰어난 제조 역량에 설계 더해지면 시너지
삼성·SK 연대 시 韓 반도체 업계에도 '호재'

2주간의 해외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지난달 18일 연말 가동을 목표로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설계지원센터는 시스템 반도체 설계자산(IP) 플랫폼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부품 업체의 IP 접근성을 높이고 우수 IP 기업을 육성하는 차원에서다. '소프트웨어(두뇌)'보다는 '하드웨어(부품)'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쏠려 있다고 평가받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입장에서도 참고할 만한 내용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IP 업체 M&A에 적극적이라고 알려진 이유는 소프트웨어 구축 역량을 갖추지 않으면 회사의 성장 동력(모멘텀)이 경쟁 업체보다 낮아질 것이란 위기의식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ARM의 반도체 설계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범용성'이다. 자동차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데이터 센터 데이터처리장치(DPU) 등에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태블릿AP, 클라우드 서버, 인공지능(AI) 프로세서 등으로 쓰임새가 넓어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AP의 경우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 주요 모바일 AP인 엑시노스를 'ARM 계열' 기술 제휴를 통해 제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메모리 강자' 한국 업체들의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역량이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세계 1·2위 메모리 반도체 강자지만 설계 능력 등을 포함한 전체적인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역량은 경쟁 업체보다는 처진다는 평을 듣는다. 각종 투자와 세트(완제품) 업체 확보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요인이 됐다. 삼성의 경우 영국 ARM을 비롯해 독일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 네덜란드 NXP 등 업체 인수설이 꾸준히 나왔던 이유다.


삼성의 경우 과거부터 IP 역량 확보를 위해 국내 디자인하우스 인수 전략을 펼 수 있다는 시장 전망이 나왔다. 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에서 설계도면을 받아 파운드리 생산공정에 맞게 다시 디자인하는 역할을 하는 업체다. 삼성도 세미파이브 등 여러 디자인하우스를 에코시스템 파트너(DSP·Design Solution Partner)로 선정해 협력해왔다. 2015년께는 AMD 등과 거래관계가 있는 글로벌파운드리 매각설이 나오기도 했었다. ARM 인수 시 '숙원'을 이루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IP 역량 확보와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 간 궁합도 좋은 편이다. 최근 고품질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부품을 세트 업체에 납품하는 방식에만 의존하는 경영 방식보다는 '메모리 센트릭 컴퓨팅' 위주로 업계 트렌드가 바뀌는 점도 부품 업체인 삼성전자가 IP 업체 ARM 인수를 노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메모리 센트릭 컴퓨팅은 메모리 반도체 부품이 시스템 처리 속도를 높여주는 기능만 하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 등 기기의 연산·저장 등을 담당하는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높은 제조 능력에 설계 능력까지 갖추면 이 분야에서 유리해진다.



삼성에 국한된 면이 있지만, 한국 반도체 업계에도 'ARM 딜' 성사는 호재다. 시스템 반도체 사업 재편 속도가 빨라질 수 있어서다. 딜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연대(컨소시엄 구성)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긍정적인 뉴스다. 메모리 반도체 양산 능력이 뛰어난 두 회사 모두 설계 능력 확보를 통한 시너지를 노릴 여지가 생긴다.


늦기 전에 시스템 반도체 업계에 자리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선 세계 1위지만 파운드리에서 1위 TSMC에 주요 세트업체 애플을 뺏겼다. '제3 시장'인 시스템 반도체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늘리는 게 필수다.


시스템 반도체 IP 분야에서 보수적인 '인텔 계열'보다는 개방적인 'ARM 계열' 공급망을 빨리 확보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미국 세트 업체의 압박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은 PC 서버용 CPU까지는 어려워도 모바일과 차량용(자율주행차) 시스템 반도체에선 어느 정도 수준의 존재감은 보여야 한다. ARM 인수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가 ARM 지분을 확보하면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고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할 길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이 삼성-ARM 딜에 대해 '지분 확보'란 보수적인 수단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하는 이유는, 각국 정부가 반도체를 국가 안보의 열쇠로 받아들여 승인 거부를 할 리스크가 작지 않다는 사실 때문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 현실적으로 삼성전자가 ARM의 기술만 이전받고 라이선스 가치를 키운 뒤 손정의 회장 뜻대로 ARM을 미국 증권시장에 기업공개(IPO)하는 방식으로 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설계'(시스템LSI사업부) 사업을 파운드리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사실 때문에 ARM 인수 수직 계열화까진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게 사실이다. 설계 역량을 강화할수록 삼성 파운드리에 반도체 생산 위탁을 맡긴 세트 고객사 기술 유출 우려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 하드웨어+ARM 소프트웨어' 수직 계열화 시나리오는 실현되기 어려울 수 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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