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아파트 이웃 살해범 공판기일
검찰 사형 구형 및 전자발찌 부착명령 청구
변호인 "진술 번복했지만 최종적으로 인정"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이사 비용을 마련하려 같은 아파트에 살던 이웃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사형을 구형받은 40대 남성 측이 최후 변론에서 내놓은 입장이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김동현)는 지난 21일 오전 주거침입 및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박모씨의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은 평소 이모라 부르던 이웃 주민을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잔혹하게 살해했다"면서 "수사 과정에서도 진술을 번복하는 등 진지하게 반성하는 태도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회에서 영구적으로 격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서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와 함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함께 청구했다.
박씨는 최후변론을 통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박씨 측 변호인의 발언이다.
박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처음부터 살인의 목적이 가진 것이 아니었고, 단지 피해자 집에서 금품을 훔치기 위해 들어갔다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피해자가 집에 들어왔을 때 피고인은 몸을 숨겼는데, 살인 의도가 있었다면 굳이 피할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가 다시 나가길 바랐는데, 그러지 못하면서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피고인이 다수의 폭력 전과가 있긴 했으나, 이것으로 살인을 다시 저지를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징역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적이 없고, 모두 기소유예나 집행유예에 그쳤다"면서 "20대와 30대에 이르기까지 중식당에서 꾸준히 근무하면서 성실하게 살아온 피고인이 전자장치를 부착하게 되면 출소 후 취업하기가 어려워져 경제적 곤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피고인이 수사 과정에서 범행 금액과 관련돼 진술을 번복한 것은 사실이지만, 수사 절차에서 진술이 바뀌는 것은 조바심이나 처벌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인해 흔하게 발생하는 일"이라며 "최종적으로는 모두 인정하지 않았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별다른 발언 없이 선고 기일을 지정하고 재판을 끝냈다.
앞서 박 씨 측은 지난 6월 22일 열린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7일 두 번째 공판에서 검찰의 구형까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재판부는 공판 속행을 결정했다.
검찰이 박씨에 대해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전자장치 부착명령과 관련한 변호인 의견을 듣는 등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박씨는 기초생활급여를 받으며 생활하다 모친이 사망한 뒤 서울 강서구 등촌등의 아파트에서 나가야 할 상황에 처하자 이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평소 모친과 알고 지내던 이웃 A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박씨는 A씨 집 비밀번호를 알아내 그의 집에서 몰래 물건을 뒤지던 중 피해자가 들어오자 살해한 뒤 금품 192만 8000원을 훔쳐 달아났다.
경찰은 'A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방문 사회복지사의 신고를 받아 출동해 아파트 안에서 숨진 A씨를 발견했다. A씨는 발견 당시 손발이 묶여있던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와 주변 이웃들의 진술, 현장 지문 등으로 피의자를 박씨로 특정하고 같은 달 경기도 부천의 한 모텔에서 박씨를 검거했다.
한편 박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 달 5일 오후 2시 10분 진행될 예정이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