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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다이어리]"미국의 승리"라는 바이든…외교 시험대 선 '경제동맹'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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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다이어리]"미국의 승리"라는 바이든…외교 시험대 선 '경제동맹' 한국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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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미국의 승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기후변화 대응·에너지 안보 등을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에 서명한 후 내놓은 평가다. 이 법안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최대 실적이자 정치적 승리로 손꼽힌다. 직후 국정 지지율은 40%대를 회복했고, 민주당은 이를 중간선거 모멘텀으로 삼기 위한 표심 몰이를 가속화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미국의 승리'가 동맹국인 한국, 특히 한국 자동차 업계에 '전기차 불이익' 유탄으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도, 당장 전기차 수출 길이 막힌 업계도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에서 인플레 감축법을 두고 '배신'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반발이 크다"면서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 소식을 잇달아 발표했음에도 이번 조치가 나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 환구시보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인플레 감축법을 통과시키며 한국의 등에 칼을 꽂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모두 한미 정상이 화기애애하게 '경제 동맹'을 선언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확인된 동맹의 현주소다.


미국의 인플레 감축법에는 전기차 구매자에게 최대 7500달러의 세금 공제를 제공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그 대상을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차로 한정한 탓에, 전량을 한국에서 생산하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들은 모두 배제돼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세계무역기구(WTO)의 내국민 대우 및 최혜국 대우 원칙을 위반했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한국에서는 '뒤통수를 맞았다'는 격한 반응마저 나온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으로 밀월 관계에 들어서는 듯했던 한미 경제동맹의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주도의 경제협의체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는 물론, '칩4'(Chip4·한국 미국 일본 대만) 참여까지 '중국 배제' 메시지를 담은 미국의 노골적인 요구를 대부분 수용해왔음을 떠올릴 때 한층 더 씁쓸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법안 시행의 최대 희생양으로 평가되는 현대차그룹의 경우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당시 100억달러 이상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던 곳이다.


더욱 씁쓸한 것은 미국의 반응이다. 부랴부랴 급파한 정부 대표단의 방미는 물론, 미국에 강력한 해법을 주문할 기회였던 한미일 안보실장협의도 최근 별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몇 달 전만 해도 반(反)중국 경제 안보를 명분으로 동맹국과의 공조를 강조했던 미국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인플레 감축법이 한국에 플러스가 많은 것 같다"는 의문스러운 말을 남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날 "앞으로 전기차, 반도체, 광섬유 등 주요 부품을 미국에서 만들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자국의 제조업 부흥이라는 명목하에 언제든 한국에 추가 칼날이 돌아올 수 있음을 예고하는 듯하다.


전기차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국회, 업계가 부랴부랴 방미 대표단을 급파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현재로선 의미 있는 결과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으로선 최대 입법 성과인 인플레 감축법의 개정 또는 시행 유예를 거론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한국만 예외로 해줄 명분과 이유도 마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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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남은 건 외교 역량이다. 중간선거 이후라도 예외 조치를 받아내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할 때다. 윤 대통령이 직접 9월 유엔총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타개책을 찾을 필요도 있다. 한미동맹 강화를 최우선 순위라고 밝혀온 윤석열 정부의 대미 외교 역량이 진짜 시험대에 올랐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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