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까지 기류 수렴으로 비, 5일 이후 태풍 직접 영향
3~4일 제주도·남해안에 시간당 30~50㎜
5일 수도권, 강원영서중·북부, 충남북부 시간당 50~100㎜
태풍 상륙하는 6일부터 전국적으로 시간당 50~100㎜
매미·사라만큼 강한 힌남노 전례 없는 한반도 상륙
서쪽으로 치우치거나 해안가 지나가는 경로 변동 가능성도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태풍 힌남노가 5일부터 북동진하면서 6일 오전 제주도와 부산 남서쪽 해상에 상륙한다. 6일까지 제주도 산지는 600mm 이상, 남해안과 경상권·동해안에 400mm 이상 많은 비가 내리겠다. 8월 초 중부지방에 내린 폭우에 버금가는 강수량인데다 역대 가장 강력했던 태풍 수준의 강풍을 동반하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기상청은 3일 수시브리핑을 열어 6일까지 전국에 100~300mm가량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지형의 영향을 받는 제주도 산지에는 600mm 이상 물폭탄이 쏟아진다. 제주와 남해안, 경상권 동해안, 지리산 부근에 400mm 이상 비가 내리겠다.
지역별로 강수가 집중되는 시간이 다르다. 제주도·남해안은 3~4일에 시간당 30~50mm로 강한 비가 쏟아지고 5일부터 수도권과 강원영서중·북부, 충남북부에 시간당 50~100mm씩 비가 내린다. 태풍이 상륙하는 6일부터 전국적으로 시간당 50~100mm 이상 매우 강한 비가 내리겠다.
4일부터 5일까지 태풍이 끌어올리는 고온 다습한 공기와 북서쪽에서 남하하는 차고 건조한 공기가 수렴되면서 비가 내리고, 5일 이후부터는 태풍 힌남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이어지겠다. 중부지방과 수도권에는 4일 오후부터 호우특보가 발표되고, 태풍이 북상하면서 5일 오전 제주도와 남해안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태풍특보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이 한반도에 가장 가까워지는 5일 밤부터 6일 사이에 순간최대풍속은 제주도와 전남 남해안, 경남권 해안에 초속 50m, 경북 동해안과 강원 영동, 전남 서해안, 울릉도·독도는 초속 30~40m, 그외 남부지방과 충청권은 초속 20~30m로 전망된다. 수도권·강원 영서는 초속 15m 내외다.
이광연 예보분석관은 "차고 건조한 공기와 고온 다습한 공기가 충돌하면서 강한 비구름대가 발달하고 힘겨루기 정도에 따라 정체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라며 "태풍이 북상하면서 강풍반경의 영향에 드는 순서대로 남서쪽에서 북동쪽으로, 수도권과 강원 영서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태풍 영향권에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풍 힌남노는 서쪽에 위치한 티벳 고기압과 동쪽에 위치한 북태평양 고기압 사이 틈새를 따라 북상하고 약화된 태풍이 재발달한 상태로 한반도에 상륙한다. 태풍의 에너지원이 되는 해양의 열용량이 큰 데다 태풍 경로상에 발달된 구름들이 수증기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서다.
3일 9시 기준 힌남노는 대만 남동쪽 390km 해상을 지나 북서진하고 있으며 현재 중심기압은 940hPa, 순간최대풍속은 초속 47m다. 북위 30도를 넘는 5일부터 방향을 꺾어 북동진해 6일 오전 9시 부산 남서쪽 70km 육상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5일부터 6일 사이에 부산에 상륙하는 시점에는 지형과 상호작용과 많은 비를 뿌리며 이동하는만큼 태풍 강도가 다소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어디까지 상대적인 개념이며 태풍 규모나 강도를 간과해선 안된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태풍이 지나간 이후 폭풍해일이나 월파, 저지대 침수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 이 예보분석관은 "태풍 지나고 난 이후 가장 천문조가 높은 시기와 겹치는데, 태풍이 우리나라로 접근해오는 시점이 해수면이 높아지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태풍으로 인한 높은 물결과 높은 해수면이 맞물려 해안가 중심으로 폭풍해일과 월파, 바다 수위가 높아지면서 빗물이 빠져나가지 못해 저지대 지역에 침수 가능성이 있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힌남노는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입혔던 ‘사라’나 ‘매미’ 수준으로 강한 태풍이다. 지금까지 힌남노 수준으로 중심기압이 낮은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한 전례가 없었다. 힌남노의 중심기압은 940~950hPa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태풍 중심기압은 낮을수록 소용돌이가 더 강해 강한 태풍으로 분류된다. 1959년에 발생한 태풍 사라는 991.5hPa로 태풍 강도는 다소 약했지만 많은 피해를 입혔고, 2003년 발생한 태풍 매미는 954hPa로 역대 두 번째로 강했다.
태풍 이동 경로가 바뀔 가능성도 남아있다.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확장할 경우 더 서쪽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쪽으로 이동하는 상황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내륙 지역에 미치는 피해 규모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수치예보모델들이 예상하는 경로 위치가 제각기 다르고, 전남까지 치우치는 시나리오부터 해안가로 빠져서 이동하는 시나리오까지 다양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예보분석관은 "현재까지는 서쪽으로 이동할 가능성과 해안으로 빠질 가능성 모두 다 열려있다. 수치예보모델의 전망치가 제시하는 폭이 엄청나게 크다"라며 "어느 경로로 오더라도 태풍의 강도는 강력할 것이라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