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억원에 매입해 1년 6개월 만에 재매각 추진, 1000억대 차익 노려
기존 구로역 및 신도림역세권 지구단위계획에 주민제안 덧붙여
자체사업 한다지만 연간 100억 이상 금융비용 감당할지
[아시아경제 차완용 기자] 구로역 일대 옛 쌍용자동차 서비스 부지를 사들인 자산운용사 피아이에이(PIA)가 최근 해당 부지 매각에 나섰다가 철회했다. 한 개발회사와는 적극적인 협상을 진행했지만, 매각대금에 대한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결렬됐다.
결국 PIA는 매각을 철회하고 자체개발을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1700억원이 넘는 PF대출에 대한 이자비용과 영업비용 그리고 복잡한 인허가 절차까지 모두 부담인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부지가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예상보다 냉담한 반응, 결국 매각은 없던 일로
25일 부동산투자업계에 따르면 PIA는 지난해 12월 구로동 일대에 대한 구로역 및 신도림역세권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이 조건부 가결된 직후 옛 쌍용차 서비스 부지(1만8089㎡, 2020년 6월 매입)를 매각 시장에 내놨다. 정확한 매각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PIA가 ‘지식산업센터 건립’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3000억원 내외를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앞서 PIA는 2020년 쌍용차로부터 해당 부지를 1961억원에 매입했으니 1년 6개월 만에 1000억대의 차익을 기대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분명 호재는 있다. PIA는 부지를 매입한 후 곧바로 지하4층~지상17층 규모의 지식산업센터 건립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2016년 마련된 구로역 및 신도림역세권 지구단위계획에 인근 도로 조성, 도서관 건립 등을 골자로 하는 주민제안 방식으로 서울시의 조건부 승인을 얻어냈다. 부동산업계에서도 호재로 받아들이며 이 일대 땅값 상승을 예상했다.
하지만 치솟은 금리와 침체된 부동산 경기가 발목을 잡았다. 특히 금융권의 PF대출 자금이 잠기면서 관심을 보인 시행사가 별로 없었다. 그나마 2곳이 접촉을 해 왔는데 매각액에 대한 차이가 컸고, 한곳은 PF대출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진행해야 하는 인허가에 있어 소요되는 기간이 늘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해당부지가 지구단위계획과 주민제안개발 등을 포함하고 있는 만큼 관할 구청의 건축과, 주민과, 도시정비과 등과 각각 별도로 인허가와 관련된 사안을 협의해 추진해야한다. 매각액이 높은 만큼 상당부분 PF대출을 끼고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사업기간이 길어질수록 수익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금융비용만 연 100억 이상, 내년 초 다시 매물로 나올까
실제로 PIA는 해당 부지에 대한 금융비용으로 지난해 100억원이 넘는 돈을 지출했다. 부지를 사들이며 받은 PF대출 1776억원에 대한 연간 이자비용만 82억5691만원, 영업비용 20억2414억원이다. 올해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만큼 영업비용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PIA는 세일 앤 리스백(Sale&Leaseback) 방식으로 쌍용차와 임대차계약을 맺어 당장 손해는 없다. 쌍용차가 2년 동안 사용하는 조건으로 임대료 216억원을 선납했고, 추가로 임대기간 1년 연장을 해 2023년 06월 28일까지는 여유가 있는 셈이다. 현재 PIA는 쌍용차로부터 받는 임대료를 기간별로 안분해 PF대출 이자 및 영업비용으로 사용 중이다.
문제는 내년부터다. 쌍용차 임대료를 제외한 영업이익이 없는 상황에서 막대한 이자비용과 사업 추진비용은 손실로 연결된다. 더욱이 인허가도 복잡해 착공까지는 상당한 기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업 완료시점까지의 손실액도 가늠하기 어렵다.
여기에 이미 막대한 PF대출을 받은 만큼 착공에 들어갔을 경우 사업비 마련도 골칫거리다. 다행히 해당사업을 위해 PIA가 설립한 특수목적 법인 피아이에이구로역피에프브이(PIA구로역PFV)에 현대건설과 현대차증권이 각각 22.22%, 25% 지분을 투자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들 외에 아시아신탁과 젠스타메이트 등도 우선주로 참여해 각각 2.78%의 지분을 취득하고 있다.
앞서 현대건설과 현대차증권이 지분투자로 참여하면서 PIA는 우리종합금융, 키움캐피탈, 성남수정새마을금고 외 9곳, 오케이캐피탈, 에이치비피제이차, 인베스트구로제일차 등 대주단으로부터 1776억원에 대한 브릿지론을 받을 수 있었다.
부동산투자업계에서는 PIA가 쌍용차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전에 다시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부동산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좋아 자체사업이 잘된다는 확신만 있으면 무리를 해도 되지만, 요즘 같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땅값을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을 때 손을 털고 나오는 것이 가장 좋다"며 "PIA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니 매각을 추진했던 것으로 보이고, 임대수익이 끊기기 전에 다시 매각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PIA측은 "매각을 철회하고 자체사업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으며, 현재 관할 구청과 건축허가 등 인허가와 관련된 사항들을 협의하고 있다"며 "물론 막대한 금융비용이 부담인 상황이지만 매각보다는 자체사업을 진행했을 때 더 큰 수익률이 나올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PIA처럼 개발사업을 만들어 놓은 뒤 땅값을 올려 재매각하는 행태가 결국 부동산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중간에 사업자가 바뀌는 만큼 재개발 사업 진행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재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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