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물류비 오르는데 이사 작년의 3분의 1 수준
가구·인테리어 수요 급감 "3분기 전망도 암울"
한샘 리하우스디자이너(RD)가 홈플래너2.0 프로그램을 사용해 3D 설계 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한샘][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가구업계가 1년새 제품가격을 세 번이나 올리고도 여전히 울상이다.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 등 비용이 급증하고 있는 데다 주택매매 감소로 이사 가구마저 줄면서 가구 구매나 인테리어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주요 가구업체들은 올들어 최소 두 번 이상 판매가격을 인상했다. 한샘은 이달부터 인기 침대 모델인 유로 시리즈 일부 프레임 가격을 5~10% 올렸다. 한샘은 지난 4월 소파와 침대, 책상 등의 가격을 평균 4% 인상했고, 앞선 2월과 3월에는 창호와 마루 등 건자재 제품과 주방, 욕실 제품도 평균 5% 가량 올린 바 있다.
현대리바트도 지난 1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주방과 욕실 제품, 소파와 침대 등의 가격을 3~5% 인상했고, 퍼시스그룹 계열사인 시디즈와 일룸 등은 지난 4월과 5월 의자 190여개 품목과 침대와 소파 등의 가격을 3~4% 가량 올렸다. 부엌가구 전문 에넥스는 지난 5월 주방가구 가격을 5~10%, 에몬스는 이달부터 침대·소파·식탁 등 일부 품목 가격을 평균 6.5% 각각 인상했다.
이케아코리아는 올해 1월과 2월 두 차례에 걸쳐 주요 품목의 가격을 평균 3~25% 올렸고, 씰리코리아는 7월에 베스트셀러 매트리스 일부 품목의 가격을 평균 7.4%, 템퍼코리아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5월, 이달 등 세 차례에 걸쳐 매트리스 가격을 3~5%가량 각각 인상했다.
주요 가구업체들은 하나같이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물류비 등의 상승으로 판매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세 차례에 걸친 판매가격 인상에도 가구업계는 여전히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주택매매 급감이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매매로 인한 전국 집합건물(아파트, 연립·다세대주택, 오피스텔 등) 소유권이전등기 신청건수는 6만9543건으로 2013년 9월(6만974건) 이후 최저치다. 1년전인 지난해 7월(11만7779건)에 비해서는 반토막 수준이다. 한달 전인 6월(8만3500건)에 비해서도 1만5000건 가까이 급감했다. 주택매매가 이뤄지지 않으니 이사 수요가 줄고, 이사를 다니지 않으니 가구나 인테리어·리모델링 수요가 없어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샘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1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0.2% 감소했고, 매출도 526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4.9% 줄었다. 실제 이 기간 인테리어 공사현장 패키지 세트수는 517건으로 전년동기(588건)대비 12% 가량 감소했다. 한샘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상승은 하루이틀로 끝날 문제가 아니고 그동안 대비를 해왔기 때문에 감당해 나가고 있다"면서 "지금 가장 큰 어려움은 주택매매가 안된다는 데 있다. 이사가 전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면서 인테리어·리모델링 수요도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2분기 전망도 어둡다. KB증권은 한샘의 2분기 예상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8.1% 줄어든 5225억원, 영업이익은 같은기간 대비 77.0% 감소한 64억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매매거래량 감소라는 부정적인 시장 환경 속에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율 부담, 외형 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 등으로 부진할 것이라는 게 KB증권의 전망이다.
다른 가구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29억원)이 전년동기대비 70.3% 감소한 현대리바트와 같은기간 4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에넥스 등도 주택시장 활성화 외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지난 2월 토털 인테리어 브랜드 리바트 집테리어를 출시하자마자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직격탄을 맞았고, B2B(건설사 대상 특판)에 치우친 사업구조가 발목을 잡고 있다. 2분기는 물론 3분기까지 어려운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한 부동산 규제완화와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서둘러 주기 바란다"면서 "기업이 실적 방어를 위해 판매가격을 올리는 데도 한계가 있는 만큼 지금은 정부의 정책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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