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균 장관 새 정부 업무계획 보고, 전면에 '살아 숨 쉬는 청와대' 내걸어
"앞으로 문체부서 전반적인 운영 주도…프리미엄 전시 공간으로 재구성"
대통령 역사문화 공간 조성…자문위원단에 박지만·노재헌·김현철 등 합류
문화재청 역사·문화 연구 충돌 우려엔 "충돌 여지 전혀 없다" 단언
"청와대를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처럼 프리미엄 전시 공간으로 만들겠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새 정부 핵심과제 전면에 '살아 숨 쉬는 청와대'를 내걸었다. 원형을 보존하되 예술을 접목해 국민 속에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박 장관은 21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새 정부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핵심과제는 ▲살아 숨 쉬는 청와대 ▲K-콘텐츠가 이끄는 우리 경제의 도약 ▲자유의 가치와 창의가 넘치는 창작 환경 조성 ▲문화의 공정한 접근 기회 보장 ▲문화가 여는 지역 균형 시대 다섯 가지. "국민과 함께하는 세계 일류 문화 매력 국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가장 공을 들이는 과제는 단연 살아 숨 쉬는 청와대다. 국민 품으로 돌아온 만큼 새 정부의 핵심 브랜드이자 대한민국 최고의 상징자산으로 키울 생각이다. 공간의 다양성과 품격, 매력을 확장해 문화·예술적 면모를 확립하고자 한다. 박 장관은 "문화재청이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을 꾸려 청와대를 관리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문체부에서 전반적인 운영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본관 내부가 공개된 2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를 찾은 시민들이 본관을 관람하기 위해 줄을서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문체부는 본관과 관저를 예술작품이 함께하는 전시 공간으로 재구성한다. 전자에서 공간에 맞춰 제작된 작품은 본래 자리에 그대로 배치한다. 후자에는 거실과 별채 식당을 중심으로 미술품을 설치한다. 대정원은 종합 공연예술 무대로 활용한다. 박 장관은 "개방 1주년 등 주요 계기마다 국악, 클래식, 대중음악 등 다양한 분야가 어우러지는 공연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빈관은 프리미엄 근현대 미술품 전시장으로 꾸민다. 청와대 소장품 기획전, 이건희 컬렉션 등 국내외 최고 작품을 유치해 선보인다. 박 장관은 "동서양 요소가 혼합된 포스트모더니즘 양식의 건축물로, 고품격 전시에 적합하다"며 "이르면 가을부터 전시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최고 전문가들을 대거 참여시켜 프리미엄 전시 공간으로 조성한다"며 "민관 협력의 롤모델을 제시하겠다"고 자신했다.
문체부는 첫 전시로 청와대 소장품 특별전을 준비 중이다. 허백련, 장우성, 김기창, 허건, 서세옥, 배렴, 박대성, 송규태 등의 작품을 펼쳐 한국화의 아름다움을 알릴 예정이다. 박 장관은 "1948년 이승만 경무대 시절부터 최고의 미술품이 있었다는 스토리텔링 기초작업을 병행해 진행 중"이라며 "도록 등 관련 작업은 민간 전문가에게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녹지원 등 야외공간에는 조각공원을 마련한다. 파빌리온 프로젝트 등 특별전시 공간으로도 활용할 예정이다. 춘추관은 시민 소통 공간, 2층 브리핑실은 민간에 대관하는 특별 전시 공간으로 바꾼다. 전자의 첫 전시는 8~9월 장애인문화예술축제로 낙점했다. 박 장관은 "다음 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소통하고 공감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와 협의 중"이라며 "김현우, 정은혜 작가 등이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복합 문화 공간 추진에는 박 장관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 그는 "김영삼 대통령 집권 당시 청와대 출입 기자로 활동했다"면서 "영빈관 2층에서 문화행사를 취재하며 전시 공간으로 적합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도 가보시면 다양한 공간 활용을 상상하게 될 것"이라면서 "건축물 원형만 보존·관리한다면 문제 될 일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청와대를 대통령 역사문화 공간으로도 조성한다. 본관 터 등을 대통령의 리더십과 삶, 권력 심장부를 실감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꾸민다. 이미 스토리텔링 등을 위한 자문위원단은 구성됐다. 이승만 대통령 며느리 조혜자씨를 비롯해 윤보선 대통령 아들 윤상구씨, 박정희 대통령 아들이자 박근혜 대통령 동생 박지만씨, 노태우 대통령 아들 노재헌씨, 김영삼 대통령 아들 김현철씨, 김대중 대통령 아들 김홍업씨 등이다. 박 장관은 "하나같이 청와대에 실제 거주했던 분들"이라며 "기록으로 남지 않은 역사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이에 맞게 전시 공간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관련 사업으로 김영삼 대통령의 지시로 철거된 구 본관 터 모형도 복원한다. 현재 '절병통(현관 지붕 위에 있던 장식물)'만 남아 있는 곳이다. 박 장관은 "정부 수립은 물론 6·25 전쟁, 산업화, 민주화의 고뇌를 함께한 대통령의 문화 흔적"이라며 "재조명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역설했다.
사실 청와대 터의 역사는 고려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문종과 숙종이 남경 이궁(離宮)을 지었다. 조선 세종은 경복궁 후원을 조성했다. 당시 건립된 서현정, 취로정, 관저전, 충순당 등은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 고종은 창덕궁 후원을 본떠 복원에 나섰다. 상춘재와 녹지원 인근에 융문당과 융무당을 만들어 무과 시험장 등으로 활용했다. 영빈관 인근에는 풍년을 기원하는 뜻에서 논밭인 팔도배미와 재당인 경농재를 조성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현재 땅속 유물 유무 여부를 파악하는 물리 탐사를 진행 중이며 역사·문화 가치를 파악하는 기초 조사도 준비한다. 복합 문화 공간과 상반된 성격의 연구지만 박 장관은 개의치 않았다. "충돌할 여지가 없을 만큼 치밀하고 정밀하게 살아 숨 쉬는 청와대를 준비하고 있다"며 "문화의 힘으로 대통령 업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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