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김대현 기자] 지난해 특별사면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퇴원 후 대구 달성군 사저로 입주했다. 지지층이 사저 앞으로 재결집하는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이 10원 한장 안 받고 억울한 옥살이 했다'는 주장들이 확산 중이다. 최근 포털에 실린 박씨의 관련 기사엔 "돈 한 푼 받지 않았는데도 감방 간 최초의 대통령"이란 댓글이 공감수 2000개 가까이 받기도 했다.
박씨는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이후 뇌물수수 및 국정원 특수활동비(특활비) 상납, 새누리당 공천개입 등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총 22년에 벌금 180억원을 확정받았다.
뇌물이란 직무에 관한 부정한 보수로서의 모든 이익을 말한다. 박씨의 뇌물 관련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뇌물' 혐의와 일부 국고손실 혐의 등이다. 일반 뇌물죄가 아닌 특가법상 뇌물죄가 적용된 이유는 뇌물 액수가 컸기 때문이다.
법원은 박씨가 일부 대기업으로부터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의 미르·K스포츠재단을 통해 수백억원의 출연금을 받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박씨가 경제적 공동체인 최씨와 공모해 역할을 나눠 뇌물을 받아냈다'는 취지의 검찰 논리를 받아들인 것이다.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과 오랜 사적 친분을 유지해 온 최씨와 공모해 기업들에게 각 재단에 대한 출연을 요구하고, 최씨가 설립 및 운영을 주도하거나 그와 친분 관계가 있는 회사 등에 광고 발주나 금전 지원, 계약 체결을 요구했다"며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박씨가 국정원으로부터 특활비를 상납 받은 혐의 또한 유죄로 인정됐다. 박씨는 2013년부터 3년여 간 국정원장들로부터 합계 35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특활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박씨는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자 정기적으로 받아오던 특활비 상납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박씨가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소식에 "추석에 사용하라"며 특활비 2억원을 자진해서 내기도 했다.
특활비 중 일부는 사저 관리비, 의상실 유지비용 등 사적인 용도로 사용됐다. 이에 대해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국가가 입은 손실 규모가 상당하다"며 "무엇보다 엄정해야 할 국가 예산 집행의 근간이 흔들리게 됐을 뿐만 아니라, 국정원의 예산이 본연의 직무인 국가 안전보장에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게 돼 국가와 국민의 안전에 위험이 초래될 우려마저 있었다"고 질책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판단이 옳다고 보고 지난해 1월 판결을 확정했다.
"피고인의 범행으로 대통령 파면을 맞이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국민과 우리 사회 전체가 입은 고통의 크기는 헤아리기 어렵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판결문에 적은 양형 이유 중 일부다. 억울한 것은 국가와 국민이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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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 1년 차 지방직 공무원 오모씨(27)는 최근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으나, 업무량에 비해 낮은 급여 수준에 회의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오 씨는 "공무원이 안정적인 일자리라 스트레스가 덜할 줄 알았다"며 "그러나 생각보다 야근이 잦았고, 악성 민원인을 마주할 일도 많아 스트레스가 컸다"고 토로했다. 이어 "열심히 일해도 급여가 낮으니 일할 의욕이 더욱 떨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때 100대 1에 가까웠던 9급 국가공무원 공채시험 경쟁률이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공무원은 안정적인 고용환경으로 인해 이른바 '철밥통'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일반 기업에 비해 적은 급여 수준, 폐쇄적인 조직 문화, 업무 과중 등으로 인해 최근 공무원을 선호하는 젊은층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선발시험의 평균 경쟁률이 29.2대1로 집계됐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2월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선발시험 원서를 접수한 결과, 5672명 선발에 총 16만5524명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9급 국가공무원 시험의 평균 경쟁률이 30대1 이하로 내려간 건 1992년(19.3대1) 이후 처음이다.
2011년 93.3대1까지 치솟았던 9급 국가공무원 시험 평균 경쟁률은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최근 5년간 경쟁률은 ▲2018년 41대1 ▲2019년 39.2대1 ▲2020년 37.2대1 ▲2021년 35대1 ▲2022년 29.2대1 등으로 하향 곡선이 뚜렷하다. 인사처는 경쟁률이 하락하는 원인으로 ▲20∼30대 인구의 감소 ▲공무원 연금제도 개편 등을 일차 요인으로 보고 있다.
수험생이 서울의 한 공무원 학원 내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다만 청년들 사이에서는 경직된 조직문화와 낮은 보수 등을 원인으로 꼽는 의견도 나온다. 취업준비생 이모씨(25)는 "꿈이 없어서 안정적인 공무원을 할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공무원이 하는 일에 비해 월급이 너무 적다고 생각했다"며 "또 최근 악성 민원인들도 꽤 있지 않나. 차라리 급여가 높거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사기업에 들어가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이 가운데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젊은 공무원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2020년 18~35세 공무원 가운데 5961명이 퇴직했다. 이는 2017년 4375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특히 5년 이하 재직 중 퇴직자는 9968명으로, 전체 퇴직 공무원의 21%를 차지했다.
9급 공무원 최모씨(28)는 "공무원이라고 일이 편한 게 아니다. 상사가 시키는 잡다한 업무는 물론이고, 각종 악질적인 민원까지 다 감당해야 한다. 이직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나에게 맞는 다른 직업을 찾는 게 쉽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다니고 있다"며 "또 상명하복을 강요하는 문화가 아직 남아있다. 이런 구시대적인 문화에 지쳐서 퇴사하는 직원들도 여럿 봤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일자리 조건이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기성세대보다 젊은층이 더 쉽게 퇴사를 결정한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년층은 안정적이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지켜지는 직장을 선호한다. 그러나 어렵게 취업해도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느끼면 이를 참지 못하고 이직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