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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등골 브레이커’…“100만원 우습지만 어쩔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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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60만원이던 '등골 브레이커' 패딩
지금은 100~200만원이 기본
"내 자식 주눅들까" 부모들도 고민
명품 향한 열망, 범죄로 이어지기도

진화하는 ‘등골 브레이커’…“100만원 우습지만 어쩔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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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인천에 사는 권준현(49ㆍ가명)씨는 얼마 전 자녀에게 사줄 겨울옷을 알아보던 중 깜짝 놀라고 말았다. 마음에 드는 외투를 고르라고 하자 고등학교 2학년생 아들은 100만 원이 훌쩍 넘는 해외 브랜드 M사 제품 사진을 내밀었다. 그런 걸 입는 학생이 어디 있느냐는 핀잔에 아들은 오히려 "요즘 이런 옷 한 벌 없는 친구들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항변했다.


'등골 브레이커(부모의 등골이 휠 정도로 비싼 의류라는 뜻의 신조어)'라는 신조어가 나온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등골 브레이커라는 오명(?)이 붙은 브랜드는 유행에 따라 변하긴 하지만 여전히 부모들에겐 부담스럽기만 하다. 특히 '플렉스' 문화가 10대를 사로잡으며 요즘 등골 브레이커는 등골만 휘게 하는 게 아닐 정도다.


10여 년 전 등골 브레이커라는 용어를 만들어내며 '대장 패딩' 등으로 불리던 아웃도어 브랜드 N사의 다운재킷 제품은 60만 원 대였다. 당시엔 이 제품이 학생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었으나 지금은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다. 요즘 유행하는 해외 명품 브랜드의 다운재킷은 최소 80만 원에서 200만 원을 호가하는 게 기본이다. 안감이 털로 된 M사의 후드 집업 제품은 30~40만 원대 가격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 사이에서 체육복으로 불릴 정도로 흔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이런 고가 의류를 입은 청소년들의 '인증샷'이 넘쳐난다. 청소년들의 주요 소통 창구가 SNS인 만큼 명품 의류가 없는 청소년들은 이를 보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이런 이유로 자녀에게 고가의 의류를 사줘야 할지 고민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혹시 옷을 사주지 않았다가 친구들 사이에서 주눅 들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때론 명품을 갖기 위한 열망이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래 친구의 돈을 빼앗거나 도박을 통해 명품 구입 자금을 마련하는 사례다.



'등골 브레이커'라는 단어에서도 느껴지듯 이런 현상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반면 또래 문화에 융화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순종 경기대 청소년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이 사치를 부리고 불합리한 소비를 한다는 시선도 많지만 궁극적으로는 또래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한 나름의 생존전략인 측면이 강하다"면서 "문제는 구매력이 없는 청소년이 범죄 등 잘못된 방법에 손을 대는 것인데, 부모가 어릴 때부터 올바른 경제관념을 심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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