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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로또 사요" 취업난·경기불황…복권 의존하는 2030

수정 2020.08.02 06:00입력 2020.08.02 06:00

사회·경제적 이유로 복권 구매하는 청년층 증가
서울시민 4명 중 1명 "노력해도 계층 이동은 불가"
전문가 "미래 불확실하기 때문에 복권 구매에 기대"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희망이 없으니까 복권 사게 되네요."


직장인 A(27) 씨는 매주 복권을 구입하고 있다. A 씨는 "헛된 희망이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매주 조그만 희망이라도 붙잡아보고 싶어서 로또도 사고, 연금복권도 산다"고 밝혔다.


이어 "솔직히 요즘에 누가 월급만 꼬박꼬박 저축해서 돈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하겠냐"라며 "어느 정도야 돈을 모을 수는 있겠지만, 집을 사거나 지금 상황에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하니까 이런 것에라도 의존하게 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최근 복권 구매에 의존하는 20~30대 청년층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복권을 구매하는가 하면, SNS 및 온라인커뮤니티 등을 통해 '스피또', '로또', '연금복권' 등 당첨자들의 사연을 공유하면서 '당첨 기운을 받아간다'는 취지의 댓글을 달기도 한다.

이들은 복권 구매의 이유로 취업난과 청년부채, 집값 상승 등 경제적 측면을 꼽는다. 복권 구매가 증가하는 것이 단순히 개인적인 이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이다.


조사결과 직장인 10명 중 6명 이상이 매월 1회 이상 복권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개방형 서베이 플랫폼 '나우앤서베이'가 직장인 76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복권을 얼마나 자주 구입하는가"라는 질문에 "매주 구입한다"고 답한 사람은 3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2~3주에 1회'(15%), '한 달에 1회'(19%), '분기에 1회'(13%), '연간 1회'(10회)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구매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11%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청년들은 미래에 대해 기대할 수 없게 만드는 사회구조가 복권에 의존하게 되는 이유라고 입을 모았다. 직장 등 노동을 통해 자산을 축적하는 것보다 물가·집값이 상승하는 게 더 빠르기 때문에 현실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복권 등 소위 '일확천금의 꿈'을 노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사진=연합뉴스

대학생 B(23) 씨는 "꾸준히 복권을 구입하고 있다"며 "복권 구매하는 값이야 그날 커피 한 잔 안 사 먹었다고 생각하면 크게 부담되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B 씨는 "사실 정말로 복권이 당첨될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하지만, 사람 일은 또 모르는 것 아닌가"라며 "한번 당첨되면 평생 벌어도 못 만져볼 돈을 받게 되는 것 아니냐. 어차피 이 돈 다 모아도 집도 못 살 것 같아서 그런 생각으로 꾸준히 산다"고 했다.


이같은 인식은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서울시민 4명 중 1명은 노력을 해도 계층 이동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서울시 '2018 서울서베이'에 따르면, '노력하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질문에 "낮다"고 답한 응답자는 27.7%로 집계됐다. 같은 질문에 '보통'과 '높다'고 답한 응답자는 각각 48.3%, 24%로 파악됐다. "가능성이 낮다"는 응답이 "높다"는 응답보다 높은 비율을 기록한 것은 조사를 시작한 2011년 이후 최초다.


전문가는 경기불황 등의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복권 당첨을 일종의 돌파구로 생각하는 사회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취업난, 경기불황 등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복권이나 주식 등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특히 부동산이라고 하면 자산을 의미하는데, 자기 재산을 만드는 일이 다 사라졌다고 보는 것"이라며 "부모세대와 달리 갈수록 소득불평등, 기회불평등, 자산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복권처럼 어떻게 보면 '요행'을 바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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