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트레일러]추석 한국영화, 빈 수레가 요란하다

수정 2019.09.12 13:13입력 2019.09.12 12:15


# 권오광 감독, 박정민ㆍ류승범ㆍ최유화ㆍ이광수ㆍ임지연ㆍ권해효 주연 '타짜: 원 아이드 잭' ★★☆

포커판에서 날고 기는 고시생 도일출(박정민). 이상무(윤제문)에게 전 재산을 잃고 벼랑 끝에 몰리지만 애꾸(류승범)를 만나 인생 역전의 기회를 잡는다. 소재는 도박이지만, 다수 범죄자들이 모여 한탕을 계획하는 케이퍼 무비에 가깝다. 배우들의 매력이 충분히 나타나지만, 특유 합이 맞아떨어지는 쾌감은 덜하다. 연출보다 시나리오의 문제다. 빠른 전개로 단점을 일부 보완하지만, ‘원 아이드 잭(와일드 카드)’이 부재하다. 배역 간 호흡과 대사 또한 밋밋한 편. 음악에 지나치게 기대고 카메라 워크마저 단조로워 긴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박정민의 고군분투와 임지연의 향상된 연기는 주목할 만하다.




# 이계벽 감독, 차승원ㆍ엄채영ㆍ박해준ㆍ김혜옥ㆍ안길강ㆍ전혜빈 주연 '힘을 내요, 미스터 리' ★☆

아이 같은 철수(차승원) 앞에 갑작스레 나타난 어른 같은 딸 샛별(엄채영). 이승엽의 사인을 받기 위해 대구로 함께 떠나면서 아빠의 숨겨진 과거를 마주한다. 코미디를 표방한 신파 성격의 드라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다. 대구지하철화재참사를 함께 다뤄서 과감하게 웃기지 못한다. 그렇다고 희화화 요소를 철저하게 배제하지도 않는다. 철수를 제외한 배역들의 코미디는 과잉된 연기에 의존한다. 드라마는 플래시백을 남발할 만큼 진부하다. 로드무비의 틀을 빌리지만 작위적이고 설명적인 전개로 일관한다. 그래서 시대를 거스르는 느낌을 준다.




# 손용호 감독, 마동석ㆍ김상중ㆍ김아중ㆍ장기용ㆍ박효준ㆍ김인우 주연 '나쁜 녀석들: 더 무비' ★☆

교도소 호송차량이 전복돼 범죄자들이 탈주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경찰은 오구탁 반장(김상중)을 불러들여 범죄자로 흉악범을 잡는 특수범죄수사과를 다시 소집한다. 드라마 ‘나쁜 녀석들’의 극장판. 사건 규모만 커졌다. 기존 배역 두 명(오구탁ㆍ박웅철)을 그대로 가져와 생긴 여유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 특수범죄수사과에 흐르는 묘한 기류는커녕 어떤 긴장도 느낄 수 없다. 곽노순(김아중)의 경우 발휘하는 능력도 없다. 마동석을 필두로 한 액션은 무난하다. 그러나 화면 구도가 드라마처럼 단순하며 이야기의 개연성도 크게 떨어진다. 대중이 원작에 왜 열광했는지 모르는 듯하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과학을읽다]기후변화로 변종 '그롤라 곰' 등장?
수정 2020.02.04 17:22입력 2019.09.12 09:00
기후변화로 북극곰과 회색곰의 서식지가 겹치면서 탄생한 '그롤라 곰'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기후변화를 달리 표현하면 '지구 온난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는 지구가 점점 더 따뜻해진다는 의미입니다.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나타나는 현상은 무엇일까요? 바다는 대기 중에 존재하는 과도한 열의 90%를 흡수해 따뜻해집니다. 바다와 대기 중 공기가 따뜻해지면 얼어붙은 땅이 영향을 받고, 만년설, 빙하 등도 녹아 내립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인공위성이 측량한 남극 대륙과 그린란드의 얼음 질량은 전례가 없을만큼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만년설과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합니다. 해수면 상승은 바닷물의 범람과 허리케인 등 폭풍우를 증가시켜 해안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큰 재앙을 안기게 됩니다. 기후 예측이 어려워지고 극단적인 한파와 열대야가 일상화 됩니다.


이런 사실들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기후변화가 생태계와 인류에 미친 영향 중에는 비교적 덜 주목받거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도 적지 않습니다. 생태계의 변화는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그롤라 곰의 등장입니다. 그롤라 곰은 피즐리 곰이라고도 부르는데 이 새로운 종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서식지를 강제로 공유하게 된 회색곰과 부극곰의 교잡종입니다. 바다의 얼음이 녹으면서 북금곰은 해안으로 내몰리고, 온도가 올라가면서 북극의 추위도 견딜 수 있는 회색곰이 북쪽으로 진출하면서 두 종의 짝짓기가 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둘 사이에 태어난 그롤라 곰의 번식으로 새로운 종이 탄생한 것입니다.


따뜻해진 바다는 파충류의 성비를 더욱 불균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주로 열대 인근 따뜻한 바다에 사는 녹색 바다거북의 경우 29℃ 이상에서 배양한 알에서 부화한 새끼는 암컷이지만, 더 차가운 온도에서 부화한 새끼는 수컷입니다. 녹색 바다거북의 경우 원래 암컷의 개체수가 더 많긴 했지만 최근에는 성비가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2016년 카리브해 녹색 바다거북의 개체수 연구 결과, 수컷은 전체의 16%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2030년에는 수컷 개체수가 2%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돼 지구 온난화 때문에 짝짓기 상대를 찾기는 더 힘들어졌습니다.


동물의 덩치가 줄어들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예측도 있습니다. 자연 선택인지, 음식 부족에 의한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표면적 대비 부피를 줄이면 열을 발산하는데 효율적이기 때문에 세대를 거치면서 동물의 크기가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뉴햄프셔대 아비게일 캐롤 박사는 포유동물의 화석을 연구한 자신의 논문에서 "약 5400만년 전 2번의 온난기가 있었고 이 시기에 살던 동물을 화석은 다른 시기보다 더 작은 경향을 보였다"면서 "현재의 지구 온난화로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기후변화는 인류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합니다. 맑은 공기를 오염시키고, 수자원을 고갈시키며, 식량 공급을 제한합니다. 사람들의 생계를 위협해 고향을 떠나게 하며, 그들을 빈곤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기아와 재난으로 고향을 떠난 난민들이 모여 구성된 난민촌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국제연합 소속 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해 발간한 '식량위기에 대한 국제보고서'에 따르면, 해수면 상승과 극단적인 기상 현상, 장기화 되는 가뭄은 매년 수백만의 사람들이 식량과 물, 직장을 찾아 고향을 떠나게 만듭니다.


기후변화는 2008년부터 허리케인 등의 재난을 유발해 매년 2170만명의 이재민을 발생시켰는데, 이는 매일 5만9600명, 1분마다 41명 꼴로 이재민을 발생시키는 것입니다. 2016년에는 가뭄 등 재난으로 발생한 이재민이 2420만명에 달했고, 2017년에만 분쟁과 기후변화로 51개국 1억2400만명의 사람들이 기아에 빠졌습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우려합니다. 기후변화가 야기한 식량부족이 생계를 위협하고, 사람들을 이재민으로 만들면 기후변화 충격을 관리할 수 없는 정부나 기구는 압박감을 느껴 다른 기구나 정부와의 분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함으로써 국가와 사회의 안정성에 대한 위협은 증가된다는 주장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세계 각국의 이해관계와 사회적, 경제적 충돌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인류는 점점 더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정부뿐 아니라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지구 지키기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말벌 주의보]①쏘이면 사망? 말벌집 직접 제거해보니…
수정 2019.09.12 18:06입력 2019.09.12 08:00

성묘철 뱀 물림 사고보다 벌 쏘임 사망사고 더 많아…그 중 90% 이상 ‘말벌 사고’
외래종 등검은말벌로 인한 농가 피해, 5년이면 1조…‘대책 시급’

추석 성묘를 앞두고 말벌에 대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지난 한 달 사이 말벌 쏘임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2건 발생하면서 당국 또한 말벌에 대한 경계와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사진은 장수말벌집을 제거하는 박성용(59) 씨와 기자의 모습.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말벌의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는 이른 추석 탓에 벌초 시기가 앞당겨 지면서 벌 쏘임 사고가 급감했지만, 세력이 팽창한 말벌들이 수풀과 산림 너머 최근엔 도심 한복판에도 집을 짓기 시작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말벌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말벌 몇 마리만으로도 수천 마리의 꿀벌과 벌집에 타격을 입는 양봉 농가는 매일같이 말벌과의 사투로 비상이 걸렸고, 소방서 역시 이어지는 말벌집 신고 전화에 출동 횟수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 사람과 농가에 끼치는 피해로 인해 공포의 대상이자 대표적 해충으로 지목되고 있는 말벌을 직접 잡아 유해성을 확인해보기 위해 기자가 말벌집 채취 현장을 찾아가봤다.


다수의 TV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말벌 헌터로 알려진 심마니 박성용(59) 대표와 함께 찾은 곳은 경기도 안성의 한 야산에 위치한 기숙학원. 건물 4층 왼쪽 모서리 부분에 건축공사 당시 마감을 제대로 안한 부분 틈에 말벌이 파고들어 집을 지은 것으로 추정됐다. 멀리서 봐도 주변을 날아다니는 십 여 마리의 말벌이 육안으로 관찰됐는데, 지역 소방서에 신고도 해봤지만, 출동한 소방관으로부터 높고 외진 벌집 위치에 집이 바깥이 아닌 건물 틈 내부에 자리 잡고 있어 제거가 어렵다는 답변을 듣고는 박 대표에게 연락을 취했다는 학원 원장은 지난해부터 말벌로 인해 학생들이 창문을 못 열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전북 고창의 한 폐가에서 진행한 말벌집 제거작업 현장. 규모가 작은 털보말벌집이었지만 외부인의 등장에 벌들의 공격은 사납고 매서웠다. 벌복이라 불리는 방충복은 벌들이 잘 달라붙지 못하는 비닐 재질로 만들어져 유용하게 쓰이고 있지만, 벌집 제거 기간인 8월 말~9월 중순 까지의 무더운 날씨에는 입은지 1분 만에 땀이 쏟아질 정도로 더운 단점을 갖고 있다. 사진 = 김현우 PD

말벌떼 공격 막아주는 방충복(벌복), 그 효과는?


사다리차 기사와 몇 차례 논의 끝에 어렵게 위치를 잡고 투입된 현장. ‘말벌복’이라 불리는 방충복을 입고 말벌에 대한 주의사항을 교육받은 뒤 사다리차를 타고 올라가 마주한 말벌집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마감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벽돌 한 개 크기의 틈을 파고든 말벌은 그 속에 넓고 깊은 자신들의 왕국을 이루고 있었다. 입구를 부수자 수백 마리의 말벌이 쏟아져 나와 공격을 시작했는데, 순간 시야를 가릴 정도로 몰려든 벌들은 그 소리와 쏘아대는 독침으로 있는 힘껏 위협을 가했다. 4층 규모의 말벌집 안엔 애벌레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고, 이 집을 제거하자 그 안엔 작년에 지은 집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에게 위협을 가하는 국내 대형말벌 10종 중 ‘참말벌’이라 불리는 말벌이 왕국의 주인이었다.

곧이어 향한 현장은 전북 고창의 한 폐가, 인근 감 농장 주인의 신고로 찾은 이곳에선 몸에 털이 나 있고 집을 비교적 작은 규모로 짓는 털보말벌의 집이 확인됐다. 처마 밑 비교적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해있어 먼저 두 개 나 있는 집 구멍 중 한 곳을 막아 쏟아져 나오는 벌을 잠자리채로 잡고, 집은 통째로 지퍼 망에 담은 뒤 끝을 뜯어 손쉽게 제거에 성공할 수 있었다.


등검은말벌(사진=위키피디아)

외래종 등검은말벌로 인한 양봉농가 피해만 연 1,750억


쉬는 것도 잠시, 인접한 전북 정읍에서 등검은말벌집 제보가 들어왔다. 2003년 부산 영도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빠르게 북상해 지금은 한반도 전역에서 관찰되고 있는 ‘위해 2급종’인 등검은말벌은 특히 꿀벌에 대한 공격성이 토종 말벌보다 높아 양봉 농가 최대의 적으로 손꼽히고 있다. 10m 높이 나무 꼭대기에 매달린 등검은말벌집은 그 크기가 상당해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만큼의 규모를 자랑했다. 하지만 공간이 협소해 사다리차나 크레인이 들어오기 어려운 상황. 박 대표는 승목기를 착용하고 오직 두 팔의 힘에 의존해 나무 끝으로 올라 벌집이 매달린 가지를 잘라 밑으로 내려보냈다. 엄청난 크기만큼이나 수백 마리의 등검은말벌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잠자리채로 벌을 잡는 내내 시큼한 향이 코를 찔렀고, 공격성 역시 앞서 만난 말벌이나 털보말벌 보다 강력했다. 지난 2015년 말벌집 제거작업을 마친 소방관이 방충복을 벗던 중 벌 쏘임 사고로 사망한 사건의 주범 역시 이 등검은말벌이었다. 덕분에 33도 더위에 제거작업을 마쳤음에도 방충복을 입고 100m가량을 걸어 나와야 했다. 벌집제거작업 중 가장 중요한 순간이 바로 모든 작업을 마치고 벗는 순간임을 박 대표는 수시로 강조했다.


땀과 눈물이 쉴 새 없이 쏟아진 말벌 취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내내 말벌 중의 말벌 ‘장수말벌’을 못 본 것이 못내 아쉬웠다. 박성용 대표를 붙잡고 장수말벌 취재가 가능한지 문의했고, 며칠 뒤 야산 벌목꾼들로부터 장수말벌 제보가 들어왔다는 전화에 필자는 그 즉시 경북 문경으로 향했다.


집 입구를 오가는 장수말벌의 모습. 대형말벌 중 가장 큰 장수말벌은 독성은 세지 않지만, 그 주입량이 꿀벌의 수십배에 달해 잘못 쏘일 경우 사망에 이르는 사고가 매해 발생하고 있다. 영상 = 이경도PD

세계에서 가장 큰 말벌 ‘장수말벌’, 독 주입량 꿀벌의 수십 배


사방이 나무와 수풀로 둘러싸인 야산, 간벌작업 중 말벌 쏘임으로 병원에 실려 갔다는 벌목꾼의 제보로 찾은 산에서 대략의 위치만 듣고 장수말벌 집을 찾아야 하는 상황. 여기에 전날부터 쏟아진 빗줄기에 벌들의 움직임 또한 잦아들어 있었다. 어렵사리 주변 탐색 끝에 찾아낸 장수말벌의 집은 수풀 사이 나무뿌리 밑에 은밀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보통 땅속이나 나무 그루터기에 집을 짓는 장수말벌은 다른 말벌을 2배 확대해놓은 크기와 위력을 자랑한다. 장수(將帥)라는 이름은 결코 허명이 아니었다. 간밤 내린 비로 움직임이 둔해진 장수말벌의 집 입구를 뜯어내자 한 마리, 한 마리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내는데, 붙잡는 순간 내뿜는 독의 양은 흡사 주사기에서 백신 용액을 뿜는 것에 비견할 만했다. 특히 집에서 나오는 벌들을 손으로 잡던 중 손에 잡힌 벌은 장수말벌 중에서도 크기가 2배 가까이 더 크고 날개와 몸통의 움직임이 격렬했는데, 이를 본 박 대표는 여왕벌이라고 답했다. 이 한 마리의 벌로부터 이 집과 일벌과 애벌레가 생성됐다 생각하니 일순 소름이 끼쳤다. 농가에서는 말벌 여왕벌이 활동하는 3월에서 6월 사이에 이들을 방제하는 작업을 펼치고 있으나, 한 군집의 여왕이 그리 손쉽게 잡힐 리 없었다. 본래 야산과 수풀, 나무 밑동에만 터를 잡던 장수말벌 여왕벌들이 인간과의 접촉이 잦아짐에 따라 일반 가정집에서 겨울잠을 자고 그대로 그곳에 집을 짓기 시작해 최근엔 도시에서도 심심찮게 장수말벌 발견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28년째 말벌집 제거작업을 해온 심마니 박성용(59) 씨는 최근 말벌집 제보 중 등검은말벌이 늘고 있다며 이로 인한 양봉농가와 민간의 피해가 염려된다고 우려했다. 사진 = 김현우 PD

취재를 마무리할 즈음, 올해로 28년째 말벌집 제거 작업을 했다는 박성용 대표는 최근 폭증한 등검은말벌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밝혔다. 토종말벌에 비해 크기는 작지만, 집단성이 강하고 집을 크게 지어 함께 생활하는 개체 수가 많기 때문에 앞으로 양봉 농가를 비롯한 민간의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현장에서 그가 느낀 우려는 수치로도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양봉 농가 추산 등검은말벌로 인한 피해액은 약 1,75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해마다 피해액은 더욱 늘어나 5년 후엔 누적 피해액이 1조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국내 말벌전문가인 최문보 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연구교수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등검은말벌이 국내 생태계를 잠식한 상황에서 말벌집 제거만으로는 개체 수 조절은 어려울 것”이라면서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되고, 양봉 농가 피해가 급증하는 만큼 등검은말벌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기초생태와 방제연구를 통해 보다 근본적인 관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 해 뱀으로 인한 사망사고보다 벌 쏘임 사망사고가 많은 대한민국, 여기에 생태계 상위 포식자로서 먹이사슬의 균형을 유지해주던 토종말벌의 역할이 외래종 등검은말벌로 인해 위협받기 시작하면서 해충으로 오해받던 말벌의 입지는 점차 사실로 굳어져 가고 있다. 농가 산업 피해와 매년 발생하는 사망사고 예방을 위해서라도 말벌에 대한 근본적인 생태연구가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자동으로 다음기사가 보여집니다.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