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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사전] 플렉스(flex) - ‘사치’해버렸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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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사전] 플렉스(flex) - ‘사치’해버렸지 뭐야 1980년대 자가용 비행기로 싱가포르나 하와이로 쇼핑 여행을 나갈 정도로 부를 과시했던 나우루는 부의 원천이던 인광석이 고갈되자 순식간에 빈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진은 당시 나우루에서 이륙하는 자가용 비행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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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오스트레일리아 북부 미크로네시아에 위치한 섬, 나우루 공화국은 국토 면적이 21㎢인 작은 나라다. 동물의 똥인 구아노가 축적돼 섬을 이룬 나우루는 이 똥이 광물인 인광석이 되면서 순식간에 자원 강국이 됐다. 1968년 영연방으로부터 독립한 뒤 나우루는 막대한 인광석 광산 수익을 바탕으로 1980년대엔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1만 달러인 미국을 제치고 부자나라로 자리매김한다. 1만3000여 명의 나우루 국민들은 채굴 수익으로 너나 할 것 없이 부자가 됐고, 졸지에 막대한 돈을 쥐게 된 국민들은 전에 없던 사치와 향락에 빠져들었다. 외국 한 번 나가본 적 없는 이들이 자가용 비행기를 구매해 인근의 싱가포르나 하와이로 쇼핑을 다니는가 하면, 섬에 도로라고는 길이 18㎞ 일주 도로 하나뿐인데 국민 대다수가 람보르기니나 롤스로이스, 포르쉐 같은 슈퍼카를 사들였다. 돈이 너무 많아 휴지 대신 1달러 지폐를 쓰는 사람이 나올 정도였다. 일할 필요가 없으니 광산 채굴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공무원도 외국인을 채용해 온 국민이 놀고먹는 나날이 계속됐다.



플렉스(flex)의 사전적 의미는 ‘몸을 풀다’이지만, 1990년 미국 힙합 뮤지션을 중심으로 자신의 성공을 부와 귀중품을 통해 과시하는 사치를 지칭하는 말로 통용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온 국민이 제대로 플렉스 해버린 나우루는 이후 어떻게 됐을까? 1990년대 중반 이후 영원할 것 같았던 인광석이 고갈 조짐을 보였다. 농사 대신 통조림과 가공식품에 의존하다 보니 전 국민의 90%가 비만 환자가 됐다. 뒤늦게 정부가 항구를 만들어 어업을 권장했으나 국민들은 해수욕만 즐겼고, 농장 개발에도 나섰지만 인광석 채굴로 땅 표면의 흙이 사라져 농사가 불가능한 땅이 돼버린 뒤였다. 지표가 낮아지는 사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지금은 나라가 통째로 가라앉을 위기에 직면해있다. 영속적 자본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이상, 분수에 맞지 않는 플렉스의 끝은 파멸뿐임을 나우루의 역사는 시사하고 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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