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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9점 부족해서" … 상산고, 17년만에 일반고 강제전환
최종수정 2019.06.20 11:23기사입력 2019.06.20 11:09

전북교육청 평가결과 79.61점 … 자사고 재지정 취소 절차 진행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전북 전주의 자율형사립고 상산고등학교가 자사고 평가에서 기준점을 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행정적 절차를 거쳐 자사고 지위 박탈 결정이 내려질 예정이다. 전북교육청의 이같은 결정을 통보받은 교육부가 지정 취소에 최종 동의하면 2003년 자사고가 된 상산고는 17년만에 일반고로 전환된다. 자사고 제도가 시작된 후 평가에 의한 첫 강제 전환 사례다. 그러나 상산고 측이 이 결정에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논란은 거세질 전망이다.


◆ 0.39점 차이로 엇갈린 운명= 전북교육청은 2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진행한 '2019년 자사고 운영성과평가'에서 상산고가 100점 만점에 79.61점을 받았다고 밝혔다. 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기준은 80점이다.


전북교육청은 2014년 3월1일부터 2019년 2월28일까지 상산고의 학교운영 성과 전반을 심사했다. 평가 결과 상산고는 31개 지표 중 학생 전출 및 중도 이탈 비율(4점), 다양한 선택과목 편성ㆍ운영(5점), 기초교과 편성 비율(5점), 법인 전입금 전출계획 이행 여부(3점), 학생 1인당 평균 장학금(2점) 등 15개 항목에서 만점을 받았다.


하지만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지표에서 4점 만점에 1.6점, '입학전형 운영의 적정성' 지표에서 4점 만점에 2.4점, '학생 1인당 교육비의 적정성'에서는 2점 만점에 0.4점 등 낮은 점수를 받아 최종적으로 기준을 맞추지 못했다.

전북교육청은 평가 결과를 '자율학교 등 지정 운영위원회' 회의에 알렸고 위원회는 전날인 19일 오후 심의과정을 거쳤다. 이 자리에서 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나왔지만, 참석 위원 9명 중 7명 찬성으로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을 교육청에 통보했다.


◆ 자사고 폐지 신호탄인가 … 전국 자사고들 긴장= 상산고의 일반고 전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현재 평가를 받고 있는 전국 23개 자사고들도 좌불안석에 놓였다. 전북교육청의 80점보다 10점 낮은 기준만 통과하면 되지만, 70점도 이전 평가 때보다는 올라간 점수다. 민족사관고(강원)를 포함해 하나고(서울), 포항제철고(경북) 등 각 지역 명문고들이 자사고 재지정을 확언할 수 없게 됐다.


서울의 경우 교육청이 지난해부터 진행한 종합감사에서 대부분의 자사고가 재지정평가 감점 요소가 확인돼 학교마다 평균 3.5점 가량 감점을 받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최대 절반 가량이 이상이 퇴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장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한 학기가 다 가도록 학교는 교육청 평가에만 매달리고, 학생과 학부모는 불안하게 만드는 이 정책이 과연 우리 교육을 더 발전적으로 만들고 있는건지 묻고 싶다"며 "정권마다 손바닥 뒤집듯 흔들리는 정책 탓에 교육의 연속성과 안정성마저 심각히 위협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 치열한 다툼 예고…일반고 전환까진 수년 걸릴 수도= 자사고에 대한 평가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지만 2014년 개정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교육부장관의 최종 동의가 있어야 한다. 교육부는 지정 취소 동의 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50일 이내에 동의 여부 결정하되, 이 기간은 필요할 경우 2개월까지 더 연장할 수 있다. 이 과정을 모두 거쳐 최종적으로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 취소를 결정하면 상산고는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된다.


교육부는 전북교육청의 결정을 수용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자료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만 내놨다. 그러나 현 정부의 정책기조가 자사고 폐지 쪽으로 기울어있어, 교육부가 거부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절차상 문제가 없다면 교육감의 (평가 및 재지정)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다만 전북교육청의 평가 기준이 타 지역에 비해 '까다롭다'는 형평성 논란이 거세 교육부의 최종 판단을 예단하기도 어렵다. 타 지역의 기준 점수는 모두 70점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절차상으론 장관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교육부가 반대하더라도 또다시 교육감이 '직권취소' 등으로 맞설 경우 상황이 더 복잡하게 흘러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북교육청은 관련법령에 따라 교육감이 지정하는 청문주재자가 다음달 초 상산고에 대한 청문을 실시하고, 7월 중순경 교육부장관의 동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후 교육부장관의 자사고 취소 동의를 얻어 8월 초 고입전형기본계획을 수정한 뒤 9월 중순경 상산고를 포함해 2020학년도 평준화 일반고 전형요강을 공고할 예정이다.


반면 상산고 측은 법적 대응에 즉각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끝내 재지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행정소송을 내겠다고 박삼옥 상산고 교장은 말했다. 전북교육청만 기준점을 80점으로 올려 사실상 재지정을 어렵게 만든 점이나, 의무 규정에 없는 '사배자 모집 비율' 등을 평가지표로 넣어 점수를 삭감한 것 역시 법적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법원이 상산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경우 상산고는 자사고로서의 지위를 유지한 채 내년도 신입생 모집을 진행할 수 있다. 박 교장은 "교육청과 교육부가 지정 취소 여부 결정을 빨리 내려야 상산고가 법적 구제 수단을 강구하고 9월 초까지 고입전형 기본계획을 공고할 수 있다"며 "교육당국에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촉구 공문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주= 조인경 기자 ikjo@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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