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자크기 설정

뉴스
의정부 일가족 참극…동반 '극단적 선택' 왜 일어나나
최종수정 2019.05.23 17:46기사입력 2019.05.23 16:56

의정부 일가족 참극, 가족 최근 억대 부채로 힘들어해
전문가 "동반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굉장히 잔혹한 말"
일가족 참극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강화해야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경기 의정부에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가족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일어난 가운데, 이번 사건은 안타까운 참극이 아니라 자식을 살해한 살인사건이라 취지의 분석이 있다. 전문가는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는 정도의 범죄라고 강조했다.


20일 의정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30분께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 집 안에서 A씨(50)와 아내 B씨(46), C양(18)이 숨져 있는 것을 아들 D군(15)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D 군은 경찰에 "오전 4시까지 학교 과제를 한 뒤 늦게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 보니 오전 11시가 넘었고, 가족들이 숨져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3명은 C 양 방에서 발견, 시신 모두 흉기에 찔린 상처가 있었다. 방 안에서는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흉기가 나왔고 혈흔이 발견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A 씨가 최근 억대 부채에 시달리다 처지를 비관해 가족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 소견 결과에 따르면 C 양 손등에서 '방어흔'이 발견됐다. 방어흔은 가해자의 흉기 공격을 무의식적으로 손이나 팔로 막을 때 생기는 상처를 말한다.


이 때문에 C 양은 아빠 A 씨로부터 극단적 선택을 강요받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사건 정황을 종합하면 C 양은 A 씨에게 살해를 당했다고 볼 수도 있다.




처지 비관 일가족 참극 과거에도 일어나…꾸준한 증가세

가장이 신변을 비관해 일가족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해 4월 충청북도 증평지역 한 아파트에선 40대 여성이 세 살배기 딸에게 극약을 먹인 뒤 목숨을 끊었다.


2017년 9월에는 빚에 시달리던 40대 가장이 부인과 10대인 두 딸과 목숨을 끊은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모두 부모가 처지를 비관해 일어난 참극이다.


부모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자녀를 살해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범행은 정확한 공식 통계가 없지만,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살해 동기는 가정불화, 경제문제가 주를 이뤘다.


2014년 서울경찰청 소속 정성국 박사 등이 경찰 수사 자료를 분석해 쓴 '한국의 존속살해와 자식살해 분석' 논문에 따르면 자녀 살해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총 230건으로 추정,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 중 부모가 극단적 선택을 한 비율은 44.4%였다.


살해 동기는 가정불화가 102건(44.6%)으로 가장 많았고, 경제문제 62건(27.0%), 정신질환 55건(23.9%) 순이었다. 살해 후 가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는 102건(44.4%)이었고, 피의자가 정신질환이 있는 사건이 66건(28.7%)이었다.


피해자와 피의자의 관계는 아버지가 아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68건(29.6%)으로 가장 많았다.


아버지가 딸을 살해하는 사건과 어머니가 아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각각 47건(20.4%)이었으며, 어머니가 딸을 살해하는 사건은 60건(26.1%)이였다.




일가족 참극, 사실상 살인…부모가 자식 생명 끊을 수 없어

전문가는 처지 비관 등을 이유로 가족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은 사실상 살인죄에 해당하는 수준의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부모가 자녀의 생명권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정부 일가족 사건과 관련 "부모가 자녀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가족의 극단적 선택은 살인죄가 적용될 만큼 심각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동반 자살이라는 용어 자체가 굉장히 잔혹한 용어다. 어떻게 보면 딸도 타인인데 그 사람의 생명권을 아버지가 좌지우지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이며, 이는 잘못된 것이다"라고 거듭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가족이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지난 4, 5년 사이에 가족 동반자살로 추정되는 사건들이 많이 늘었고 그중에 (피의자가) 생존을 하게 되면 살인죄가 적용이 된다. 이런 케이스가 지금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논문은 일가족 참극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문은 "아동학대 기관과 수사기관의 연계 시스템 확립, 가정폭력 부모의 국가적 치료와 교육이 요구되며, 정신질환에 대한 가정 내 인식 및 학교 인성교육과 적절한 치료를 위한 정책적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스크랩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