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동맹 뒤흔든 시진핑…경협 '선물' 안기며 지지 얻는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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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탈리아에 이어 프랑스에서도 통큰 선물 보따리를 풀며 유럽 동맹을 뒤흔들고 있다. 중국의 세력 확장을 억제하려던 유럽연합(EU) 동맹의 분열은 물론 EU와 협력해 중국을 압박하려던 미국의 대외 전략까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26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면을 시 주석의 이탈리아, 모나코, 프랑스 순방 관련 소식으로 꽉 채웠다. 유럽 순방 성과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시 주석은 25일(현지시간) 마지막 순방국인 프랑스에서 우리돈 약 45조원에 달하는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항공기, 선박, 에너지 등 분야를 포함한 15건의 경제협력 계약과 13건의 문화 교류 계약이 체결됐다.

규모적으로 가장 큰 건은 에어버스 항공기 구입 계약이다. 중국은 미국 보잉과 경쟁 관계에 있는 에어버스로부터 290대의 A320, 10대의 A350 항공기를 구매하기로 했다. 약 300억유로(약 38조원) 규모다. 지난해 1월 프랑스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때 중국이 에어버스 A320 항공기 184대를 구매하기로 한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대폭 확대된 것이다.

항공기 구입 계약 외에도 프랑스전력공사(EDF)는 중국에 10억유로 규모 풍력발전 단지를 짓기로 했고 프랑스 선사인 CMA-CGM은 중국 국영 조선소인 중국선박공업(CSSC)과 컨테이너 선박 10대를 건조하는 12억유로 계약도 체결했다.

경제협력 선물을 받은 프랑스는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경제·정치·외교적으로 견제를 받아온 중국에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ㆍ해상 실크로드)와 다자주의 무역 지지를 보냈다.

이탈리아처럼 일대일로 참여를 공식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제3국에서 중국과 공동투자 프로젝트에 협력하기로 한 것 자체가 사실상 일대일로에 대한 지지를 표현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엘리제궁에서 진행한 시 주석과의 양자회담에서 "프랑스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중국을 협력의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여기고 있다. 강한 유럽-중국 파트너십은 다자주의와 함께 공정하고 균형 잡힌 무역에 기반해야 한다"고 말하며 시 주석에게 힘을 실어줬다.

시 주석은 앞선 이탈리아 방문에서도 주요 7개국(G7) 가운데 처음으로 이탈리아를 일대일로 참여국에 포함시키고 25억유로(약 3조2000억원) 규모의 일대일로 사업 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냈다. 중국에서 이탈리아로 반출된 중국 문화재 796점을 반환하는 협약까지 이끌어내며 이탈리아를 완전히 아군으로 끌어들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을 비롯한 일부 EU 국가들은 중국의 유럽 침투를 경계하고 있지만 시 주석은 26일 파리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회 위원장 등을 만나 중국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겠다는 각오다. 다음 달 예정된 EU-중국 정상회의에 앞서 유럽-중국 간 접점을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는 이날 사평을 통해 EU와 중국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강조하며 EU가 미국을 따라 중국을 배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문은 "일부 유럽 국가들은 중국이 새로운 경쟁을 가져올까봐 우려하고 있지만 이것은 자기모순적인 사고"라며 "EU와 중국의 협력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고, 중국을 배제하는 것은 EU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