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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4.3%에 줄섰다…고금리 좇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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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 한 새마을금고 문열자마자 고객몰려 번호표 대기
시중銀 짠 금리에 속상한 '금리 노마드' 상호금융권서 해갈
아동수당 연계 5%대 적금도 주부들 사이에 입소문 나 대박

[르포]4.3%에 줄섰다…고금리 좇는 사람들 18일부터 연 4.3% 정기적금 특판을 판매하는 경기 부천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번호표를 뽑아보니 이날 대기 인원이 29명에 달한다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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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18일 오전 8시30분쯤 경기 부천시의 한 새마을금고 앞. 영업 시작 전이라 셔터가 내려져 있는데도 마을금고에 들어가려는 고객들이 모여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줄이 길어졌다. 9시 정각 금고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일제히 번호표를 뽑기 위해 뛰었다. 영업장은 금세 북적였다. 세어보니 20명가량 됐다. 금고 직원들이 앉은 창구 뒤로 이날부터 판매하는 정기적금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연리 ‘4.3%’라는 숫자가 눈을 사로잡았다. 고금리 상품을 판다는 말에 한달음에 달려와 줄을 선 것이다.


혹시나 조기에 완판 될까 일찍부터 금고를 찾았다는 40대 이모(여)씨는 “지난번 특판은 놓쳐서 이번엔 꼭 가입하려고 첫날부터 왔다”며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출근 전에 왔다”고 말했다. 주부 정모(62ㆍ여)씨도 “사람들이 많을까봐 오전 7시부터 기다렸다”며 “금리가 자꾸 바뀌니까 1년짜리 적금으로 해야 내년엔 더 높은 금리를 주는 곳에 돈을 맡길 수 있다”고 했다. 기자가 번호표를 뽑아보니 대기 인원이 29명에 달했다.

[르포]4.3%에 줄섰다…고금리 좇는 사람들

이 특판 상품의 1인당 월 납입 금액은 최대 200만원이고, 총한도는 300억원이다. 다음 달 17일까지 부천시민에게 1계좌씩만 판매하지만 조기에 마감 될 것으로 보인다. 금고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판매한 4%짜리 상품을 10영업일 간 팔았는데 고객이 몰려 대기 시간이 2~3시간에 달했다”고 전했다.


고금리 특판에 가입하려는 ‘예금 노마드’들이 상호금융권으로 몰려들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지난해 11월 1.5%에서 1.75%로 0.25%포인트 오른 이후 시중은행 대출 이자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으나 예금 이자는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돈 맡길 곳에 목마른 소비자들이 상호금융권을 이리저리 찾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한도인 200만원을 채워 적금에 가입하려고 금고에 온 김모(61)씨는 “원금은 보장되면서 이 정도 금리를 주는 상품이 요즘 거의 없다”며 “대도시에 있는 상호금융권 같았으면 순식간에 다 팔릴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서울 서대문구의 한 금고에서 출시한 연 4.4% 적금도 불티나게 팔렸다. 8영업일 동안 매일 100명에게만 팔았는데 순식간에 동이 났다. 이 금고는 오는 5월에도 판매할 예정인데 가입대상을 서울시민에서 ‘서대문구민’으로 제한할 예정이다. 앞선 행사 기간에 너무 많은 고객이 몰려 다른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따르면 대출, 예ㆍ적금 등 상품은 각 금고 이사회에서 출시를 결정할 수 있다.

[르포]4.3%에 줄섰다…고금리 좇는 사람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아시아경제DB

아동수당을 연계한 적금 상품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동수당을 수령하는 만 6세 이하 아동 명의로 적금에 들면 5%대 금리를 주는 상품이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5% 금리는 찾을 수 없었는데 Sh수협은행과 새마을금고가 앞장서 선보이자 주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 소위 ‘대박’을 쳤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출시 2개월여 만인 지난달 말 기준 12만4000여명이 가입해 512억원을 끌어 모았다”며 “어린이가 있는 가정의 필수 가입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


상호금융권이 특판 상품을 출시해 단기간 수신을 모으는 것은 예대율을 맞추기 위해서다. 예대율은 예수금과 대출금의 비율을 말한다. 쉽게 말해 금융사가 예ㆍ적금을 유치한 만큼 가계나 기업 등에 대출을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시중은행이나 상호금융권 모두 예대율을 100% 이하로 관리하도록 규제받고 있다. 특판을 팔면 상호금융권은 일정하게 예대율을 유지해서 좋고 고객은 고금리 혜택을 누리니 상부상조인 셈이다.



잘 찾아보면 시중은행에서도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이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 사이트에 따르면 1년 만기 기준 우리은행 ‘우리 여행적금’이 연 6% 금리를 준다. KEB하나은행의 ‘도전 365적금’이 3.75%를 줘 뒤를 잇는다. 다만 시중은행의 고금리 상품은 카드 거래 실적, 자동이체 설정 등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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