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MBC가 취재기자 필기시험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호칭을 논하는 문제를 냈다가 논란이 되자 결국 재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MBC는 14일 '논술 시험 출제에 대해 사과드립니다'란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이 문제 출제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우려에 대해 사려 깊게 살피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기존 논술시험에 응시한 취재기자 및 영상기자에 한해, 새로 논술 문제를 출제해 재시험을 치르겠다. 이 사건 피해자와 논술 시험을 본 응시자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재시험 대상자는 지난 13일 공채시험에 응했던 300여 명으로, 구체적인 시험 일정은 미정이다.
앞서 MBC는 신입 기자 공채 논술시험에서 '박 전 서울시장 성추행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를 피해자라고 칭해야 하는가, 피해 호소인이라고 칭해야 하는가(제3의 호칭이 있다면 논리적 근거와 함께 제시해도 무방함)'라는 주제를 출제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이 불거졌다. 수험생을 대상으로 '사상 검증'을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피해호소인'은 박 시장 사망 이후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에서 피해자를 지칭한 말로, 당시에도 '2차 가해'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후 여성가족부가 '고소인을 법상 피해자로 본다'는 의견을 발표했고, 민주당도 고소인 호칭을 '피해자'로 통일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MBC는 14일 "해당 문제의 출제 취지는 시사 현안에 대한 관심과 사건 전후의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을 보고자 한 것으로, 어떤 호칭을 선택했느냐는 전혀 평가 사항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MBC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재시험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MBC 노동조합은 '성추행 피해자라 부르지 못했던 MBC의 논술 문제'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문제를 냈는지 밝힐 것을 박성제 사장에게 요구한다"며 "지금까지 MBC 보도 행태로 미루어 어떻게 대답하는 사람을 뽑으려는 것인지 대단히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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