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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무단횡단 하시나요?" '빨간불'에도 여전히 건너는 보행자에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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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무단횡단 사망자 456명
보행자 10명 중 3명 "일주일에 1회 이상 무단횡단"
운전자, 교통사고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시달리기도
靑 청원 "무단횡단 처벌 강화해야"

"아직도 무단횡단 하시나요?" '빨간불'에도 여전히 건너는 보행자에 골머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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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 운전자 김모(40)씨는 최근 운전을 하다 인도에서 갑자기 뛰쳐나오는 보행자로 인해 깜짝 놀랐다. 김씨는 "속력을 조금만 더 빨리 했으면 큰 사고가 날 뻔했다"면서 "그 일이 일어난 이후로 운전대를 잡기 겁난다"고 토로했다. 이어 "보행자들이 무단횡단을 하면서 차를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해서 사고가 일어나면 누구 책임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단횡단으로 목숨을 잃는 이들이 매해 이어지고 있다. 무단횡단 사고는 치사율이 높아 주의가 요구되지만, 이에 대한 보행자들의 안전불감증은 심각한 상태다. 특히 이 같은 사고가 운전자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적인 질환을 줄 수 있어 문제다.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망자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한해 교통사고 사망자는 3349명으로 전년 대비 11.4% 감소했다. 그러나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망자는 456명으로 보행사망자의 35%를 차지했다.


이는 보행자의 안전 불감증과도 연관된다. 보행자는 통행을 하거나 길을 건널시 횡단보도가 그려져 있는 곳에서 보행자 신호등에 초록불이 들어와 있을 때 건너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바쁘다는 이유로 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적지 않다.


직장인 김모(28)씨는 "무단횡단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없지 않겠나"라며 "무단횡단이 나쁜 건 알지만, 바쁠 때는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무단횡단을 제재할 수단이 없다 보니까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행자 10명 중 3명은 일주일 내 1회 이상 무단횡단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2월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응답자 7617명을 대상으로 '최근 일주일간 보행자의 무단횡단 경험'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2.3%가 1회 이상 무단횡단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단횡단 이유는 '도로 폭이 좁아서 충분히 건널 수 있다'(38.6%)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주변에 횡단보도가 없어서'(24.2%), '무단횡단을 해도 위험하지 않을 것 같아서'(19.8%) 등의 순이었다.


또 다른 문제는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운전자들이 받을 수 있는 정신적 외상이다.


운전자 입장에서 무단횡단 사고는 의지와 상관없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적정 속도를 유지하며 운전을 해도 갑작스러운 무단횡단자들의 등장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도 무단횡단 하시나요?" '빨간불'에도 여전히 건너는 보행자에 골머리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현재 우리나라 도로교통법에서는 무단횡단 시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태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도로교통법시행령에 따라 그 금액은 2~3만원 수준에 그친다.


반면 운전자의 경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근거해 교통사고로 업무상과실 또는 중과실 치사상의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무단횡단을 하는 보행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오고 있다. 한 청원인은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결국 무단횡단을 한 사람은 처벌받지 않고 차 주인이 모든 것을 부담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무단횡단도 죄인데 어째서 규칙을 지켜가며 운전한 운전자가 모든 것을 부담해야 하냐"면서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고라면 보행자에게도 마땅한 처벌을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는 무단횡단은 보행자 심리와 연관 있다면서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행한 '무단횡단 사고 특성 분석 및 진단(엄대룡·정도영·박상우)'논문은 "보행자는 원하는 목적지까지 최단거리로 가려고 하는 경향으로 인해 가능한 한 모든 기회를 활용하여 능동적으로 도로를 건너고자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때 무단횡단이라는 보편적인 보행자의 위반행위가 발생한다. 보행자의 무단횡단 시도에 따라 성공 시에는 목적을 달성하지만, 실패 시에는 중상 또는 사망에 이르게 되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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