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초동시각] 태국·캄보디아 분쟁이 씁쓸한 이유

시계아이콘01분 34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초동시각] 태국·캄보디아 분쟁이 씁쓸한 이유
AD

태국과 캄보디아가 교전 나흘 만에 휴전에 합의했다. 양국의 무력 충돌이 장기화하지 않은 점은 다행이지만, 이번 교전의 속내를 살펴보면 씁쓸한 뒷맛은 지울 수 없다. 지도자들의 욕심 때문에 애꿎은 군인과 민간인이 희생됐기 때문이다.


서로 이웃한 양국은 그간 잦은 분쟁과 전쟁을 통해 앙숙을 넘어 오랫동안 피의 역사를 써왔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에서도 태국의 정치 가문인 친나왓 일가와 캄보디아의 독재자 훈 센 상원의장은 친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통신 재벌 출신인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는 1994년 외무장관직에 발탁되기 전인 1992년부터 훈 센과 관계를 맺어왔다. 두 사람은 서로를 의형제로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캄보디아의 독재자인 훈 센의 입장에서는 본인에게 가장 위협적인 태국 군부와 경쟁을 하는 탁신이 필요했을 것이다. 반대로 탁신은 군부를 견제하기 위해 훈 센이 필요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두 사람은 중국 광동성 출신의 화교라는 공통점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30년 넘는 우정은 올해 5월부터 삐걱댔다. 국경지대서 소규모 교전으로 캄보디아군 1명이 숨지자, 탁신의 딸인 패통탄 친나왓 당시 태국 총리가 훈 센에게 전화를 걸어 '삼촌'이라고 부르며 양국 지도자의 적은 태국군 제2 사령관이고, 국경 분쟁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두 가문의 친분에 호소해 분쟁을 해소하려는 의도였지만 훈 센은 '조카'와의 통화 내용을 자국 정치인들에게 공개했다. 이 일로 분노한 태국 여론에 패통탄 총리는 직무가 정지됐다.


훈 센이 왜 갑자기 탁신 가문의 뒤통수를 쳤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를 정치적 이유라 본다. 현재 캄보디아의 총리는 훈 센의 아들인 훈 마넷이다. 훈 마넷은 아버지의 후광을 받고 있지만, 아직 정치적인 입지가 탄탄하지 않은 상황이다. 친구보다는 전통적인 민족 감정을 자극해 본인과 아들의 자국 내 입지를 더욱 강화한 것이다. 실제로 삼촌과 조카의 통화 내용이 공개되자 태국에서는 패통탄 반대 시위가 일어났으며 캄보디아에서는 훈 마넷 지지 집회가 이뤄지기도 했다. 양국의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이번 분쟁은 훈 센 가문과 태국 군부에 더 도움이 됐다. 훈 센 가문은 숙적과 전투에서 밀리지 않았다는 명분을 얻었다. 승계 작업도 탄력을 받았다. 태국 내에서는 정치적·군사적 혼란을 수습한 군부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AD

하지만 고통은 국민들이 받았다. 분쟁 초기 캄보디아가 날린 로켓포가 태국의 편의점에 떨어지면서 민간인 6명이 사망했다. 이 중 가족 세 명을 한꺼번에 잃고 홀로 살아남은 아버지도 있다. 지도자들이 본인의 입지 강화에만 골몰하고 과실을 따 먹을 때 정작 피해는 민간인과 군인이 입은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태국과 캄보디아 분쟁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위협이 그렇고, 잊을 만하면 도발을 하는 북한이 그렇다. 공교롭게도 두 나라 모두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이뤄지지 않는 나라라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상식을 벗어난 판단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 우리 정치권은 늘 이들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에 나서야 한다. 정치적인 이득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피해는 국민이 입는다. 정치와 무력은 항상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