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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시대]"내 사전에 결혼은 없다"던 드라마 주인공도 결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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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영화·드라마는 비혼을 어떻게 다룰까
'정상 가족' 범위 벗어나지 못하는 결말
트렌드 반영하지만 시청률 고려해 결론

편집자주결혼이 필수가 아닌 세상. 비혼을 선택한 이를 만나는 것은 낯선 경험이 아니다. 누가, 왜 비혼을 선택할까. 비혼을 둘러싼 사회의 색안경만 문제는 아니다.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막연한 시선도 존재한다. 이른바 '비혼 라이프'의 명과 암을 진단해본다.
[비혼시대]"내 사전에 결혼은 없다"던 드라마 주인공도 결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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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에는 남녀 관계와 관련해 잘 알려진 공식이 있다. "왕자와 공주는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흔히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드라마의 결말은 이렇다. 한 쌍의 남녀가 만나 갈등을 겪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이라는 결실을 보게 되는 이야기. 그런데 만약 이야기의 주인공이 비혼주의자라면 어떨까? 결혼을 원치 않는 비혼주의자의 해피엔딩은 조금 다를까?


비혼이 생활양식이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되면서 드라마나 예능 등 미디어에서도 비혼 소재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대체로 비혼주의자인 주인공이 등장하고, 이들이 부모나 연인으로부터 결혼 압박을 받게 되면서 갈등을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각 드라마의 세부적인 이야기는 다를지 몰라도, 서사를 추동하는 큰 흐름은 비슷하다.


최근 방영 중인 KBS2 주말드라마 <진짜가 나타났다!>도 이런 흐름을 따른다. 남자 주인공 공태경(안재현)은 비혼주의자다. 1화에서 태경은 결혼을 하자는 여자친구의 프러포즈를 단칼에 거절하며 이렇게 말한다.


"내가 시작하기 전에 물었잖아. 난 예외 없는 비혼주의자인데 괜찮겠냐고. 내 사전에 결혼은 없어."

태경은 집안에서 정해준 정략결혼 상대 장세진(차주영)과의 결혼도 거부하며 가족들과 갈등을 빚는다. 결혼과 비혼 사이에서, 태경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이런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비혼시대]"내 사전에 결혼은 없다"던 드라마 주인공도 결국은… KBS2 주말드라마 '진짜가 나타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태경은 결혼을 한다(8화 기준). 가족들의 압박에 못 이겨 세진과 애정없이 한 결혼이기는 하지만 결국 결혼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 셈이다. 이에 앞서 태경은 정략결혼을 피하기 위해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여자주인공 오연두(백진희)에게 위장결혼을 하자고 청하기도 했다.


태경과 세진의 결혼은 연두가 방해하면서 무산된다. 하지만 이후 회차에선 다시 태경과 연두가 위장 결혼을 하기 위해 주변 인물들을 설득하는 게 공개된 드라마의 전개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드라마 초반 비혼 선언을 했던 태경의 단호했던 모습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전개를 따르는 건 이 드라마뿐만이 아니다. 드라마에서 등장인물들의 비혼선언은 대체로 끝에서 무력하게 무너지고 만다. 디즈니+ <사랑이라 말해요>의 윤준(성준)은 비혼주의자였지만, 마지막 회에선 여자친구 혜성(김예원)에게 "우리 결혼할까? 집이 너무 조용해"라며 프로포즈를 한다.


지난해 방영했던 JTBC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의 이시후(송강) 역시 결혼 가치관 차이로 진하경(박민영)과 헤어진 뒤 재회하고, 마지막 회는 두 사람의 부모가 상견례를 하며 결혼 준비를 하는 모습으로 끝이 난다. 비혼을 소재로 끌어오더라도 많은 드라마에서 여전히 사랑의 완성을 결혼으로 규정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비혼은 미완성 형태의 사랑으로 묘사되고, 비혼주의자는 아직 진정한 사랑을 만나지 못한 존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물론 비혼주의자가 등장하는 드라마가 꼭 결혼으로 귀결되는 것만은 아니며, 비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은 작품도 있다. 2019년 방영된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여자 주인공 배타미(임수정)는 연인인 박모건(장기용)과 결혼관 차이로 갈등을 겪지만, 서로를 이해하기로 하며 만남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한다.


[비혼시대]"내 사전에 결혼은 없다"던 드라마 주인공도 결국은…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tvN 제공

주인공들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결말은 시청자 입장에선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극 초반 강하게 비혼선언을 했던 인물들이 갑자기 결혼을 택하는 전개는 애초 드라마가 왜 비혼이라는 소재를 택했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


방송업계에서는 드라마의 결말은 대중의 반응과 시청률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한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방송 작가 A씨는 "만약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인공을 비혼인 상태로 끝나는 건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도박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며 "이렇게 결론을 내도 되나, 시청자들이 받아들일까, 이 정도 이슈만 제기하는 정도로 괜찮지 않나 등 논란이 되지 않을 선을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정상(이라고 인식되는) 가족의 범위를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며 "드라마 방향에 대해 항상 회의를 다 같이 하는데 러브라인이 없으면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다는 고정적인 생각을 가진 관계자들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멜로드라마도 트렌드를 따라간다. 대중들이 가진 결혼관의 차이를 보여주거나 비혼을 이야기의 소재로 가져오는 것은 당연하다"며 "비혼주의자라고 해서 사랑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에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모습으로 보여주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주말 드라마의 경우처럼 비혼 소재 드라마에 결혼이 극의 주요 서사로 등장하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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