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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공화국]간판 없는 OO마트…골목상권 침해일까? 신산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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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츠마트, 최근 대치동에 4호점 출점
500원짜리 생수 하나도 무료 배달 행사
소상공인·정치권 "상권영향 조사 실시해야"
퀵커머스 생태계 진입 스타트업도 고려대상

[규제공화국]간판 없는 OO마트…골목상권 침해일까? 신산업일까? 지난해 11월 강남역 인근에 문을 연 쿠팡이츠 마트 3호점(역삼점). 쿠팡이츠 자체 라이더가 모는 오토바이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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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서울 역삼동의 쿠팡이츠마트 3호점. 유동 인구가 많은 강남역 인근에 자리를 잡은 쿠팡이츠마트는 간판이 없다. 지나가는 행인들이 내부를 볼 수 없도록 시트지도 붙여놨다. 건물 정문과 후문에는 총 10여대의 오토바이가 늘어서 있었다. 배달 라이더 전용 출입문에서 나온 라이더가 상품을 오토바이 배달통에 싣고 서둘러 이동했다.


도심형 물류창고인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FC)에 보관해놓은 식재료나 생필품 등 다양한 상품을 온라인 주문 후 30분~1시간내로 배달해주는 퀵커머스 산업이 확대되고 있다. 쿠팡이츠는 지난해 11월 쿠팡이츠마트 3호점(역삼점)에 이어 최근 대치동에 쿠팡이츠마트 4호점을 내고 서비스 지역을 넓혔다. 쿠팡이츠마트는 현재 최소 주문금액이 없고, 배달비(2000원) 무료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 500원짜리 생수 한 개도 배달비를 내지 않고 받아볼 수 있다. 쿠팡이츠는 마트 전용 라이더를 상대로 일반 근로자처럼 주 5일 일하는 월급제(한 달에 240~270만원)를 실시하고 있다.


근거리 물류 플랫폼을 운영하는 바로고 역시 퀵커머스 ‘텐고(Tengo)’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바로고는 지난해 8월부터 서울 강남에서 생필품 등을 반경 1㎞내 지역에 10분 안에 배달하는 텐고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바로고 관계자는 "텐고는 밀키트, 간식, 음료, 생수 등 1000여개가 넘는 상품 가짓수를 확보하고 있으며, 매월 주문 건수가 두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8년 퀵커머스 서비스 ‘B마트’를 론칭한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비수도권 지역인 대전 중구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동네마트, 슈퍼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 업계는 차츰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퀵커머스 산업을 견제하고 나섰다. 복수의 소상공인 단체가 합동으로 지난해 11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동반성장위원회에 제출했고, 일부 내용을 보완해 조만간 다시 제출할 계획이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플랫폼 업체뿐만 아니라 기존 유통 대기업까지 경쟁적으로 퀵커머스 시장에 진입하면 골목상권은 초토화될 것"이라며 "대형마트 휴무와 같은 규제도 사실상 유명무실화될 수 있어 사전적 방어조치에 나섰다"고 밝혔다. 동반위 관계자는 "신청서가 정식으로 접수되면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을 통해 퀵커머스 사업 규모와 소상공인 피해 상황 등 현황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1년 반가량 마트를 운영한 이모씨는 "근처 B마트 앞에서 여러 명의 오토바이 배달기사들이 일사분란하게 물건이 싣고 간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다"며 "아무래도 나눠먹기식 장사이다보니 우리 가게 매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도심에 위치한 MFC는 물류창고업이 아니라 유통소매업으로 분류해야 한다"며 "특정권역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만큼 출점 시 기존 상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권영향평가를 실시하는 등의 조치가 우선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일각에선 젊은 스타트업들이 퀵커머스 생태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통시장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스타트업에겐 퀵커머스 생태계를 새로운 판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골목상권 침탈이라는 논리로 대치하기 보다는 플랫폼 기업과 지역 소상공인들이 상생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IT정책학과 교수는 "소상공인을 어디까지 보호해야 타당한지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정치권의 표를 계산한 방식이 아닌, 소비자 효용성과 자유로운 경쟁 보장 등 여러가지 고려한 과학적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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