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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법썰]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들 간 불화설 솔솔…폭로전으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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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법썰]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들 간 불화설 솔솔…폭로전으로 갈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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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당신들 날 믿어? 난 당신들 못 믿는데."


전세계를 강타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강새벽(정호연 분)은 하룻밤 동맹을 맺은 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상대를 죽이고 내가 살아서 최후의 1인이 돼야 끝나는 게임. 그곳에서 밤은 기회이자 위기다. 밤마다 숙소 불이 꺼지면 참가자들은 서로를 죽이는 전쟁을 했다. 강새벽은 성기훈(이정재 분) 등과 함께 뭉쳐서 서로를 지키자는 하룻밤 동맹을 맺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편히 잘 수 없다. 같은 편이라 해도 그들이 내 목에 칼을 겨누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불신과 배신을 배제할 수 없을 정도로 그곳의 공기는 차갑다.


현실에서도 흔하다. 큰 돈이 걸려 있는 조직 범죄에선 특히 그렇다. 돈의 배분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고 조직에는 결국 균열이 생긴다. 이런 범죄를 많이 다뤄 본 한 변호사는 "돈을 보면 눈이 돌아가기 마련"이라고도 했다.


한창 뜨거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도 그런 분위기다. 핵심 인물들 간 불화설이 돈다. 현재까지 나온 정황들로 봤을 때 주요 인물들이 실제 서로 다툰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불화설의 요지는 대략 "대장동 개발로 얻은 이익을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 이견이 있어 사이가 틀어졌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주요 관계자들이 예상보다 큰 수익을 벌어들인 후 2019년 무렵부터 수익 배분을 놓고 갈등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각종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를 놓고 특히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도 이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서 불화는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정 회계사는 자신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는 등 향후 문제가 생길 것을 대비해 핵심 인물들의 대화를 녹취했다. 검찰에 낸 녹취록은 총 19개다.


[서초동 법썰]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들 간 불화설 솔솔…폭로전으로 갈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지난해 고액의 배당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정 회계사의 뺨을 때렸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녹취록 등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이익 중 700억원을 받기 위해 내부 논의도 있었다. 유 전 본부장은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씨와 당초 개발 이익 지분을 절반씩 나누기로 했다가 차후 논의 끝에 별도 회사인 '유원홀딩스'를 세워 투자 받는 형태로 700억원을 받기로 한 것이다.


유 전 본부장측은 이를 부인했다. 그를 법률대리하는 김국일 변호사는 "술기운에 (정 회계사의) 뺨을 때린 것은 맞는데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이어 "공동경비로 사용할 자금을 김만배씨와 정영학씨 사이에서 서로 상대방이 부담하라고 싸우게 됐고 유동규씨가 중재하다가 녹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700억원에 대해서도 "와전된 것으로 보이고 700억 약정은 사실무근"이라며 "실제 빌린 돈은 11억8000만원이었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측의 설명이 사실이라고 봐도 여러모로 정 회계사의 심기는 불편했을 것으로 보인다. 뺨을 맞고 나면 때린 사람에 대한 악감정은 당연히 생기기 마련이다. 김만배씨 입장에선 유 전 본부장이 조금 더 가져가는 이익 배분 과정이 썩 내키지 않았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보통 범죄를 저지른 조직, 일당에 잡음이 많고 불화가 있을 경우 대부분은 다음 단계로 폭로전에 들어간다. 서로 모든 죄를 뒤집어 쓰지 않기 위해 알고 있는 사실을 모두 실토하는 것이다. 대장동 의혹은 이미 정 회계사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놓으면서 폭로전의 신호탄을 쏜 것일지도 모른다는 말도 법조계에서 나온다.



3일은 그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 유 전 본부장이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구속의 갈림길에 서는 것이다. 만약 구속이 된다면 계속해서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그의 자세에 변화가 있을 지도 모른다. 폭로전이 되면 검찰로선 의혹을 규명하는 데 분명 유리해진다. 그때부턴 검찰의 능력 문제다. 다만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집 주변에 던져 버린 휴대전화도 찾지 못해 그 능력을 의심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두고 볼 대목이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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