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메뉴
bar_progress
닫기

글자크기 설정

기업·CEO

'우공이산·유지경성' 정신으로 미래 향한 끝없는 도전

최종수정 2020.09.20 09:58기사입력 2020.09.20 09:00

⑪한국의 시멘트산업사(최종회)

'우공이산·유지경성' 정신으로 미래 향한 끝없는 도전 강원도 삼척에 위치한 삼표시멘트 공장. [사진=아시아경제DB]

편집자주한국은 연간 6000여만t의 생산규모를 갖춘 세계 12위의 시멘트 대국이다. 시멘트 기술면에서도 1980년대부터 해외에 생산기술을 수출할 만큼 시멘트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한국 시멘트산업의 위상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지난 60~70년대 경제발전기 국가기간산업의 역할을 다했지만, 2000년대 들어 환경을 망치는 공해산업으로 낙인찍히면서 국민 관심사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시멘트산업은 친환경산업으로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본지는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나고 있는 한국 시멘트산업의 역사를 11회에 걸쳐 재조명해 본다.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한국 시멘트 산업의 역사를 취재하면서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고사성어를 떠올렸다. 우직하게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이 결국 큰 성과를 거둔다는 의미다.


국내 최대 시멘트 생산업체로 발돋움한 한일시멘트. 1961년 한일시멘트 창업주인 故 허채경 회장이 찾은 충북 단양군 매포읍 우덕리는 아무 것도 없는 민둥산이었다. 그러나 허 회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자신의 호를 우덕리 지명을 인용해 '우덕'이라고 짓고, 시멘트공장 준공을 위해 매진했다.

성신양회 창업주 김상수 선대회장은 독립운동 후 해방되자 "국가가 필요로 할 때 필요한 일을 한다"는 신념으로 시멘트산업에 투신해 숱한 위기와 도전을 이겨내며 산업보국(産業報國)의 의지를 지켜나갔다. 시멘트산업을 일으킨 창업주들은 모두 '우공'이었던 것이다.


1958년 약 29만t을 생산하던 국내 시멘트산업은 현재 무려 175배가 늘어난 5060만t을 생산한 세계 10대 생산국으로 발돋움했다. 시멘트 품질 및 기술력은 유럽,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향상되었다. 시멘트 산업은 자동차, 조선, 건설, 철강, 석유화학 등의 산업과 함께 한국의 경제발전을 견인해 온 기간산업이다.

'우공이산·유지경성' 정신으로 미래 향한 끝없는 도전 쌍용양회 연구원이 X-레이 분석기를 통해 시멘트 성분을 분석하고 있다. 시멘트 산업은 친환경 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아시아경제DB]

명확하지 않은 친환경 논리에 밀려 사양산업으로, 공해산업으로 평가절하 되기에는 그 공이 너무 많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시멘트산업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전문가들은 향후 시멘트를 대체할 건축자재의 개발이 어렵고, 발명한다 해도 경제성, 범용성 측면에서 시멘트와 경쟁에서 이길지 의문이라고 주장한다"면서 "단지 시멘트산업의 역사가 오래됐고 IT업종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산업군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사양산업으로 치부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시멘트산업을 둘러싼 현안이 결코 녹록치 않은 것도 현실이다. IMF외환위기를 이겨 냈지만 깊은 상처를 완벽히 극복하지는 못한 상태다. 건설경기 부침에 따른 매출 감소, 수익성 악화는 롤러코스터처럼 변동 폭이 커서 업계 경영을 발목 잡는 대표적인 예다.


원인은 매출에 직결되는 시멘트 가격이다. 시멘트 가격은 17년전인 2003년(6만6000원/t) 보다 현재(6만1500원/t)으로 더 낮아졌다. 시멘트 가격은 국제적으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미국, 일본, 중국, 독일 등 2019년 주요 11개국의 평균 시멘트 가격은 1t당 5만원 정도 더 높은 약 11만2000원/t이다.


국내 시멘트 가격은 인도네시아(7만300원/t), 브라질(약 11만6600원/t) 보다도 낮다. 만약 국내 시멘트업계가 경영난으로 몰락하면 인접국인 중국, 일본에서 수입해야 하는데 연관산업인 건설, 레미콘업계는 이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시멘트 1t당 약 1000원의 세금을 부과하려는 지역자원시설세 입법 추진도 부담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인건비 등을 이유로 해외에 생산기지를 옮긴 기업들에게는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국내로 불러 들이는 리쇼어링을 표방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낙후된 지역경제 발전에 힘써 온 향토기업인 시멘트업체에 지방재정을 분담시키려는 포퓰리즘 정책에 대해 일각에서는 "일관성도 없고, 장기적으로는 지역경제를 붕괴시키는 소탐대실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우공이산·유지경성' 정신으로 미래 향한 끝없는 도전

오히려 자원순환 사회구현을 위해 시멘트산업과 협력해야 하는 정부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1회 용기 사용으로 급증하는 폐기물 문제는 시멘트 생산시설에서 연료화로 해결할 수 있다. 1990년대 폐타이어를 재활용해 환경문제를 해결한 경험도 충분하다. 이미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시멘트산업을 활용해 환경문제를 해결하는데 같은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시멘트업계의 재활용율은 낮은 편이다.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발생은 국가경쟁력 저하를 야기한다. "개인의 소비를 줄여 쓰레기 발생을 막으면 된다"는 단순 논리에 매몰돼 골든타임을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또 현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개선과 통일에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향후 시멘트산업의 역할에도 주목해야 한다. 당장은 남북관계가 순탄치 못하지만, 북한의 석회석 추정 매장량은 남한의 약 10배에 달한다. 본격적인 경제협력이 실행되면 시멘트업계는 기술지원은 물론 남북한 격차를 줄이기 위한 각종 기반시설 확충에 필요한 시멘트 공급을 담당해야 한다.


올초 시멘트업계 신년인사회에서 이현준 한국시멘트협회 회장(現 쌍용양회 대표)은 이루고자 하는 뜻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의미의 '유지경성(有志竟成)'을 언급했다. "경영환경이 불확실하고 어렵더라도 유지경성(有志竟成)의 믿음을 갖고 함께 노력해 나가자"는 격려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한국의 시멘트산업은 태동 이후 내내 뜻하지 않은 도전에 직면했고, 이를 극복하며 생존해 왔다"면서 "앞으로도 우공이산의 의지와 유지경성의 자세로 계속 도전해 친환경 산업, 클린산업으로 보다 성숙한 기간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스크랩 댓글0

오늘의 토픽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