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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빅체인지]손가락 금융혁신, 판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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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친밀도 높은 거대 플랫폼 무기
페이 넘어 뱅크까지 영토 확장
'금융 진열장' 속 무한경쟁 가속

<세상을 바꾸는 빅테크>

인터넷 포털 서비스로 출발한 네이버와 카카오가 모빌리티, 금융, e커머스, 콘텐츠 등으로 무한 증식하고 있다. 이같은 '메기 효과'는 전통 산업의 변화를 넘어 기존 산업과의 충돌을 낳는다. 전통 산업과 ICT 산업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산업간 칸막이가 사라지는 지금, 네이버와 카카오로 대변되는 빅테크가 대한민국 산업 구조의 틀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경제는 모빌리티, 금융, e커머스 등 빅테크가 촉발시킨 주요 산업의 변화를 짚어본다.

[빅테크,빅체인지]손가락 금융혁신, 판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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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출범 3년 만에 가입자 1254만명(지난 달 말 기준),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 금융권 1위. '반신반의'의 시선을 받으며 2017년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성적표다. 21일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5월 카카오뱅크의 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 / 안드로이드·iOS 순합산 기준)는 약 1154만명으로 KB스타뱅킹(1057만명), 신한쏠(827만명) 등 대형 시중은행들에 훌쩍 앞선다.


계좌 개설과 대출은 물론이고 한도설정 같은 부가서비스까지 모바일에서 터치 몇 번으로 모두 받을 수 있는 카카오뱅크 앱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중심 금융혁신의 가장 두드러진 단면으로 평가된다. 핀테크(금융기술)의 발전이 금융시장의 외곽을 툭툭 건드렸다면 빅테크는 '공습'에 가까운 수준으로 금융시장의 앞마당을 공략하고 있다.


카카오가 열어젖힌 통로로 네이버가 빠르게 진입하면서 빅테크발(發) 금융빅뱅은 점점 거세지는 형국이다. 빅테크의 최대 무기는 대중친밀도에 기반한 거대 플랫폼이다. 기존 금융사들은 이들이 구축한 '금융 진열장'에서 유례 없는 경쟁을 벌여야하는 실정이다.


◆'OO페이'에서 'OO뱅크'로…쏜살같은 금융혁신 = 개벽에 가까운 금융시장 판도 변화의 전조는 'OO페이'로 대표되는 간편결제ㆍ간편송금 서비스의 확대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송금서비스의 이용실적은 일평균 249만건, 234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76.7%ㆍ124.4% 급증했다.


카카오페이ㆍ토스 등 시장 점유율이 높은 대형 전자금융업자의 서비스 이용규모 확대가 이 같은 흐름을 견인한 것으로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카드 기반 간편결제서비스의 지난해 이용 실적도 602만건, 1745억원으로 각각 전년의 56.6%ㆍ44.0% 늘어났다.


핀테크 기술을 등에 업고 지난해 말 전면시행된 오픈뱅킹은 금융소비자들이 으레 지니고 있는 '주거래은행'의 개념을 해체하고 있다. 오픈뱅킹은 하나의 앱으로 보유하고 있는 모든 은행의 계좌를 조회하고 출금ㆍ이체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달 말까지 약 반 년 동안 오픈뱅킹 가입자는 누적 4096만명, 등록계좌는 6588만좌로 파악됐다. 서비스별 중복가입을 제외하고 보면 가입자는 2032만명이다. 국내 경제활동인구(2821만명)의 약 72%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오픈뱅킹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 이용은 누적 10억5000만건, 하루 평균 659만건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연간 20억건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네이버는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카카오 따라잡기'에 나서고 있다. 후불결제(신용카드) 시장 진출을 위해 금융당국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신청을 검토 중인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달 법원에 '엔에프(NF)보험서비스 주식회사'의 법인 등록을 마치고 보험업 진출을 준비 중이다.


카카오페이에 이어 등장한 카카오페이증권은 현재까지 약 140만 계좌 개설, 펀드투자 고객 20만명을 기록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기업가치는 이미 3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카카오페이는 최소 4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음 달 마이데이터 시행 등으로 테크기업의 '데이터금융'이 더 강화되면 이들 기업의 가치는 추산하기 나름인 수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자장사도 힘든데"…금융사는 노심초사 = 이처럼 급격한 환경의 변화 속에서 기존 금융사들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은행들의 머릿속이 특히 복잡할 수밖에 없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020년 은행산업 전망과 과제' 보고서에서 올해 국내은행의 대출자산 증가율이 지난해보다 낮은 5% 초중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금융을 강화하고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정부 정책기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의 수익성은 자기자본순이익률(ROE) 기준 7% 전후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각종 판매사고와 당국의 규제로 투자상품을 통해 이자수익 부족분을 상쇄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빅테크기업의 금융업 진출시 데이터 공유, 시장지배력을 이용한 약탈적 가격경쟁 등의 이슈가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은행권에 '경고'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또 "은행들이 과거와는 성격이 다른 파괴적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면서 은행의 역할이 '자금중개기관'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마이데이터 산업이 활성화할 경우 주거래 고객의 이동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한국금융연구원은 분석하고,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제휴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창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디지털 기반 업무혁신과 점포 통폐합, 상시적인 인력 구조조정 등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비대면 중심의 자산관리(WM) 분야를 대폭 강화하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일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의 경우 워낙 몸집이 크고 시스템이 공고해서 체질을 개선하는 데 물리적인 제약이 크다"면서 "관건은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느냐"라고 진단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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