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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국민 사이 합의·신뢰 형성 땐 '착한 빅브라더'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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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국민 사이 합의·신뢰 형성 땐 '착한 빅브라더' 가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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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감염병과 사회 변혁은 바톤을 이어받듯 연이어 일어났다. 14세기 유스티니아누스 동로마 제국이 몰락하게 된 단초는 페스트다. 17세기 거대한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이유 중 하나도 천연두였다. 제1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앞당긴 스페인 독감도 있다. 그렇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세계와 우리 사회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첫 발병된 이후 27일 기준 전 세계 누적 확진자 수는 550만명, 사망자는 34만명을 넘어섰다. 5개월 동안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일상뿐 아니라 정치ㆍ경제ㆍ사회 등 각 분야의 인식을 바꿔놓고 있다. 당연히 개인을 통제(혹은 보호)하는 정부 역할도 재정립 계기를 맞았다. 정보를 독점해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이른바 '빅브라더' 정부의 출현이 어두운 측면 중 하나다.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노아 하라리 예루살렘히브리대 교수는 한 외신 기고문에서 "코로나19 사태는 인류의 감시체제 역사에서 중요한 분수령이 되고 있다"고 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비슷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쟁과 유사한 상황"이라며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공동체가 생존하지 않으면 나도 없다'란 경험을 구성원 전체가 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개인의 안전이나 생존을 위해선 개인정보를 정부에 제공해야 한다는 상식이 순응적으로 퍼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근거는 감염병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공포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많은 시민들의 우선순위가 코로나19 창궐을 막는 쪽으로 무게가 실려 있었기 때문에 정부가 주도적으로 정보를 통제하고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일을 해도 비판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염병 확산을 막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선 어느 정도 통제와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지배하고 있단 의미다. 유발 하라리 교수도 기고문을 통해 "사실 사람에게 개인정보와 건강 사이에 선택하라고 하는 것이 문제다"라며 "사람들에게 건강과 개인정보 중 양자택일하라고 한다면 대부분 건강을 택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정보 공개를 요구했을 때 어느 수준까지 응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앞에 놓인 과제다. 이에 앞서 '정부의 개인정보 요구 기준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송 교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부들이 개인 정보를 독점해 활용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국면으로 진화할 수 있다"면서 "예민하게 비판해야 할 부분이고 개인의 사전 동의 없이는 정보를 사용할 수 없다는 식의 논의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중국처럼 생체정보까지 활용한 감시체계 추진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국민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연락처를 요구하는 정도 즉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 어디인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를 향한 견제와 더불어 신뢰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송 교수는 "정부는 사회적 이념이나 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독단적으로 활용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이 부분을 견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도 "만약 정부와 국민 간 신뢰가 형성되면 '착한 빅브라더'가 될 수도 있다"며 "어떤 통치자가 정권을 잡고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 여기에 국민들이 어느 정도 신뢰를 보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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