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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인종차별에 폭발…파푸아, 더 거세진 '독립'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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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독립기념일에 국기 하수구 버려져…'반역죄'로 8명 체포·"개·돼지" 조롱
파푸아 '분노' 시위격화, 내전 치달아…자결권 위한 주민투표 요구 확산
뉴기니섬 동쪽은 독립국가 됐지만, 서쪽 1969년 인니에 귀속
인권유린·억압 지속, 최악 빈곤 시달려

50년 인종차별에 폭발…파푸아, 더 거세진 '독립' 외침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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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자카르타 최수진 객원기자] 인도네시아가 동쪽 끝 뉴기니섬의 파푸아인 차별 문제로 들끓고 있다. 국기를 훼손한 파푸아 출신 대학생들에 대한 인종차별이 현지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면서 독립요구 시위로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시위 과정에서 사상자가 속출하는가 하면 인터넷까지 차단된 상황이어서 자칫 파푸아인에 대한 탄압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3일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인도네시아 독립기념일인 지난달 17일 자와섬 수라바야의 한 대학 기숙사에서 파푸아 출신 대학생들이 국기를 하수구에 버린 데서 비롯됐다. 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됐고 경찰은 파푸아 출신 학생 7명과 '서파푸아를 위한 인도네시아 인민연대' 대변인 수랴 안타 등 8명을 '반역죄' 혐의로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군 장교와 민족주의 성향 민병대가 "파푸아인들은 원숭이, 개, 돼지나 다름없다"고 조롱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이후 인도네시아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해당 사건을 두고 반(反)파푸아 슬로건이 SNS를 통해 번지기 시작했고 수라바야 지역 대학생들은 "파푸아 학생들을 당장 몰아내자, 학살하자"라고 외치며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대학 기숙사로 음식을 가지고 들어가던 파푸아 학생들이 이유 없이 구타 당하고, 체포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인종차별에 파푸아인들의 시위도 격화하면서 사실상 파푸아인이 몰려 사는 뉴기니섬 서파푸아 지역은 내전 상태를 방불케 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위 진압 과정에서 최루탄은 물론 실탄까지 발사됐으며 일부 파푸아 시위대는 전통 복장에 활과 화살을 들고 경찰에 맞서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50년 인종차별에 폭발…파푸아, 더 거세진 '독립' 외침


현지에서는 이번 사태가 파푸아인에 대한 인도네시아 정부의 오랜 인종차별이 표면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파푸아 대학생들의 국기 폐기 사건은 파푸아인들에 대한 오랜 차별과 독립운동 진압 과정의 인권유린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뉴기니섬은 세계적으로 금, 구리 등 풍부한 광물과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천혜의 땅으로 불린다. 반면 인도네시아 군도 중 가장 가난한 땅이기도 하다. 다국적 기업과 군부, 부패한 공무원들이 자원을 싹쓸이해가는 동안 주민들은 최악의 빈곤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파푸아인에 대한 차별과 갈등의 씨앗은 네덜란드령이었던 뉴기니섬의 독립 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섬 동쪽은 파푸아뉴기니라는 독립국가가 됐지만 서뉴기니 지역은 강압적 분위기 속에서 주민투표를 거쳐 1969년 인도네시아 귀속을 결정하면서 하나의 섬이 둘로 갈리게 된 것이다. 이후 서뉴기니 지역의 파푸아인들은 꾸준히 독립을 위한 소규모 게릴라 활동을 벌여왔으며 인도네시아 정부의 진압 과정에서 인권 유린과 차별, 억압이 지속돼 왔다.



다만 대규모 시위 사태에도 서파푸아 지역의 독립으로까지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 정부 시위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워낙 강경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014년 집권 이후 대규모 고속도로 건설 등 지역 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한편 집권 후 11차례나 이 지역을 직접 방문하는 등 적극적 유화책을 펼치고 있어 독립운동을 위한 파푸아 주민들의 동력도 약화된 상태다. 실제로 지난 4월 대선 당시 조코위 대통령은 이 지역에서 90%의 지지율을 얻으며 재선에 성공한 바 있다.




자카르타 최수진 객원기자 nyonya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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