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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대통령 인사권 분산해야…소선거구제·구청장선거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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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대통령 인사권 분산해야…소선거구제·구청장선거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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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고건 전 국무총리는 대통령중심제를 유지하되 행정부 실·국장급 인사권을 총리와 각부 장관에게 부여하는 등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수명을 다한 소선거구제를 고쳐서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를 늘리고 일본식 '석폐율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또 서울시 등 자치구의 구청장 선거를 없애는 대신 시장이 후보를 지명해 구의회 동의를 얻게 하자고 건의했다.


고 전 총리는 1일 공개한 '고건 회고록 : 공인의 길'에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개헌 방향에 대해 새로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부제를 도입하는 것보다 대통령중심제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 전 총리는 "우리는 오랫동안 대통령중심제를 학습해왔고, 남북 대립관계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이 내각책임제니 뭐니 새로이 학습을 시작하면 오래 걸린다"면서 "기왕에 대통령제를 학습해오면서 '이런 점은 잘못됐구나' 느꼈던 것을 고치는 것이 좋다. 몇십 년 해오던 걸 수선해서 써야지, 새집을 짓는다고 나서면 집 짓다가 만다"고 지적했다.


이원집정부제도에 대해서는 "내치와 외교, 국방을 구분한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어떻게 구분이 되나. 이원집정부제에서 내치와 외치를 구분한다는데 그게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대통령과 총리의 역할 조정에 대해 "총리는 정치적 지분이 있는 주주형, 최고경영자형(CEO)형, 집사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대(對) 국회 관계에서는 정무형, 내각과의 관계에서는 행정형, 국민과의 관계에서는 통합형이 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고 전 총리는 "개헌이 내각제·이원집정부제로 가는 게 아니라 중임제 등 대통령제를 개선하는 차원이라면 국무총리가 아니라 '국무조정총리'로 역할을 제도화 해야 한다"면서 "해임건의도 해임제청권으로 헌법에서 바꿔서 해임을 제청하면 대통령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국무위원 임명제청권도 서면으로 제도화 하라"고 말했다.


아울러 "제일 중요한 건 총리와 내각의 인사권을 분점 시키는 것"이라며 "지금은 청와대가 모든 인사권을 가지고 있기에 엄청난 '줄서기 인사'이다. 각 부처의 국장급까지도 전부 줄서기를 한다. 그러니까 행정 각부의 실·국장급 인사권은 총리와 각부 장관에게 부여해야 한다. 이를 헌법에 넣어도 좋고, 법에 넣어도 좋고 법적으로 해야 작동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도입한 자치구제를 '실패'로 규정했다. 고 전 총리는 1986년 민정당 지방자치제도 특별위원회 위원장 시절, 서울·부산·인천의 구청은 '자치구'로 정해 구청장 선거를 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신연희 강남구청장 사이에 갈등이 있다. 이게 자치구의 구청장 선거제로 인한 폐해다"며 "이걸 볼 때마다 내가 잘 못 했다고 느낀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민선 서울시장이 구마다 구청장 후보를 내서 구의회의 동의를 얻는 방식으로 돌려야 한다. 그러면 신연희 강남구청장 사건 같은 것은 안 일어난다"며 "신연희 강남구청장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후회스럽다"고 덧붙였다.


소선거구제에 대해서는 "민주화 하는 데는 도움이 됐다고 해도 그 뒤에 오히려 폐단이 많다. 호남당, 영남당 지역패권 정당이 거기서부터 기반을 닦았다"면서 "일본식으로 비례대표를 늘리고 석폐율제를 도입하면 훨씬 달라질 것이고, 제3지대 형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석폐율제는 소선거구제 선거의 지역구에서 아깝게 당선되지 못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고 전 총리는 "자치구제 도입보다 더 큰 실패는 소선거구제 만들어 놓고 (본인이) 소선거구에 입후보해서 낙선한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1988년 13대 총선에서 역풍을 맞아 재선에 실패했다. 이를 두고 "20대에 고등고시 낙방 이후 인생에서 두 번째로 맞본 큰 실패"라고 회고했다.


고 전 총리는 1987년 민정당 선거제도위원장을 하면서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를 놓고, 3당 협상작업을 했다. 고 전 총리는 "통민당만 합의하면 끝나는 거였는데, YS(김영삼)가 설악산에서는 중선거구제에 서명했다가 이틀 뒤 속리산에서 소선거구제로 바꿨다. 이건 숨겨진 이야기"라고 알렸다.




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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