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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인간을 위한 튜링 테스트 '캡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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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닮은 AI 가려내려 만든 '튜링 테스트'
AI 아닌 인간 인증 위해 만든 '캡챠'
스스로 사고하는 AI 곧 등장
새 법체계·윤리 고민할 때

[시시비비]인간을 위한 튜링 테스트 '캡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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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인공지능(AI)은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가. 1950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킹스 칼리지의 컴퓨터과학자 앨런 튜링이 논문 ‘계산 기계와 지능’에서 처음으로 던진 문제다. AI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기 전 컴퓨터가 스스로 지능을 갖고 광범위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더 나아가 인류사를 바꿔 놓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논문에서 튜링은 ‘튜링 테스트’라 불리는 AI 실험을 제안한다.


실험은 간단하다. 컴퓨터와 인간에게 동시에 질문을 한다. 질문자는 어느 쪽이 컴퓨터인지 모른다. 여러 차례 질문하며 컴퓨터가 어느 쪽인지 가려내야 하는데, 가려내지 못한다면 컴퓨터는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고 ‘지적 사고를 갖춘 창조물’로 인정받는다.


튜링 테스트에 가장 먼저 도전한 AI는 1966년 MIT가 개발한 ‘일라이자’였다. 테스트는 통과하지 못했다. 이후 2011년 IBM의 ‘왓슨’이 TV퀴즈쇼에서 인간 챔피언을 물리치고 우승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역시 튜링 테스트는 통과하지 못했다. 2014년 영국 레딩 대학의 ‘유진 구스트만’이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실제 지능은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별 받았다. 튜링 테스트 통과에 근접한 AI들은 있지만, 테스트를 통과한 AI는 없었다.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AI는 오픈AI가 개발한 거대언어모델 GPT-3다. 네이버 ‘하이퍼클로바’, 카카오브레인 ‘KoGPT’, SK텔레콤 ‘에이닷’이 모두 GPT-3 기반이다. 이들은 고객센터에서 이미 일하고 글도 쓰고 그림도 척척 그려낸다. 하지만 튜링 테스트는 통과하지 못했다. 문제는 빠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초에는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GPT-4다. 이달 들어 IT 업계에선 GPT-4가 사상 최초로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GPT-4의 공개를 목을 빼고 기다리는 이들이 많지만,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인류 종말 예언이 더 와닿는다. 호킹은 AI 기술의 발전이 인류사에 크게 기여하겠지만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스스로 사고하고 인간의 감정까지 이해하게 될 경우 인류 종말을 일으킬 정도로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AI가 호모 사피엔스 이후 새로운 지배종(種)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리 먼 얘기도 아니다. 우리는 인터넷상에서 매일같이 인간이라는 점을 인증한다. 웹사이트 접속 시 ‘로봇이 아닙니다’라는 체크박스와 함께 등장하는 ‘캡챠(CAPTCHA)’가 그 주인공이다. 인간만이 인지할 수 있는 비뚤비뚤한 글씨를 적어 내고 여러 개의 사진 속에서 특정 사물이 들어간 사진을 고르기 위해 눈이 빠지라 들여다본다.



캡챠는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봇(Bot)을 가려내기 위해 만들어졌다. 웹사이트에서 각종 정보를 취합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때로는 설문조사 결과를 조작하고 대규모 계정을 생성해 댓글로 여론을 조성하는 등 범죄에도 악용된다. 인터넷 시대가 시작되며 익명성을 내세운 사이버 범죄가 한때 큰 사회적 문제가 됐던 것처럼 AI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법과 제도는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하지만 AI는 다르다. 지적 생명체에 가까워지고 있는 AI를 위한 윤리, 새 법체계를 깊이 있게 고민할 때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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