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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인도네시아의 외교력이 주목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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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인도네시아의 외교력이 주목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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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세계의 단층선은 분명해지고 있다. 가치동맹을 내세우는 미국은 동맹국들을 재정비하고 있으며 중국을 비롯한 국가들은 미국에 맞서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립의 와중에 의외의 협력도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 적대세력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OPEC+(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OPEC 협의체)라는 석유 동맹을 통해 공동의 이해를 추구하고 있다. 패권국 간 대립이 심해지는 와중에 독자적 세력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국가들도 등장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인구 대국인 인도와 더불어 지정학적 입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튀르키예가 대표적이다. 우리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역시 최근 이러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얼마 전 종료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국내적으로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번 회담의 핵심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표명할 것인가였다.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나라 다수가 포함된 구성을 감안할 때 러시아를 비판하는 내용을 포함한 공동성명의 채택 가능성은 높지 않았지만 최종적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규탄 내용이 포함된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새삼 인도네시아의 외교력은 새삼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다음번 G20 정상회의 개최국인 인도 역시 상당한 외교력을 집중하여 회원국 설득에 나서면서 독자적인 외교노선과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과시했다. 이들은 전쟁으로 인해 개도국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호소와 더불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인 식량 문제를 시작으로 문제의 원인 제공자에 대한 비판이 필요함을 설득함으로써 최종 합의를 도출했다. 러시아는 외교적으로 궁지에 몰렸고, 중국 역시 이러한 흐름을 거스르지 않았다. 중견국가의 외교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외교는 기본적으로 국가의 힘에 기반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만으로 해결되지는 않는 측면이 존재한다. 만약 이번 회담에서 인도네시아와 인도가 나서지 않고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주도적 역할을 해보려 했다면 아마 공동성명은 채택되지 못했을 것이다. 갈등 상황에서 강대국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어내고 전체적인 구도와 판을 만들어가면서 설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도네시아와 인도는 보여주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2000년대 초반 형성된 미·중·일·러로 대표되는 4강 외교라는 틀과 더불어 한반도라는 공간적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는 대한민국을 선진국이라 생각하고, 대한민국의 역할을 기대하고, 국제적 이슈에 대한 우리의 입장과 판단을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지만 정작 우리는 주어진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지속되면서 우리는 외교를 줄타기 또는 선택의 문제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과거와 달리 선진국이 되었고 이에 걸맞은 경제력과 소프트파워를 통해 독자적인 공간을 만들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써먹지 못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양자택일이 아닌 우리의 관점에 입각한 대안과 이슈를 제기하면서 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그 속에서 소수의 강대국이 아닌 다수의 국가와 다양한 관계를 만들어가야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과 중국, 그리고 미국만 바라보고 있다. 한반도의 문제는 한반도만 바라봐서는 풀리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변화는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이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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