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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반도체 방패

수정 2022.06.28 11:16입력 2022.06.2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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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반도체 방패 지난 3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 무인기(드론)에서 추출된 반도체 기판의 모습. 러시아군은 대러제재에 따른 반도체 부족으로 우크라이나 민가에서 노획한 가전제품을 분해해 얻어낸 반도체를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이우(우크라이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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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지난 2001년 미국의 정보기술(IT) 분야 전문가인 크레이그 에디슨은 ‘반도체 방패(Silicon Shield)’라는 이론을 처음으로 만들어냈다. 세계 주요 반도체 제조국인 대만이 반도체 패권을 장악하고 싶은 중국으로부터 군사적 위협을 받겠지만, 전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대만의 반도체 비중이 오히려 강력한 국가 방위 요소가 될 것이란 이론이다.


대만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에서 산업용은 물론, 군용 반도체도 대부분을 의존 중인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결코 대만이 무너지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는 게 이 반도체 방패의 핵심 이론이다. 특히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세계 2위의 군사력을 보유했다던 러시아조차 반도체 부족으로 우크라이나 민가의 냉장고 속 기판까지 뜯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군용 반도체 확보는 각국 안보의 지상 과제로 떠올랐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이 군용 반도체 문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지난 2011년 미 해군 헬리콥터에서 기체 결함을 일으키는 중국산 반도체가 대량으로 발견된 이후, 신뢰할 수 있는 군용 반도체 확보와 안전한 공급망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대만 TSMC와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내 공장 유치에 앞장서고, 반도체 지원법안 통과에 주력하는 이유도 그만큼 안보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신 첨단무기들 중 반도체 없이 돌아가는 무기는 소총을 제외하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무인기(드론), 자율주행 탱크, 자율주행 전투기까지 동원되는 현대전에서 반도체는 없어선 안될 필수적인 전략물자가 됐기 때문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군사위성 등 우주공간에서 사용되는 무기들은 방사능과 고열을 견딜 특수 반도체가 들어가야 한다. ‘방사선 경화(Rad-Hard)’ 반도체라 불리는 이런 특수 전자장비들은 매우 민감한 군사기술이라 미국에서도 적성국가에 유출되는 것을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서방이 주문하는 반도체의 92% 이상을 생산하는 대만을 어떻게든 사수하려드는 것에는 군용 반도체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이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담에 한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국 정상들이 함께 초청된 것도 이러한 반도체 방패 문제와 연관이 깊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경과를 살펴본 중국이 자칫 대만의 강제 병합을 목적으로 전쟁을 일으킬 경우, 안보는 물론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위기가 곧바로 터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과 함께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국인 한국 역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새 정부의 첫 외교무대가 될 이번 나토 정상회담에서 우리나라의 반도체 방패 역시 한층 단단해지길 기대해본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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