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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브]경제안보시대, '성장전략'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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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브]경제안보시대, '성장전략'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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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고강도 제재로 고통을 겪던 중국 화웨이는 작년 매출이 30% 급감했고, 일본은 2019년 우리나라에 단행한 수출규제가 먹히지 않자 더 강력한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전기차와 배터리의 경쟁국인 중국은 최근 배터리의 필수광물인 리튬·니켈·코발트 등의 가격을 역대 최고치로 올리면서 관련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중국을 제재하고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제재를 감행할 때 양국은 상대국의 대상 산업·기업·제품·기술·공급망 등에 대한 정보수집과 분석을 기반으로 공격했다.


한국은 무역규모 세계 8위, 혁신지수 5위, 특허출원 4위로 경쟁국으로부터 핵심기술과 전문인력에 대한 유출 위협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한국의 성장과 주도권의 향배는 ‘핵심기술’에 있으며, 이제 미래성장에 있어 ‘산업경제안보’는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됐다. 그렇다면 산업경제안보 시대의 성장전략은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옛말에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 했다. 즉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험하지 않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기술패권 시대에 상대방이 처한 상황과 진의를 알아낼 수 있다면 적확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우선 미국·일본·독일 등이 가진 정보력을 과연 우리도 가졌는지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특히 강대국이 가지지 못한 ‘전략적 히든기술’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예로 중국이 반도체 소재로 옥죄면 우리에게 직격탄이지만 동시에 최대 메모리 소비국인 중국도 부담이 된다. 히든기술은 중간재에 대한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생존전략이며 협상카드가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양자컴퓨터 등 미래성장 분야의 전 세계 기술정보 지도를 작성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매년 300만개의 특허가 나오는데 첨단기술은 대부분 특허로 보호되므로 특허는 공개된 훌륭한 기술정보라고 할 수 있다. 산업경제안보 전략 마련에 있어 이보다 더 좋은 정보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정보를 심사에 활용하거나 일부 기업분석을 위해 사용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가경제안보 차원에서 경쟁국의 핵심기술과 연구자, 산업판도 등을 도출하고, 여기에 국정원·외교부·산업부 등이 해외에서 수립한 정보를 결합한다면 산업경제안보 전략수립의 든든한 토대를 제공하는 동시에 글로벌 리더로서 경쟁전략까지 마련할 수 있다.


실무적으로 수집된 정보를 분석해 소위 ‘산업경제안보 세계지도’를 제작하고 그 바탕 위에 경제안보전략의 방법론과 대응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싱크탱크는 매우 중요하다. 지식재산·산업통상 분야에서 이러한 연구를 수행할 기관들은 존재하지만 조직·예산·인력 등은 턱없이 부족하고,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경제안보에 대한 인식과 법적근거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급변하는 경제안보 환경에 대응하고 다양한 산업적 위협으로부터 핵심기술과 공급망, 산업 전반을 보호해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강력하고 효율적인 산업경제안보 전략 수립과 함께 이를 이행할 수 있는 싱크탱크와 행정체계의 개편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이렇게 수립된 전략을 범부처적으로 접근하고 조율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단일한 국가계획을 기반으로 히든기술 연구개발(R&D)·공급·외교정보 전략 등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때 험난한 글로벌 패권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손승우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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