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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공매도, 불신부터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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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공매도, 불신부터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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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최근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주가 흐름이 심상치 않다. 수년을 내다보고 적금처럼 사들였던 대형 우량주들의 주가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다. 물가 상승 등 대외 경제 상황에 따른 주가 흐름이라지만 수십조원 규모 기업 주가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니 일각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바로 공매도에 대한 원성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사서 갚는 투자를 말한다. 주가 하락기 수익을 내는 투자법인 셈인데, 공매도 거래의 70~80%는 외국인투자자가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미들 사이에서는 외인들이 막대한 자금으로 주가 하락을 부추겨 개인의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한다. 또 공매도 자체를 막아야 이런 상황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다소 과격한 주장이지만 이들의 지적을 뜯어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최근 공매도는 국내 증시를 이끌고 있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서 이뤄지고 있다. 단기간 ‘버블’이 낀 투기 종목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이 장기 투자에 나선 종목에 공매도가 집중된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공매도를 재개한 지난 5월부터 9월17일까지 약 4달 간 외인이 가장 많이 공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로 공매도 규모는 39조3360억원에 달했다. 이어 SK하이닉스(13조4690억원), 카카오(10조6040억원), LG화학(10조1780억원) 순이었다. 이들 종목들의 주가도 빠졌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5.3%, SK하이닉스는 16.4%, LG화학은 24.8% 내렸다. 그런데도 금융위원회는 "시장 전체를 기준으로 공매도 비율과 주가 등락 간 유의미한 관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9월17일 이후 이달 19일 한 달여간 해당 종목들의 주가는 더 미끄러진 상태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공매도가 몰렸던 지난 1일(공매도 규모 633억원, 주가수익률 -1.21%), 5일(1040억원, -1.37%), 12일(661억원, -3.50%), 13일(532억원, -0.29%) 모두 주가가 내렸다. 지난 8일 역대 최대 분기 매출(73조원), 역대 두 번째 높은 분기 영업이익(15조8000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날부터 3일간 주가는 주당 6만원대에 머무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외국계 증권사들이 줄줄이 삼성전자에 대한 회의적 전망을 담은 리포트를 냈고, 이후 공매도로 수익을 내고 있다는 지적들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개인의 공매도 참여를 늘리기 위한 조치를 내놨다. 다음달부터 주식 대여기간을 90일 이상으로 늘리고 연장도 가능하게 했다. 그런데 공매도는 기본적으로 ‘빚투’인 셈인데 개인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과연 옳은 길일까. 지난 5월에도 공매도를 재개하면서 개인과 외인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한 정책들을 내놨지만 개인의 공매도 비중은 아직 2%를 넘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공매도에 대한 불신을 잠재워야 한다. ‘1인 1계좌’ 시대에 대선 주자들도 공매도를 없애야 한다는 얘기들을 한다. 포퓰리즘에 휘둘리며 정책을 펼치는 것도 지양해야 할 일이지만 매번 주가 하락기마다 공매도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는 상황이라면 정부도 개미의 오해를 제대로 풀거나 실상에 맞는 정책을 내야 하지 않을까. 정부의 외인 공매도를 뜯어볼 날카로운 눈과 개미를 설득할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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