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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육아휴직 공약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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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육아휴직 공약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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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국면에서 각 당 예비후보들이 쏟아낸 공약들을 살펴보는 작업은 의미가 있다. 수백만 부모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내놓은 육아휴직 관련 공약은 합계출산율 0.8, 출생아 수 20만명대 상황만큼이나 파격적이다. 육아휴직 기간과 급여를 전례 없이 늘리고 올리겠다거나 육아휴직을 법으로 강제하겠다고 한다. 그러면 저출산·저출생 현상의 반등이 올까? 아니다. 부모들의 마음을 반만 읽었거나 육아휴직이 갖는 의미를 반쯤만 이해했기 때문이다.


부모는 아이를 키우는 존재이자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귀중한 노동력이다. 부모는 자녀돌봄에서 행복을 찾으면서 동시에 노동을 통한 자아성취를 중요시하는 존재다.그런데 돈을 더 받는다고 아이 낳을 결심을 할까? 그 돈에 눈을 돌리지 않고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은 자기 일에만 몰두할 것이다. 왜? 아이를 낳았을 때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환경을 노동시장, 사회적 돌봄, 가족관계에서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육아휴직 기간을 3년까지 늘리겠다는 약속도 나왔다. 현재 엄마와 아빠가 각 1년씩 합쳐서 2년 할 수 있는 육아휴직 기간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아빠가 할 수 있는 육아휴직’ 기간만 놓고 보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가 제일 길다. 그런데 휴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직장 복귀와 적응은 어려워진다. 업무 환경이 급변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훌륭한 인적자본으로서 자신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기회 보장이 중요하다. 그래서 서유럽 선진국들은 육아휴직 기간을 늘리는 것보다 부모의 유연탄력근무 보장에 더 중점을 두는 경향을 보인다.


사실 우리나라 부모 대다수는 육아휴직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아빠들은 100명 중 2명 정도가 육아휴직을 하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육아휴직을 법으로 강제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육아휴직제도의 의미를 절반만 이해한 결과다.


기업은 성장을 위해 인재가 필요한데 사람들의 가치관이 바뀌면서 예전처럼 일에만 몰두하지 않는다.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기업은 필요 인재를 확보하려 가족친화경영을 확대한다. 육아휴직도 장려한다. 기업을 떠나지 않고 머무는 인재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업은 성장한다. 서유럽 선진국에서 국가보다 기업이 앞서 가족친화경영을 강조하고 나섰던 이유다. 육아휴직의 법적 강제 결과는 아파트 값 잡아보겠다고 각종 규제를 확대했다가 가격 폭등만 부른 지금 정부정책의 모습처럼 나타날 것이다. 중소기업이라도 전문인력 중심 지속가능 경영으로의 체질 개선 지원이 우선이다. 기업이 필요로 하지 않는데 육아휴직을 강제하면, 강제의 대가로서 기업이 받을 수 있는 지원만 오용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파격적인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면, 어린 자녀를 둔 부모가 원하는 만큼 제한없이 할 수 있는 유연탄력근무를 확대하면 된다. 육아휴직 강제보다 가족친화경영기업으로서 전문인력 중심의 성장을 할 수 있는 체질 개선 지원이 더 중요하다. 돌봄을 넘어서는 인생 목표를 부모는 갖는다. 법적 강제 때문이 아니라 직장에서 당당하게 인정받는 인재로 대접받길 부모는 원한다. 새롭게 바뀐 부모의 모습을 보시라. 그리고 그 공약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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