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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경제읽기] 나라마다 다른 '플랫폼 규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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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은 경제력 집중 막고
공정경쟁 확보하는 게 목적
온라인 경제비중 높은 중국
무엇보다 '체제 안정'이 큰 이유

韓과 美, 플랫폼 사업자 환경 달라
美, 절대강자의 인수합병 규제 중점
韓, 소상공인 보호 정책에 포커스

[이종우의 경제읽기] 나라마다 다른 '플랫폼 규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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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갑질방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관련 법으로는 세계 최초다. 많은 나라가 빅테크 기업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고 있는 만큼, 이번 법 통과를 계기로 다양한 규제 법안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된다.


플랫폼 기업의 문제로 세가지가 주로 거론되고 있다. 첫째는 경제력 집중이다. 작년 한해 미국의 인터넷 접속량 상위 10개 사이트 모두가 플랫폼 기업이었다. 상위 25개 가운데에서도 20개도 플랫폼이다. 중국도 비슷하다. 인터넷 접속 순위 10위 가운데 플랫폼 기업이 8개나 된다. 알리바바가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고, 알리페이는 최대 지불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몇몇 기업의 지배력이 커지면서 공정 경쟁이 침해 받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둘째는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이 정부보다 커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정부는 주민등록과 세무지표를 통해 국민과 기업의 상황을 파악한다. 그런 정부도 개별 국민의 기호나 행동까지 파악할 수는 없다. 플랫폼 기업은 그게 가능하다. 소비 활동으로 쌓인 데이터를 이용해 개인 행동 패턴을 알 수 있다. 정부로서는 자신보다 많은 데이타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기업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세 번째는 세금이다. 작년 비대면 활성화로 플랫폼 기업의 매출이 늘고 이익이 급증했지만,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페이퍼 컴퍼니 덕분에 세금을 많이 내지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세가 도입됐고, 선진7개국 회의에서 법인세율을 15% 이하로 내리지 못하도록 조치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종우의 경제읽기] 나라마다 다른 '플랫폼 규제법'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방안은 나라마다 모양이 다르다. 미국은 두 가지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행정부는 플랫폼 기업이 다른 회사를 인수할 때 심사 가이드라인을 강화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구글 문서나 애플 뮤직에서 보는 것처럼 플랫폼기업이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 때 인수합병이 많이 사용된다. 작은 기업을 인수한 후 플랫폼기업의 영향력으로 밀어부쳐 시장 지배자가 되는 것이다. 당초에는 피인수 회사의 규모가 크지 않아 신경쓰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합병 심사 때부터 지배력 강화 여부를 따지겠다는 것이다. 의회는 또 다른 형태로 접근하고 있다. 거대 사업자가 플랫폼에서 자기 사업을 다른 회사보다 우대하지 못하도록 한 건데 이해 충돌 방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은 미국보다 먼저 플랫폼 규제에 나섰지만 강도가 약하다. 미국 의회의 방안처럼 플랫폼 기업이 자기사업 우대와 데이터 축적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럽의 플랫폼 규제 논의는 2017년 구글 쇼핑 사건에서 시작됐다. 구글이 알고리즘의 일부를 변경해 첫 페이지 눈에 잘 띄는 곳에 제휴상품을 배치한 사건인데, EU 집행위원회가 구글이 시장 경쟁을 제한했다고 판단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조치를 취했다. 이 조치가 2020년 디지털시장법(DMA)으로 발전해 법제화를 기다리고 있다.


[이종우의 경제읽기] 나라마다 다른 '플랫폼 규제법'


중국이 플랫폼기업을 규제하는 목적은 다른 나라와 다르다. 미국, 유럽이 경제력 집중을 막고, 공정경쟁을 확보하는 걸 목표로 하는 반면, 중국은 같은 목적 외에 체제 안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 중국은 전자상거래를 포함한 온라인 경제 비중이 다른 주요국보다 훨씬 높은 나라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중요한 데이터가 통제되지 않는 상태로 민간에 방치될 경우 체제 안정에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해당 조치의 하나가 플랫폼 기업의 해외 주식시장 상장 규제다. 차량공유서비스 대표업체인 디디추싱이 그 경우에 해당했다. 규제 이유로 국내 고객 데이터와 중국의 안보 관련 정보가 미국으로 유출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고 적시돼 있다.


국내 플랫폼의 대표주자는 네이버와 카카오다. 네이버는 50% 이상 매출이 발생하는 검색 서비스를 토대로 쇼핑과 핀테크 등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웹툰과 V라이브 등 콘텐츠 분야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네이버보다 더 눈길을 끄는 곳은 카카오다. 국내 시장의 99%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메신저를 기반으로 사업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 카카오톡 사용자가 카카오택시와 카카오 대리, 카카오 헤어샾을 이용하고, 결제 매개체로 카카오페이를 쓰는 구조다. 하나의 서비스가 자리를 잡으면 해당 서비스 이용자를 통해 다른 서비스로 진출하는 건데, 올해는 카카오페이를 앞세워 디지털 보험업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카카오가 눈길을 끄는 건 공격적인 사업확장 때문이다. 우리나라 30대 대기업 중 가장 많은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SK그룹으로 계열사가 148개나 된다. 2등이 카카오로 계열사가 118개다.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플랫폼 규제법은 크게 둘이다. 하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출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으로 매출액이 100억원 이상이거나 중개 거래액이 1000억원이 넘는 플랫폼 기업을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될 경우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한 대형 인터넷 상거래 업체가 입점 업체에 물건 구매를 강제할 수 없고, 손해를 전가하는 행위도 하지 못하게 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을 준비 중이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자사 서비스에서 검색 결과를 조정하거나 수수료를 강요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의 플랫폼 규제는 유럽같이 자기사업을 우대하지 못하도록 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플랫폼 사업자가 처해 있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은 구글이 검색시장의 88%를 장악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점유율이 가장 높은 네이버 조차 50%를 넘지 못한다. 전자상거래는 더 심하다. 아마존이 미국시장의 50%, 알리바바가 중국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우리 전자상거래시장에는 절대 강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큰 업체인 네이버 쇼핑 조차 시장 점유율이 20%를 조금 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여러 부문을 총망라하는 플랫폼이 없는 대신 산업별로 다수의 플랫폼이 경쟁하고 있다. 이커머스는 쿠팡, 배달은 배달의 민족, 숙박·여행은 야놀자, 지도·내비게이션은 티맵 등이 대표적이다. 상항이 이렇다 보니 정책의 목표가 인수합병 규제보다 각 부문에서 소상공인이 침해를 받지 않도록 하는 쪽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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