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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중국의 삼풍정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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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중국의 삼풍정돈 지난 7월1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이 열린 베이징 톈안먼 광장의 모습. 중국(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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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중국 정부가 최근 주요 기업과 사교육, 연예계까지 규제의 칼날을 세우면서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말로 ‘정풍(整風)’이란 단어가 있다. 원래 이 말은 1942년 마오쩌둥이 중국 공산당 내부의 풍조를 바로잡는다는 명분으로 독재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시작했던 이른바 ‘삼풍정돈(三風整頓)’의 줄임말이다.


마오쩌둥은 권력 장악을 위해 공산당 내 학풍(學風)과 당풍(黨風), 문풍(文風) 등 3가지 풍조를 바로잡는다는 명분 아래 숱하게 많은 반대파들을 숙청했다. 1966년부터 1976년까지 단행된 이른바 문화대혁명 사업도 이 정풍운동의 일부로 알려져 있다.


이 정풍운동의 최대 희생양 중 한 명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아버지 시중쉰이었다. 그는 중국 공산당 8대 원로 중 한 명이었지만, 마오쩌둥의 최대 실책으로 알려진 대약진운동을 정면 비판했다는 이유로 권력에서 밀려나 정풍돼야 할 대상자로 전락했다. 그의 큰딸인 시허핑은 홍위병들에게 당한 폭력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했다. 시 주석 본인도 오랜 세월 정풍운동의 광기로 공산당 입당이 거부되며 시골에서 한직을 전전했다.


그랬던 시 주석이 정풍운동의 칼을 빼면서 중국 정계는 크게 긴장하고 있다. 기존 중국의 3대 정치세력으로 군림해 왔던 상하이방과 공산주의 청년단(공청단), 태자당 모두를 겨냥한 규제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상하이방과 사학재단을 기반으로 하는 공청단, 연예계 인사들과 스캔들로 얽힌 태자당을 한꺼번에 소탕하려다 보니 ‘21세기판 문화대혁명’이란 단어가 나올 정도로 광범위한 규제의 칼날이 휘둘려지고 있다는 평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3대 세력의 정권다툼 속에 시 주석은 권좌에 오를 수 있었다. 집권 전 시 주석은 3대 세력과 모두 친하면서 별다른 자기세력이 없는 게 장점으로 부각된 인물이다. 태자당 출신이지만 문화대혁명 이후 밀려났던 가문인 데다, 상하이 시장을 역임해 상하이방과도 친밀하고, 공청단 출신인 후진타오 전 주석의 신임도 한몸에 받았던 시 주석이었다. 더구나 자기 색깔 없이 늘 조용하고 윗사람의 말만 따르던 예스맨이란 평가를 받아왔기에 3대 세력에서 아무 반대도 없이 그를 주석으로 선임했던 것이다.



그랬던 그가 이제 내년 가을 세 번째 연임을 준비하면서 마오쩌둥 이후 모든 정치인들이 손대지 못했던 종신 독재에 도전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개혁개방 이후 줄곧 지켜 온 주석의 10년 임기제가 깨지고 각 세력들간의 균형과 견제가 무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문화대혁명이란 정풍의 광기에서 벗어나 40여년간 발전해오던 중국식 사회주의가 새로운 위기와 마주하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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