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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대륙봉쇄령과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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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대륙봉쇄령과 미국 1806년부터 1811년까지 실시됐던 프랑스 대륙봉쇄령을 풍자한 그림[이미지출처=미국 워싱턴대학교 디지털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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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공급망 보호정책’을 천명하며 동맹국들과 대중 무역봉쇄를 강화하겠다고 천명하면서 21세기판 ‘대륙봉쇄령’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과거 19세기 대륙봉쇄령의 주역이던 프랑스와 영국의 패권다툼 덕분에 성장했던 미국이 이제 대중국 봉쇄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대륙봉쇄령은 1806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이끌던 프랑스가 영국의 경제적 파탄을 노리고 5년 이상 실시했던 세계 최초의 무역봉쇄 정책이다. 하지만 대륙봉쇄령은 나폴레옹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미국에 강대국이 될 길만 열어준 정책으로 오늘날에는 평가된다. 나폴레옹이 영국의 대서양 무역을 견제할 목적으로 미국에 안겨줬던 거대한 영토와 경제적 이득들이 오히려 유럽의 헤게모니를 미국에 넘겨주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은 현재 국토의 4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크기의 신생국가였고, 오늘날 미 중부 대평원 일대는 모두 프랑스의 루이지애나 식민지였다. 그런데 나폴레옹은 1803년, 대륙봉쇄령 시행에 앞서 프랑스 주재 미국 대사에게 루이지애나를 통째로 미국에 저렴한 가격에 팔겠다고 밝혔고 이 계약으로 미국은 순식간에 국토가 2배 이상 넓어진다.


미국은 루이지애나를 확보하면서 미시시피 강줄기를 이용해 카리브해와 대서양 일대 무역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길도 열리게 된다. 당시 루이지애나 매각을 결정한 나폴레옹은 "이로서 미국은 대서양에서 영국의 가장 강력한 상대가 될 것이며, 영국은 머지않아 오만한 머리를 우리에게 숙여야 될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정작 대륙봉쇄령은 프랑스와 영국, 두 나라 모두에게 치명타로 작용한다. 나폴레옹의 프랑스는 대륙봉쇄령에 반대하는 전 유럽과의 전쟁으로 끝내 몰락했고, 영국은 해운업 불황 장기화로 수백만명의 실업자가 양산되며 사회가 매우 불안해졌다. 나폴레옹 전쟁이 끝난 뒤에도 유럽 각국의 군사·사회적 긴장감은 100년 넘게 지속됐고, 이를 피해 유럽의 수많은 창업자와 과학자들은 안보불안감이 없는 미국행을 택한다. 20세기 산업의 중심은 결국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지난 세기의 역사를 거울삼아 오늘날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 놓인 수많은 국가들은 각자의 정치, 경제적 상황에 따라 외교적인 배팅에 나선 상태다. 역사의 여신이 이번엔 어느 나라에게 미소를 지을지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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