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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블랙프라이데이와 디지털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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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블랙프라이데이와 디지털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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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지금으로부터 3년여 전 '블랙프라이데이' 얘기다. 0시, 즉 밤 12시부터 깜짝 세일을 시작한다는 전단지에 밤 11시 무렵에 근처 토이저러스 매장에 들렀다. 평소부터 갖고 싶었던 '플레이스테이션4'를 초특가로 구매할 기회이기도 하고 생각보다 비싼 보드게임 몇 종을 소장하기 위해 눈독 들이고 있었다.


인산인해를 기대했던 매장 앞은 한산했다. 이미 매장 안은 쇼핑 인파로 꽉 들어차 있었다.

'아뿔싸' 하는 후회와 함께 황급히 뛰어들어갔다. 직원들이 매장 곳곳마다 제품들을 쌓아 놓고 있었다. 아직 쇼핑은 시작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플레이스테이션4가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이내 찾았지만 인파의 벽에 부딪쳤다. 고지가 코앞에 보이는데 접근이 불가능한 상황에 가슴은 콩닥콩닥 뛰고 불안했다.


12시가 땡 하는 순간 직원들이 보통 쓰는 것보다 2배는 큰 커터칼을 손에 들고 플레이스테이션4를 휘감고 있는 비닐을 뜯어 제낀다. 주변을 빙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이 일제히 뛰어들었다. 나도 몸을 던졌다.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며 박스를 들고 나오는 사람들 틈새로 파고들었지만 이미 플레이스테이션4는 동이 났다. 토이저러스에서 준비한 수량은 총 50대, 손도 빠르고 몸싸움을 잘하는 이가 많아 이겨낼 수가 없었다. 새벽 1시쯤 집에 도착한 뒤 분명 나와 같이 허탕을 친 이가 많을 것이라 위안했지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아마존을 뒤졌다. 토이저러스보다 30달러 비싸지만 그래도 평상시보다 한참 싼 플레이스테이션4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굳이 줄을 서고 이리저리 치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현지인들 얘기로는 몇 시간씩 줄을 서고도 달리기가 늦어 원하는 제품을 구매하지 못한 사례가 흔하다. 몇몇 친구는 아예 블랙프라이데이날 쇼핑센터에 가는 것은 '미친 짓'이라는 얘기까지 했다. 월마트와 아마존에서 10~20달러 더 쓰더라도 집에서 편안하게 배송받는 것이 낫다는 얘기인데 맞는 말이다.


3년이 지난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기울었다. 예년 베스트바이 매장 문이 열리기 무섭게 뛰어들어가 자기 키만한 초대형 TV를 번쩍 들고 함박웃음을 짓던 모습은 올해 찾아보기 어려웠다. '도어 버스터' 세일 자체가 크게 줄었고 월마트, 아마존이 서로 초특가 경쟁을 벌이면서 쇼핑센터 앞에 줄을 서는 대신 휴대폰을 들고 초특가 상품을 검색하며 커뮤니티를 통해 서로 정보를 주고받았다.


그 결과 미국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지난 27일(현지시간) 블랙프라이데이 당일에 올린 매출은 약 10조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앞서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는 11월11일 광군제로 사상 최대 83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온라인의 오프라인 역전은 눈에 띈다. 코리아세일페스타 당시 국내 온라인 쇼핑몰 8개사는 총 3조1900억원(카드 결제 기준)의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백화점은 1조5418억원, 대형마트 3사는 9247억원을 기록했다. 백화점과 마트를 다 합쳐도 2조4665억원으로, 현금 사용을 감안한다 해도 온라인으로 쇼핑을 한 이가 더 많다.



유통업계에 2020년이 디지털 전환의 시작점이라 한다면 2021년에는 해답을 내야 되는 순간이 왔다. 월마트가 좋은 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미국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중 유일하게 성장했다. 아마존 쇼크 이후 수년간 고민했던 디지털 전환,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한 물류와 매장 픽업 등 월마트만의 해법이 주효했다는 점을 기억하자.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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