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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규의 7전8기]구조조정에서 필요한 것은 치료제가 아닌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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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규의 7전8기]구조조정에서 필요한 것은 치료제가 아닌 백신 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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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기업구조혁신지원센터에서 2020년 제2회 기업구조혁신포럼이 개최됐다. 한국증권학회가 주관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한국성장금융의 후원으로 '기업의 성공적 턴어라운드를 위한 실행 방법론 및 사례'라는 주제로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의 발제 및 토론이 있었다. 필자도 패널로 참석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온라인(YouTube)으로 생중계하는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발제자 중 한 분은 다년간 구조조정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계기업이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을 마친 사례와 실패한 사례를 나눠 그 진행과정 및 성공과 실패의 원인은 물론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방향성까지 심도 있게 분석해 줬다. 다른 한 분은 기업 구조조정의 핵심목표를 기업가치의 향상에 두고, 밸류업(Value-up,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핵심과제를 세밀하게 분석한 후 기업가치 상승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이론적 분석에서 나아가 사례를 통한 시연을 해줬고, 기업가치 상승을 위한 외부전문가의 활용과 선택 기준은 물론 최근 주목받고 있는 환경ㆍ사회책임ㆍ지배구조(ESG)까지 포함해 발표함으로써 기업가치의 상승을 위한 방법론에 새로운 혜안을 갖게 해줬다.


발제가 끝난 후 저를 비롯한 구조조정 전문가, 구조조정을 실제 경험한 경영인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질의와 토론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법원의 구조조정에 대한 회의론과 아쉬움에 대한 내용의 언급도 있어 한편으론 반성하고, 한편으론 구조조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포럼이었다.


2020년은 국가적으로나 세계적으로 성장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20년 세계경제성장률을 -4.9%라고 전망했을 만큼,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경제가 깊은 침체에 빠졌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업의 구조조정은 성장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것이 참가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그것도 당장 그리고 신속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주변 상황이 녹녹치 않다. 구조조정의 축이 자본시장 중심으로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초기적인 단계이고 자본시장 플레이어들도 부족한 상태이다. 부실채권(NPL)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그럴수록 채무조정을 통한 구조조정이 어려워지고 있다. 부실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채권자는 채권회수의 극대화가 유일한 목표이기 때문에, 기업 구조조정을 통한 회생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기업 중 99%가 중소기업인데, 투자자(자본시장 플레이어)는 운영비용의 문제로 소액 다수의 투자보다 거액 소수의 투자를 선호한다. 그러다보니 정책자금 조차도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에는 눈을 돌리고 있지 않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신규자금의 조달이 요원할 수밖에 없다. 외부적으로 세계화의 종말이 화두가 될 정도로 자국 우선주의가 팽배하다. MMT(현대화폐이론)가 주목을 받고(일본의 아베노믹스, 미국의 양적완화가 대표적이다),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 브렉시트 및 리쇼어링(Reshoring)이 강조되고 있다. 최근 RCEP(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이 체결되었지만,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싸움(TPP의 부활)과 국가 간의 이해관계로 그 성과는 미지수다.



역사적으로 팬데믹은 미래를 앞당겨 왔다. 흑사병이 중세의 암흑기에서 르네상스로의 황금기를 이끌었듯이, 코로나19는 위기지만 기업에게는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지금의 코로나19로 인한 기업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고 2021년 진정한 도약을 위해 기업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구조조정이다. 그것도 선제적인, 좀 더 나아가 예방적인 구조조정이다. 기업이 위기를 맞은 후 구조조정에 들어간다면 이미 늦다. 문제적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시도한다고 해도 회생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기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을 때 미리 구조조정을 시도하여야 한다. 그래야 별다른 시행착오 없이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 기업의 구조조정에는 실패의 가능성이 있는 치료제가 아니라 부작용 없이 확실한 효과가 보장되는 백신이 필요한 이유이다. <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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