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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의 미래당겨보기]미래에도 사무실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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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의 미래당겨보기]미래에도 사무실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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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도 지금과 같은 사무실이 필요할까? 좀 더 질문을 좁히면 1~2년 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종식되더라도 사무실은 여전히 지금과 같은 모습일까? 이 글을 읽는 대다수의 사람, 직장인은 여전히 사무실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무실에 내 자리가 계속 남아 있고 오랫동안 출퇴근하기를 원할 것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다. 재확산하는 코로나19로 경제가 위축되고 많은 회사가 재택근무를 하는 미국과 유럽 지역의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들은 당연히 재택근무를 원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나, 오히려 기업가들은 생각을 다르게 하고 있다.

코로나계기 기업들
"고가의 사무실 대신 사람에 투자"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봉쇄 기간에 빌딩의 사무실은 텅 비었으나 기업은 유지되는 경험을 하면서 기업가들은 사무실에 대한 생각을 재고하고 있다. 작은 기업이 아니라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 "7000명을 한 빌딩에 넣는다는 생각은 과거의 것이 됐다." "은행들은 훨씬 적은 건물을 소유하게 될 것이다." "고가의 사무실에 투자하는 대신 사람에 투자하겠다." 심지어 "현재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사무실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미국 최고재무책임자(CFO)의 4분의 1은 이미 부동산 감축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출근을 하지 않으니 뉴욕에서는 인근의 뉴저지로 이사하는 사람이 2배 증가했다. 실리콘밸리의 집값과 임대료도 내려갔다.


코로나19 백신도 나오고 치료제도 개발되면 생각을 바꾸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트위터, 구글, 페이스북 등 디지털 기업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원하는 직원들은 계속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정말 사무실의 미래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사무실의 역사를 살펴보며 미래를 전망해보고자 한다.

근대 사무실의 시작은 1729년 동인도회사 건물
19세기 중반 공장지역과 분리
도시중심에 자리하며 대도시 형성

사무 처리라는 것은 오랜 역사가 있지만 아주 드문 경우였다. 고대 로마에서는 출납, 행정, 사무 처리를 노예가 담당하기도 했다. 사무 업무는 당시에는 생산적인 활동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경작을 하면 농산물을 얻을 수 있고, 군인이 다른 나라의 재물을 뺏는 것이 생산적인 경제활동인 시대였다. 사무 처리는 부를 늘리지 못하고 관리하는 부수적인 기능일 뿐이었다.


사무실이 처음 등장한 것은 중세다.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손으로 베끼는 필경사들이 모여 있는 공간(사무실)이 주로 도서관(서고)이나 수도원 안에 있었다. 근대적인 회사 사무실의 시작은 1729년 런던에 지어진 동인도회사 건물이었다. 동인도회사는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정보를 모으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했기 때문에 매우 크고 복잡한 관료주의를 만들어냈다. 많은 양의 문서를 생성하고 관리하기 위해 사무실이라는 공간을 창조했다. 그러나 18세기 당시 대부분의 사업가는 런던에 있는 두 곳의 커피숍에서 거래처와 업무를 협의하고 사무를 처리했다. 장인들은 운영하던 상점의 위층에 살고, 가게에 사는 점원은 도제 관계이면서 가정의 종처럼 취급됐다.

[이명호의 미래당겨보기]미래에도 사무실이 필요할까 이명호 (재)여시재 기획위원


현대에 들어 사무실이라는 공간을 인식하기 시작한 때는 19세기 중반이다. 당시에는 공장 구석에 위치한 이런 공간을 경리실이라고 불렀다. 이후 사무직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사무실이 공장 지역에서 분리돼 사무실만 있는 건물이 도시의 중심에 자리 잡게 된 것이 오늘날 우리가 보는 사무실의 등장이다. 산업화 시대에 대부분 직장인은 공장에 출근했으나 지금은 대부분 선진국에서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이 더 많다.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회사의 상징 건물로 고층 빌딩을 건설하면서 현대의 대도시가 형성됐다.


사무실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생활의 대부분을 보내는 공간이 됐다. 직장과 사무실은 선배들에게서 업무를 배우고 사회생활과 인생의 경험을 배우는 공간이며, 삶의 목적과 의미를 부여하는 공간이다. 사무실에서의 우연한 대화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상호 교류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는 재택근무를 미친 짓이라고 했고, 많은 기업가가 재택근무를 부정적으로 봤다.

코로나 영향 일 자체 사무실과 분리
분산 사무실·이동노동 정착 전망

그런데 코로나19가 이런 생각을 바꾸게 했다. 강제된 실험이었지만, 해보니 재택근무도 좋은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전의 변화가 재택근무를 가능하게 했다. 사무실에서의 업무가 컴퓨터와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었다. 기업들은 업무 전산화와 스마트오피스 정책으로 사무실 안의 자기 책상이 아니어도 어디서나 업무를 볼 수 있게 했다. 당연히 출장지에서나 집에서도 업무를 볼 수 있다. 재택근무를 채택하지 않았을 뿐이지 환경은 원격근무로 바뀐 것이다. 그러니 기업 입장에서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넓은 공간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재택근무로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높아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직원들도 출퇴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교통 비용과 혼잡,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


미래의 변화를 전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사적 흐름을 읽는 것이다. 일은 땅, 공간과 밀접하게 결합됐으나, 시대가 변하면서 그 결합의 강도가 약해지고 분리되는 것이 변화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수렵ㆍ채집과 농사는 땅과 분리될 수 없었다. 공장제 생산에서도 기계 설비와 노동이 분리될 수 없었다. 사무실로 바뀌면서 일은 공간과의 결합이 약해졌다. 공장은 이전하기 어려워도 사무실은 이전하기 쉽다. 이제 일이 사무실에서 분리되려고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기업은 집 근처 사무실(분산 사무실)로 출근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다. 부서의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부서원들과 일한다. 이동 노동의 시대가 다가오는 것이다. 재택근무는 이동 노동의 한 형태에 불과하다. 코로나19가 아직 위세를 떨치고 있는 지역에서는 빠르게 분산 사무실, 이동 노동이 정착될 것이다. 방역에 성공적인 나라들에서는 천천히 변하게 될 것이다.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 흐름은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 사무실은 더 이상 중요한 공간이 아니게 된다. 생산성을 높이고 유능한 인재를 모으는 데 사무실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명호 (재)여시재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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