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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광장]'성년'된 전력시장, 에너지전환 위해 자율적 역량 강화해야

최종수정 2020.09.18 13:23기사입력 2020.09.18 13:23
[광장]'성년'된 전력시장, 에너지전환 위해 자율적 역량 강화해야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지난해 10월 발표된 국가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은 범지구적인 환경보전계획에 동참하고자 하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은 약 5억4000만t 이내로 제한되고, 전환 부문은 무대책 상태에서의 배출량(BAU) 대비 42.2%의 온실가스 감축을 담당할 전망이다. 온실가스 감축은 다양한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과 투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9년 동안 감축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전환 부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력산업이 효과적으로 온실가스 저감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 수단이 필요하다. 노후화된 석탄발전소의 조기 폐지를 유인하거나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발전기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도록 발전 연료에 부과되는 세제를 조정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필요한 경우 가동 중인 석탄 발전기의 발전량을 직접 제한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겠다. 다양한 방법들 중에서도 발전사업자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경쟁을 유인하면서 온실가스를 효과적으로 감축하는 방안 중 하나가 바로 탄소비용을 발전원가에 반영하는 것이다.

전력시장에 참여하는 발전기들도 온실가스 배출권시장에 참여하는 다른 기업들처럼 영업활동을 위해 부족한 배출권을 매입하고, 잉여배출권은 판매한다.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발전기는 배출권 구입에 많은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이라면 이러한 비용은 전력시장에서 발전 우선권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발전기의 입찰가격에 자연히 반영된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발전기일수록 불리해지는 구조다. 유럽, 미국 등 해외 선진국에서도 이러한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 전력시장에서도 이와 같은 메커니즘이 잘 작동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전력시장 거래제도가 너무나 경직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력시장에서는 발전기의 자유로운 가격입찰이 허용되지 않는다. 연료비를 중심으로 규제기관이 정한 획일적 방식에 따라 발전비용을 평가하고 발전기 가동순위를 결정한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전력시장에서 탄소비용을 제대로 담아내기 어렵다.

연료비와 배출권은 전력생산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비용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차이점도 크다. 연료비와 달리 배출권은 구매 여부와 구입비용이 연간 발전 실적이 확정된 사후에야 결정된다. 배출권 구매 행위도 실제 발전 당시가 아닌 정해진 기간 내 자유로이 가능하다.


매월 단위로 정해지는 우선순위 평가에 획일적인 방식으로 배출권 비용을 평가해 연료비와 함께 반영하는 방식은 자칫 전력시장 자체를 왜곡할 수 있다. 구조개편 초기 소수의 표준화된 발전설비에 대한 우선순위 평가에 적용되던 과거 방식으로 합리적인 탄소비용을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내년 4월이면 전력시장이 들어선 지 20년이 된다. 전력시장이 부모의 지도와 규제가 필요한 청소년 시기를 뒤로하고 자율적 준칙과 재량으로 평가받은 어엿한 성인으로 한 걸음 나갈 수 있도록 가격입찰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모든 발전기가 가격 입찰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시간이 걸린다면 온실가스 다배출 발전기들 만이라도 가격 경쟁에 노출시켜야 한다. 경쟁하는 발전기는 전력시장에서 생존을 위해 급전 순위는 유지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도 최소화 되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다. 전력산업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용이하다.


물론 사람도 성년이 되었다고 해서 모든 점에서 독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듯이, 우리나라 전력시장 역시 자율과 규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지혜도 필요하다. 2030년대, 즉 우리나라 전력시장이 30대에 접어들 때에 지난 10년간의 온실가스 감축성과를 자랑스럽게 평가받기를 기대한다.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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