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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넘쳐나는 유동성 즐길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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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넘쳐나는 유동성 즐길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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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서 꽤나 이름을 알린 A자산운용사 대표는 얼마 전 "증시가 이렇게 가파르게 반등할 줄은 몰랐다"고 고백했다. 대부분 증권 전문가도 같은 심정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단계에 접어든 이후 한국은 물론 세계 경제 전체가 급격하게 침체 국면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심이 세계로 번지고,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하기까지 짧아도 1년 이상은 걸릴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단기간에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사라졌다. 그런데 주식시장은 급반등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번지기 직전인 지난해 말에도 세계적으로 자산 버블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당시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했고, 세계 곳곳의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제기됐다. 한국에서도 기업 실적이 악화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며 아파트값이 너무 올랐다는 얘기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졌으니 한국 경제의 부진은 물론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팽배한 것은 당연했다. 이런 전망을 보기 좋게 깨버린 것은 유동성이다. 세계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사상 가장 많은 돈을 뿌렸다.


한국에서도 돈은 넘쳐난다. 지난 4월 말 기준 광의통화량(M2)은 3018조6000억원이다. M2가 30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M2에는 M1(현금과 요구불예금ㆍ수시입출금식 예금)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ㆍ적금, 수익증권,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2년 미만 금융채, 2년 미만 금전신탁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 상품이 포함된다. 특히 4월 한 달 동안 34조원이나 늘어났다. 통화량과 장기균형 통화량의 격차를 말하는 실질머니갭률은 지난 1분기 8%대로 나타났다.


이 많은 돈은 어디서 왔을까. 대부분이 빚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 있는 정부는 국채 발행에 의존하고, 기업들은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발행 등으로 현금을 확보하기에 바쁘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가계도 주택자금 확보와 생활자금 마련을 위해 엄청나게 빚을 늘려가고 있다. 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 5월 3조6000억원 늘어난 데 이어 지난달에는 8조5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5월 3조6000억원에서 지난달 5조1000억원으로 커졌다. 신용대출은 3조5000억원이 많아졌다. 아파트 분양, 전세자금대출 등과 함께 생활자금이나 주식 투자 등을 위해 가계가 빚을 눈덩이처럼 불리고 있다는 얘기다.


유동성은 저금리를 통해 더욱 힘이 세졌다. 한국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인 0.5%에 머무르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대에 그친다. 신용대출 금리조차 2%대까지 낮아졌다. 과연 자산시장은 지금 같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저금리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경제주체들이 계속 빚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는 위험하다. 민간기업 고용은 줄어들고 정부는 재정을 풀어 단기 일자리만 양성하고 있다. 가계소득은 늘지 않는데 빚만 쌓이는 구조다. 빚으로 버텨온 가계는 곧 한계점에 다다르게 된다. 선순환 자산시장에서 빚은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되며 더 많은 돈을 벌 기회를 제공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몰락의 지렛대가 된다. 부동산시장이나 증시에서 비상등은 이미 켜졌다.



그런데도 정부는 시장과는 괴리된 부동산 정책으로 가격 폭등만 부채질했다. 중장기 펀드에 투자하는 것보다 직접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장려하겠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다. 경제 문제를 시장 논리로 풀려고 하지 않고 정치와 이념만 좇다 보니 그런 것이다. 정부는 자산시장 거품 붕괴에 대해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조영주 자본시장부장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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