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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카뮈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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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1960년 1월4일 오후 1시55분께. 프랑스 상스와 파리를 잇는 국도를 달리던 승용차 한 대가 도로변의 플라타너스 나무를 들이받고 멈춰섰다. 갈리마르출판사 사장의 조카인 미셸 갈리마르의 자동차였다. 동승한 중년 남성은 목이 부러져 현장에서 즉사했다. 알베르 카뮈였다. 1957년 노벨문학상을 받고 불과 3년 뒤였다. 카뮈의 죽음은 허무했다.


지난해 12월5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흥미로운 신간 안내 기사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가디언이 소개한 책의 제목은 '카뮈의 죽음(The Death of Camus)'이었다. 지은이는 이탈리아인 조반니 카텔리. 카텔리는 책에서 카뮈의 죽음은 옛 소련 첩보기관 KGB에 의한 타살이라고 주장한다. 카텔리는 2011년부터 카뮈의 타살 의혹을 제기했다. 카뮈는 1956년 헝가리 혁명 때 헝가리의 편에 서서 혁명을 무력 진압한 소련을 비난했다. 당시 소련 외무부 장관 드미트리 셰필로브가 KGB에 지시를 내려 카뮈를 제거했다는 내용이 책에 담겼다.


카텔리는 체코의 시인 겸 번역가인 얀 자브라나가 1980년에 쓴 일기 내용도 언급한다. 자브라나가 쓴 일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인맥도 넓은 한 남자가 나에게 카뮈의 죽음은 KGB 때문이라고 말했다. KGB가 갈리마르의 자동차 타이어에 손을 대 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달릴 때 펑크가 나도록 했다."


미국 전기작가 허버트 로트먼은 1978년 카뮈의 전기를 썼다. 그는 자동차 사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사고는 타이어의 펑크나 차축의 파열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고 지점이 30피트 폭의 긴 직선 도로인 데다 사고 당시 교통량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 어리둥절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카뮈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카뮈가 1947년 갈리마르출판사를 통해 출간한 그의 첫 장편소설 '페스트(La Pesteㆍ흑사병)' 때문이다. '페스트'는 페스트가 발생하면서 도시가 폐쇄되고 그 안에 갇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람들은 절망에 빠져 극심한 혼돈을 겪지만 한편에서는 함께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나간다. '페스트'를 통해 카뮈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간단명료하다. 연대를 통해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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