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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브] 일본의 경제 도발이 남긴 교훈
최종수정 2020.02.18 11:47기사입력 2020.02.18 11:47
[뉴웨이브] 일본의 경제 도발이 남긴 교훈


일본은 지난해 7월 우리나라에 수출한 불화수소가 북한으로 반출돼 살상용 무기 제조에 쓰였다는 억지 주장을 하면서 반도체ㆍ디스플레이 핵심 3개 소재의 수출규제를 단행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메모리의 장비와 소재ㆍ부품이 일본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 우리의 아킬레스건을 공격한 것이다. 이번 수출규제는 사실 정치ㆍ외교적 문제를 산업 통상제재의 방식으로 표출한 것이다. 일반적 무역분쟁과는 다른 양상으로 우리가 처음 경험하는 것이다.


일본의 경제 도발로 인해 소재ㆍ부품의 국산화가 시급하다는 인식이 강화됐다. 그러나 21세기 총성 없는 전쟁에 대비한 체계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특히 세계 무역질서는 신자유주의가 종료되고 '패권주의'와 '보호주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외교 질서는 경쟁국 또는 우방국에 상관없이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최근 미ㆍ중 무역갈등은 물론 미국이 1980년대 중후반에 걸쳐 무역적자의 원인이었던 우방국 일본에 행한 강력한 통상제재가 일본의 장기 경제침체를 야기한 사실을 돌이켜 볼 때 우리나라의 '산업안보' 현실을 살펴보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본 수출규제와 같은 산업 위협은 늘 발생할 수 있다. 다음에는 미국, 중국, 러시아 또는 유럽연합(EU)이 위협해 올 수도 있다. 이번에는 소재ㆍ부품에 한정됐지만 다음에는 데이터, 소프트웨어, 제조서비스 등 성장 산업들을 대규모로 공격할 수도 있다. 이제 산업안보에 대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산업안보라는 개념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업이나 기관의 핵심 자산을 산업스파이로부터 지키는 산업보안의 개념이 2000년대 초반에 생겨났고, 2006년 '산업기술유출방지법' 제정 이후 발전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산업보안은 이미 존재하는 핵심 자산(특히 산업기술)을 지키는 소극적 개념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산업 난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우리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새로운 개념으로서 산업안보의 정립이 필요하다.

이번 일본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가 내놓은 해결 방안은 소재ㆍ부품의 '탈글로벌화', 즉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비 증액이다. 우리나라는 2001년 '소재ㆍ부품ㆍ장비(소부장) 특별법'을 제정해 '소부장' 분야를 지원했으나 독일, 일본과의 기술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소부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산업안보의 근본을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정책이라는 한계를 가진다. 일본은 우리의 산업과 제품, 심지어 소재부품까지 면밀히 분석해 '옆집 수저 개수 알 듯' 꿰뚫어 보고 있는데, 우리는 스스로의 부족함을 깨닫지 못했다.


산업안보는 R&D, M&A, 핵심인력, 외교, 수출통제, 제3국 공조 등 다양한 수단을 종합적으로 운용하는 것이다. 경쟁국의 산업적 위협을 배제하고 사전에 예측해 우리의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안보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추진체계와 법적 근거 및 정책이 필요하다. 산업안보는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것으로 범부처적 대응이 필요한 만큼 국가수반의 강력한 지도력이 전제돼야 한다. 미국, 일본, 중국 등은 경쟁국의 산업ㆍ기술 동향을 미리 파악하고, 해외에서 활동하는 자국 기업의 의견을 수렴해 문제가 있을 경우 외교, 정책, 법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한다. 이제 우리도 산업기술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고 기업들이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산업안보에 대한 연구, 정책, 조직 등의 체계를 갖춰야 한다.


손승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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