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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금융도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최종수정 2020.02.17 12:00기사입력 2020.02.17 12:00
[톺아보기]금융도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지난 주 대한민국은 우리 영화 기생충이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오스카상 4관왕을 달성하는 모습을 흥분과 감동으로 지켜보았다. 상상해본 적도 없던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봉준호 감독과 우리 영화인들이 그 어려운 작업을 이리도 완벽하게 해낸 것이다.


우리는 이 주제를 이야기함에 있어서 오스카상 감독상을 수상한 이후에 봉 감독이 그의 정신적 멘토였던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에게 경의를 표하며 인용했던 말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봉 감독은 그가 만드는 영화의 가장 밑바탕에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있음을 밝히고 있다.


봉 감독의 이러한 믿음은 그가 만드는 작품이 글로벌 영화시장에서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는 할리우드식 영화가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한, 그래서 한국적 정서가 묻어나는 영화가 되도록 만들었다. 영화라는 예술장르가 미국과 유럽에서 태동했기에 비록 한국영화의 출발은 그들을 따라하는 모방에서 시작했겠지만, 우리의 영화인들은 그저 따라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가장 개인적인 경험과 철학을 영화에 투영시켜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완벽하게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영화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많은 영역을 관통할 수 있는 중요한 실천적 접근법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금융계를 반추해볼 때 이러한 믿음은 더욱 확고해진다. 우리나라 금융의 역사는 영화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지만 그간 성취해낸 정도를 비교해보자면 그 상대적 격차가 느껴짐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금융산업은 아직도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격언을 지나치게 신봉하고 있는 것 같다. 금융시장에서는 해마다 수많은 종류의 새로운 상품이 등장한다. 그런데 그런 상품들의 대부분은 해외 금융시장에서 이미 팔리고 있거나 운용되고 있는 상품을 벤치마킹해서 만들어진다. 금융제도나 규제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금융상품이나 제도를 시도할 때 금융회사들이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것은 해외사례다. 해외에서 유사한 상품이나 제도가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를 확인해야 비로소 안심하고 상품이나 제도 개발을 진행하는 것이다.


물론 해외상품이나 제도에 대한 연구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아직 하고 있지 않은 것을 남들이 하고 있다면, 그것이 어떠한 방식으로 시작돼 발전했는지를 주의깊게 살핌으로써 시행착오로 인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해외사례 조사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해외의 잘나가는 상품을 또는 제도를 따라하는 것만으로는 세계 일류가 되기 어려운 법이다. 모방의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반영시켜 상품과 제도를 창의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려는 노력이 병행돼야만 비로소 우리의 금융도 세계 일류로 도약할 수 있다. 봉 감독이 그의 개인적인 것을 바탕으로 일명 '봉준호 장르'를 개발한 것이 아니라 할리우드 방식의 영화제작에 머물렀다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어 만드는 할리우드 영화와의 경쟁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었음을 우리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문화강국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금융강국이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아직은 아니다'가 될 것이다. 문화계의 성공공식을 이제는 금융도 배워야 할 것이다. 우리 금융시장에서도 가장 개인적(한국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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