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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銀, 디지털 화폐에 관심 갖는 이유…"존재 위협 우려·패권 확보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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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銀, 디지털 화폐에 관심 갖는 이유…"존재 위협 우려·패권 확보 경쟁"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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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디지털 화폐가 올해 세계 중앙은행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화폐에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눈길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과 스웨덴 등이 이미 디지털 화폐 발행 프로젝트를 추진한 데 이어 지난 21일(현지시간)에는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 일본은행(BOJ), 캐나다은행, 스웨덴 중앙은행, 스위스국립은행이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에 대해 공동으로 연구하는 그룹을 만들기로 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세계 60여개의 중앙은행 가운데 70%가 디지털 화폐를 연구하고 있다.


◆ 흔들리는 중앙은행…CBDC로 잡는다?=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에 주목한 건 지난해 '민간 기업' 페이스북이 발표한 가상통화(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였다. 이전까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업체는 많았지만 리브라는 실물이 존재하는 법정통화 등과 연계해 거래 수단이나 가치 저장 측면에서 더 분명하게 화폐의 성격을 드러냈다.


화폐 발행과 유통을 관장하는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신기술 개발로 등장한 디지털 화폐로 자칫 금융시장의 주도권을 민간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졌다. 디지털 화폐의 원천 기술인 블록체인은 은행의 신용 기능을 개개인으로 분산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여기에 지급 결제와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면서 현금 사용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중국의 알리페이 등을 보면 민간의 금융시장 영향력은 확대됐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달 취임 후 첫 통화정책회의에서 디지털 화폐와 관련해 "우리는 '변곡점 앞'에 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화폐를 발행하는 유일한 기관이자 통화 정책을 주도하는 중앙은행으로서 신기술에 걸맞은 변화를 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CBDC의 발행과 운영 방식은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다. 올해 디지털 화폐 발행을 준비 중인 중국은 시중은행을 통해 현물 위안화와 디지털 화폐가 1대1로 교환되는, 일종의 대체재 형태로 내놓겠다고 밝힌 상태다. 또 시중은행을 제외하고 중앙은행이 직접 개인, 기업의 계좌를 만들어 운용하거나 소액을 모바일 기기 등에 충전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중앙銀, 디지털 화폐에 관심 갖는 이유…"존재 위협 우려·패권 확보 경쟁"


국제 통화 체제 분석 전문가인 기타 고피나트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화폐는 결제 비용 감소 등에서 이점이 있지만 가계나 기업이 중앙은행에 예금 계좌를 직접 갖는 구조가 가능해진다"면서 "중앙은행은 쉽게 금리를 움직일 수 있지만 시중은행의 예금과 대출 구조가 훼손돼 금융 시스템의 격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 달러 대신 디지털 기축통화…패권 경쟁 치열=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시장에 뛰어드는 또 다른 배경은 '기축통화'로 대표되는 통화 패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최근 ECB와 일본, 캐나다 등 중앙은행들이 뭉친 것도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미국 달러의 패권에 대한 도전을 의미하기도 한다.


마크 카니 BOE 총재는 지난해 8월 "달러 환율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글로벌 경제에 다수의 기축통화가 있어야 한다"면서 디지털 화폐로 "가상 기축통화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하원 등이 나서서 리브라 발행을 막은 것도 '달러에 대한 도전'을 막으려는 이유에서였다. Fed는 디지털 화폐 연구를 진행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해 11월 현재 CBDC를 발행할 계획이 없다면서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축통화를 노리는 중국은 이미 디지털 위안화 출시를 위한 마무리 작업에 돌입했다. 올해 처음으로 디지털 화폐를 출시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에서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를 활용해 위안화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국가들도 패권 경쟁을 위해 디지털 화폐 연구개발(R&D)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프랑수아 빌루아 드갈로 프랑스은행 총재도 "조속히 디지털 화폐 실험에 돌입하고자 한다. 1분기가 끝나기 전에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를 관장하는 Fed는 디지털 화폐에 여전히 보수적이다. 폴 시어드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은 "규칙을 정할 때는 언제든 주도적 입장이 될 수 있다"면서 "지금은 뒤편에 서서 추이를 지켜보는 게 이득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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