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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counter]영화 흥행 예측 알고리즘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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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 프라이 런던대 교수 '안녕, 인간'

[Encounter]영화 흥행 예측 알고리즘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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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큰돈이 오가는 사업이다. 당연히 투자에 많은 위험 요소가 따른다. '극한직업'이나 '기생충'처럼 흥행하는 사례는 극소수. 대다수는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넘기거나 실패한다. 최근에는 중급영화에도 50억 원 이상이 투입된다. 수요를 잘못 예측했다가는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올해 '어벤져스: 엔드게임', '알라딘', '캡틴 마블' 등으로 전 세계 극장가를 장악한 월트디즈니 스튜디오도 홍역을 앓은 적이 있다. '존 카터(2012년)'가 자사를 대표하는 시리즈물로 자리매김할 거라고 확신하고, 제작비로 3억5000만 달러(약 4123억 원)를 쏟아 부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지 못한 채 2억 달러(약 2351억 원)에 이르는 손실을 냈다. 리치 로스 회장은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어떤 영화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지 예측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사실상 직감의 영역이다. 미국 영화협회장을 지낸 잭 발렌티는 "어떤 영화가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올릴지는 어두운 극장에서 화면과 관객 사이에 열기가 끓어오르기 전까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했다. '프린세스 브라이드(1987년)', '내일을 향해 쏴라(1969년)' 등을 쓴 윌리엄 골드만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Encounter]영화 흥행 예측 알고리즘의 한계 영화 '존 카터' 스틸 컷


해나 프라이 런던대 교수는 저서 '안녕, 인간'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일마저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내세운다.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기술이 영화 투자의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을지 가늠한다. 알고리즘은 검색엔진, 의료, 법원,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나하나가 새로운 알고리즘을 구축해 이용하는 사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한다. 각종 위기와 쏟아지는 정보에 휘둘리지 않도록 도와주지만, 개인과 공공의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을 야기하기도 한다.


영화계에도 알고리즘을 활용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사미트 스리니바산이 2013년에 수행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인터넷 영화 데이터베이스인 IMDb는 사용자에게 영화 줄거리를 대표할 핵심어를 색인으로 적도록 요청했다. 관람객의 영화 취향이 시간에 걸쳐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보여줄 색인 목록을 작성했다. 스리니바산이 연구를 진행할 즈음 IMDb 영화 목록에는 200만 편에 대한 다양한 색인이 자리했다. 어떤 핵심어는 '조직범죄', '부자 관계'처럼 영화 내용이 요약됐다. '뉴욕시 맨허튼'처럼 촬영장소를 나타내거나 '의자에 묶이다' 같이 특정 장면이 묘사되기도 했다.


[Encounter]영화 흥행 예측 알고리즘의 한계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고 가정해 보자. 일반적으로 비슷한 배경을 다룬 영화가 연이어 출시되다가 한동안 잠잠해질 거다. 스리니바산은 이 핵심어들을 모두 종합해 개봉 당시 영화가 얼마나 참신했는지를 0에서 1까지 점수로 제시했다. 대체로 참신성 점수가 높을수록 영화는 흥행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까지일 뿐, 그 문턱을 지나면 바로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사람들은 너무 흔한 것에도 싫증을 내지만, 과격할 만큼 낯선 것에도 몸서리를 친다. 결국 흥행하는 영화는 '새로우면서도 너무 새롭지는 않은' 좁은 지점에 자리한다.



스리니바산의 참신성 점수는 영화사가 아주 질 낮은 영화에 투자하지 않도록 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영화 한 편의 운명을 알고자 한다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뒤를 이은 다양한 연구 결과도 다르지 않다. 개봉 초기의 관객 반응과 관련한 데이터를 얻기 전까지는 아무도 흥행을 예단할 수 없다. 저자는 이 빈틈을 콕 집어 알고리즘의 한계를 역설한다. "정량화할 수 있는 대상에 제한이 있다"고 한다. "데이터와 통계는 내게 눈이 휘둥그레지게 인상 깊을 만큼 상상을 넘어서는 것을 알려준다"면서도 "인간으로 사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는 조금도 알려주지 못한다"고 한다. 대단한 모방자임에는 틀림없지만, 뛰어난 혁신자가 될 수는 없는 셈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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