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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한컷] 퍼스트 펭귄 발목잡는 한국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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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퍼스트(First) 펭귄'은 흔히 선구자 또는 도전자의 의미로 사용되는 관용어다. 겨울을 보낸 펭귄은 봄이 되면 먹잇감을 구하기 위해 바닷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하지만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데 바닷속에는 펭귄을 잡아먹으려는 물개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때 가장 먼저 바다에 뛰어들어 다른 펭귄들도 뒤따라 뛰어들도록 이끄는 펭귄이 '퍼스트 펭귄'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당시 내놓은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의 골자는 벤처기업의 코스닥 상장 요건을 완화해 유니콘 기업으로 육성하고 코스닥벤처펀드를 조성해 시장에 대한 세제 및 금융지원을 확대한다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모험자본 활성화를 통해 '퍼스트 펭귄'을 적극 육성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바이오벤처 등 성장 초기 기업에 물밀듯 자금이 흘러들기도 했다.


지난달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을 기존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투자활성화를 위해 2015년 최소 투자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완화했지만 다시 규제 강화로 선회한 모습이다. 또 최근에는 상법과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정부의 실질적 경영 개입 정책은 물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대출ㆍ채무보증)에 대한 규제 강화책도 내놨다. 이 때문에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건설사업자들이 대부업 등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진다.


지난해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나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 규제정책을 내놨다. 하지만 임기 반환점을 넘어선 현재, 시중 자금은 부동산으로 쏠리고 있고 또 다른 투자처인 주식시장은 상대적으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3일 부동산 정책이 한국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월 900선을 돌파했던 코스닥지수는 현재 600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세상에 기휘(忌諱ㆍ나라의 금령)가 많을수록 백성은 더욱 가난하게 된다"고 했다. '퍼스트 펭귄'은 희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도전에 성공한다면 물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 기휘, 즉 규제 대신 실패 확률을 낮추는 시스템과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로 더 많은 퍼스트 펭귄을 배출해야 할 때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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