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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규제 샌드박스서 배제…부글부글 끓는 식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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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 ICT 규제 샌드박스 1호 선정 시 식약처와 협의 안 해

-지난주 국회 복지위서도 문제제기…"허가 압력 아니냐" 지적도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발표를 보고 나서야 알았다."


지난달 14일 과기부가 규제 샌드박스 1호를 발표한 날 식품의약품안전처 내부는 부글부글 끓었다. 과기부가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활용한 심장 관리 서비스'를 ICT 분야 규제 샌드박스 1호로 선정하면서 정작 허가권을 쥐고 있는 식약처를 배제했기 때문이다. 과기부는 식약처와 단 한 차례도 실무협의를 하지 않았다.


손목시계형 심전도 측정기는 현재 식약처 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과기부는 아직 허가가 나지도 않은 의료기기를 규제 샌드박스로 선정해놓고 "허가를 받은 뒤 사업을 개시하라"는 조건도 달았다. 사실상 허가를 내주라고 식약처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과기부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규제 샌드박스 논의 과정에서 뒷전으로 밀린 식약처를 질책하는 것이기도 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어떻게 허가도 나지 않은 제품을 다른 부처에서 규제 개혁 대상으로 공식 발표하느냐. 식약처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제품 허가가 안 되면 과기부 발표는 어떻게 되느냐"며 "과기부가 식약처에 해당 제품을 허가하라고 압력을 보내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가세했다. 윤 의원은 "식약처 허가가 먼저인데 순서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규제 샌드박스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된다. 기존 규제에 가로막혀 시도조차 못하는 새로운 서비스 등을 감안하면 획기적 규제 개선책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손목시계형 심전도 측정기의 경우 휴이노가 기술을 개발한 건 4년 전인 2015년이었다. 의료법상 웨어러블기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가 환자에게 병원 방문을 안내할 근거가 불분명해서 제품 출시를 늦춰야 했다고 한다. 이번에 과기부가 실증특례로 규제를 제한적으로나마 풀어주면서 원격 모니터링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과정과 절차가 순탄치 못한 것이 문제다. 특히 헬스케어는 다른 분야와 다르다. 국민 생명과 건강 등과 직결되는 만큼 허가 단계에서 제품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식약처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철저히 허가를 검토하겠다"고 강조하고 나선 것도 그래서다. 규제 개혁 구호에 매몰돼 자칫 간과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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