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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무연고사 리포트]"무연고자 한명이라도 줄이고 싶어요" 중림동 쪽방촌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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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서울 중구 중림동 쪽방촌 지원활동
"무연고 사망자 시신 인수과정 복잡
기관 직원들도 '번거롭다'하지만
기르던 고양이 죽어도 묻는게 인지상정
그들의 마지막 마음으로 위로하고파

[2021 무연고사 리포트]"무연고자 한명이라도 줄이고 싶어요" 중림동 쪽방촌 지킴이 김주미 한사랑가족공동체 실장이 서울 중구 중림동 한사랑가족공동체 사무실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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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특별취재팀=고형광 팀장, 유병돈 기자, 정동훈 기자, 이정윤 기자] "저랑 같이 인연을 쌓았던 분들은 절대 무연고사는 안 돼요."


김주미 한사랑가족공동체 실장은 서울 중구 중림동 쪽방촌을 15년째 지키고 있다. ‘마지막 가는 길까지 외로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 김 실장의 생각이다. 한 달에 3~4명씩 장례를 치른 적도 있지만 무연고자로서 기관에 맡겨 장례를 치르지 않고 직접 장례를 주관하고 있다. 시신 인수를 거부한 가족으로부터 시신 위임서를 받아 가톨릭 방식의 장례미사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한사랑가족공동체는 서울 중구 중림동 일대 쪽방촌을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다. 2007년 윤석찬 신부가 주축이 돼 처음 설립된 이후 15년째 쪽방촌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중림동 쪽방촌에는 150개가량의 쪽방이 있고 센터가 지원하는 쪽방촌 주민은 70명 정도가 있다. 각자 방을 쓰지만 생활은 같이 하는 느슨한 형태의 가족공동체다. 공동체 사무실은 도시락을 준비해 쪽방촌 주민들에게 나누고 더위와 추위를 피해 사랑방 역할을 하기도 한다. 쪽방촌 주민들의 월세 등을 지원하는 것도 공동체의 몫이다. 서울 중구는 인구 10만명당 무연고 사망자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이었지만 이곳에서 무연고사를 막기 위해 몸을 던진 이도 있었다.


무연고사를 만들지 않기 위한 과정은 쉽지 않았다. 10여년 전 무연고자 장례 비용이 부족하자 직접 고인을 닦고 수의를 입히는 염습 과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무연고 장례를 위한 조례를 지정하는 등 서류 절차가 간소해지고 지원금이 크게 늘어났다. 김 실장은 "경찰이나 주민센터 등에서는 무연고 처리하면 외려 장례 절차는 간소하지만 무연고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절차가 복잡하다"며 "가족을 찾고 장례를 대신 치르겠다는 시신 위임장을 받아서 주민센터에 신고를 하고 시신을 인수해 장례를 진행한다. 모 기관 직원은 ‘번거롭게 왜 그렇게 하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2021 무연고사 리포트]"무연고자 한명이라도 줄이고 싶어요" 중림동 쪽방촌 지킴이 김주미 한사랑가족공동체 실장이 서울 중구 중림동 한사랑가족공동체 사무실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쪽방촌에서 함께 지냈던 주민들이 장례 때는 함께 찾아가 성수도 뿌려 주고 마지막 배웅도 한다. 김 실장은 "우리 주변에 고양이 한 마리가 죽어도 땅에 묻어 주는 게 인지상정"이라며 "함께 동고동락했던 이들의 마지막을 마음으로 위로해 주고 싶어 무연고자로서 장례를 치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쪽방촌으로 모여드는 이들은 대부분 노숙자나 극단적인 궁핍에 내몰린 이들이다. 대부분 가족·사회적 관계들이 단절된 상태다. 김 실장은 "여기 모인 분들은 대부분 병들고 기력이 쇠약해져 있어 일을 할 수도 없다"며 "이들을 돌보지 않는 사회라면 누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쪽방촌에서 숨진 무연고자의 가족들 대부분은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는다. 무연고자는 쓸쓸한 죽음의 당사자이면서도 누군가에겐 학대 가해자였거나 ‘용서하기 힘든 사람’이었다. 김 실장은 "사랑보다 용서가 힘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곳에 모인 분들은 첫 단추를 잘못 낀 분들이다. 어릴 때 가정에서 학대받았거나 결손 가정에서 자라면서 소년원이나 교도소에 들락날락했던 분들도 일부 있다. 하지만 결과가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책임으로 모두 돌릴 수 있을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만이라도 무연고자를 한 명이라도 줄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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